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방통위, 손발 묶여 대응 `지지부진`

김나인 2024. 10. 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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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정쟁 중심돼 역할 못해
인앱결제 이슈 등 견제 미가동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첫날, 구글코리아와 애플코리아 임원들이 증인으로 국감장에 참석했지만 수년째 해온 형식적인 답을 되풀이했다. 이들은 5년 연속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모바일앱 생태계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를 견제하고 질서를 잡아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쟁의 한가운데에 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7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 정교화 넷플릭스코리아 정책법무총괄, 허욱 페이스북코리아 부사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번 방통위 국감에서는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구글과 애플은 각각 구글플레이, 앱스토어라는 모바일 앱 마켓을 운영하면서 그 안에서 판매되는 디지털 콘텐츠 결제시 자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강제하고, 최대 30%의 수수료를 챙기는 정책으로 논란을 사고 있다. 두 회사는 최근 3년간 공정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법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도 받았지만, 행정소송으로 대응하며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날 국감에서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가운데 방통위가 본연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식물 기관'이 된 방통위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해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현재 방통위는 야당 단독으로 탄핵소추 상태인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직무정지로 김태규 직무대행 1인 체제이다 보니 심의 의결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이날 국감에서는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논란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다. 국내 앱마켓의 약 85%를 차지하는 구글, 애플은 지난 2020년부터 앱마켓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인앱결제를 하도록 강제했다. 우리나라는 2021년 9월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제정했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꼼수'를 써서 규제를 우회적으로 회피해 여전히 최대 26~27% 수준의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2022년 8월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정책에 대해 강제 사실조사를 벌여 애플과 구글에 각각 205억원, 475억원(총 6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업체 측의 이의 신청과 방통위 상임위원 부재 등이 겹치면서 제재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규제와 처벌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거대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는 인앱결제에 대한 제재가 약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에서는 (빅테크 대상) 집단소송 시 1조1000억원의 배상금 합의가 이뤄지고 판결이 나왔는데, 우리나라는 680억원의 과징금조차 못 받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구글, 애플에 대한 과징금부터 받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 등을 통해 빅테크가 독점적 지위를 악용할 경우 전세계 매출의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초고강도 제재를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매출액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을 뿐이다.

김태규 방통위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빅테크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에 대한 과징금 법정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김 대행은 "우리나라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과징금 액수가 (매출의) 3%가 상한인데 유럽은 10% 이상 부과하기도 한다.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방통위가 정상화되고 기능을 회복하면 신속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도 증인들은 '선 긋기'와 '모르쇠' 등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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