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 변명→어설픈 대처…판 깔아준 '1박 2일'과 5명의 '하남자들' [MD칼럼]
[이예주의 즐겨찾기]
클래식한 아이템이 싸움의 장으로 변질됐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지난 6일 방송된 KBS 2TV '1박 2일'에서 진행된 매너 실험카메라가 도마 위에 올랐다. 출연진들을 향한 비판이 연예인의 귀족화 현상과 남녀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이날 방송에서 멤버들에게 히든 미션이 주어졌다. 투표를 한 멤버들과 양손에 수박 두 덩이, 짐 가방을 든 막내 작가가 촬영하는 숙소로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본 것. 공개된 영상에서 짐을 들어준 멤버는 문세윤뿐이었다.
이 모습을 확인한 멤버들의 다양한 반응을 기대하고 제작된 기획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영상을 본 후 김종민은 부끄러운 듯 "괜히 오지랖인가 싶었다"며 웃었고, 딘딘은 "난 존댓말을 했다. (막내작가의) 눈을 보느라 수박을 못 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유선호는 "마지막에 발견을 했지만 이미 다 와 버렸다"고 말했고, 이준 역시 "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조세호는 촬영 내내 식사를 하지 못해 경황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을 이어갔으나 문세윤이 "수박 들어줄 힘도 없었냐"고 반문하자 "오늘 일은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 분위기 그대로 흘러갔다면 멤버들이 이번 사태처럼 거센 비판을 받진 않았으리라 예상된다. 그런데 이준이 돌연 무릎을 꿇은 후 "핑계를 대자면 진짜 못 봤고, 봤어도 안 도와줬을 거다. 힘들게 들고 있으면 도와줬을 것 같은데, 아무렇지도 않게 걷는데 짧은 거리를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오지랖이 아닐까 느껴진다"고 호소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전하는 길고 긴 변명에 억울함이 더욱 강조됐다. 도움의 영역은 개인의 자유지만, 대중의 호감이 커리어로 직결되는 연예인으로서 굳이 일장연설을 늘어놓은 이유가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멤버들만의 잘못일까. '실험 카메라'의 여정을 잘 살펴보면 멤버들의 항변도 일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막내작가와 함께 걷는 동선이 너무 짧았기에 출연진들이 충분히 짐을 보지 못했을 수 있다. 특히 조세호의 경우 지난해 방송된 '홍김동전'에서는 막내작가의 짐을 보고 곧장 들어줬다. 당시 홍진경, 장우영, 주우재도 뒤늦게 짐을 발견하고 막내작가를 도왔다.
시청자들의 보일 반응을 섬세하게 예상하지 않은 점도 아쉽다. '홍김동전'의 실험 카메라 편이 논란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멤버들 모두 짐을 들었을 뿐 아니라 여성 출연진도 같은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박 2일'의 경우 제작진의 의도와 관계없이 출연진에게 요구된 '매너'가 동료로서, 혹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가 아닌 남성으로서 여성에게 갖춰야 할 호의로 비칠 수밖에 없다. 논란에 휩싸이기 너무 쉬운 상황이었다.
결정적으로 해당 이슈에 대한 제작진의 대처가 가장 아쉽다. 이 장면을 향한 부정적인 의견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KBS 측은 돌연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어떠한 사전 공지도 없었으며 영상 삭제 후에도 제대로 된 설명을 전하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해 '1박 2일'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도 거둬지지 못했다.
이번 일에 주목하고 있는 눈이 많은 만큼, 제작진의 신중한 판단이 중요한 시점이다. 6~7%대의 시청률을 고전하다 지난달부터 8%대의 시청률을 맞은 상황이니 더욱 그렇다. '1박 2일' 측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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