[기고] 이스라엘 주도의 '중동 새판 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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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10월 7일로 1년을 맞았다.
군사작전이 상당 부분 성공을 거두면서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소위 '중동의 새판 짜기'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은 노골적으로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중동의 유일한 군사강국인 튀르키예만이 외로이 초강경 이스라엘 비난 성명을 내지만 아직은 레토릭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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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10월 7일로 1년을 맞았다.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침공을 시작으로 서안지구 통제권까지 확보한 이스라엘은 남쪽의 예멘 후티 반군과 북쪽의 위협 세력인 레바논 헤즈볼라 군사 거점을 겨냥한 대규모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중동 최대 군사강국인 이란을 향한 전면전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군사작전이 상당 부분 성공을 거두면서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소위 '중동의 새판 짜기'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다만 외교적 해법이나 국제사회 협력이 결여된 침략 일변도의 패권주의 성격 때문에 지구촌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상대방 지도자들을 겨냥한 표적 살인과 전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민간인 살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휴전이나 종전 노력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유엔총회 권고안,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조차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도 종교나 이념을 버리고 국가별 손익 계산과 각자도생 전략으로 돌아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은 노골적으로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중동의 유일한 군사강국인 튀르키예만이 외로이 초강경 이스라엘 비난 성명을 내지만 아직은 레토릭에 그치고 있다.
근본적인 배경은 더 이상 중동 원유가 필요 없는 미국이 탈중동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이스라엘에 과도하게 군사적 힘을 실어주는 정책에서 비롯됐다. 박빙의 미국 대선 국면에서 이스라엘의 극우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획책하는 안보자산 확장과 정권 유지라는 잘못된 정치적 야욕도 한몫하고 있다. 중동의 새판 짜기가 어느 정도 현실화될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지만 이번 전쟁 이후 전혀 다른 중동의 권력 지도가 그려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은 유엔 기능의 무력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의 대참사를 막기 위해 설립된 유엔이 이번 중동 사태에서도 해결사나 조정자 역할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보다 강력한 유엔의 군사적 통제력 기능과 장기적으로는 유엔을 대체할 새로운 국제기구의 출범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스라엘로서는 더욱 안전한 자국 안보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 학살을 방치하면서 홀로코스트 가치와 국제사회의 이스라엘에 대한 동정적 정서를 상당 부분 잃게 됐다.
미국과 유럽의 유대인 공동체들이 네타냐후 정권의 침략전쟁을 비난하고, 미국 대학가에서 일어난 베트남전 이후 최대의 반이스라엘 반전 시위가 좋은 예다. 특히 물과 전기, 거주 이동의 자유라는 생존권과 천부적 인권이 이스라엘에 의해 부정당하는 가자지구의 모습에 지구촌 전체가 커다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이 완전히 쪼개지면서 '유대교·이슬람교의 대결'이라는 전통적인 갈등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다만 너무 많은 민간인 피해 때문에 자생적으로 등장할 극단적 복수 세력들의 발호는 이스라엘은 물론 그 동조 세력들에도 엄청난 안보 비용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한미동맹과 이스라엘 관계를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24개 아랍·이슬람 국가들과의 협력도 확대하는 정교한 다중적 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나아가 유일한 분단 국가로서 국제 분쟁의 방관자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평화 중재자로서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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