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 "정치요? 관심 없어요! 그들만의 리그잖아요" 청년세대의 일갈

황해동 기자 2024. 10. 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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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의 정치 무관심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이른바 무당층이라 분류되는 청년세대의 비중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청년세대가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한다. 이들의 정치 무관심은 정책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현실성 반영 측면에서도 장벽이 세워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장기적으로 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세태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청년층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 비중이 중·장년층과 노년층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국회의사당. 대전일보 DB

◇청년세대 절반 무당층… 무당층 90% "정치에 관심 전혀 없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올 6월 이후 지난달까지 18-29세의 절반가량이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이라고 답했다. 30대는 30%대 중반 수치를 나타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거나 모른다'라고 답했고, '별로 없다'도 30%대를 차지했다.

특히 18-29세 무당층의 비율은 6월 35%에서, 7월 둘째 주 38%, 7월 셋째 주 42%, 7월 넷째 주 46%, 8월 43%, 9월 45%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30대는 26%, 33%, 34%, 39%, 34%, 33%로 꾸준하다. 20대와 30대를 아우르면 70%를 크게 넘어선다.

20-30대의 무당층 비율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았다. 또 20% 초·중반대 비율을 보이고 있는 40대와 10% 중·후반대의 50대, 10% 초반대의 60대, 10% 후반대의 70세 이상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였다.

무당층의 절반 이상은 정치에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거나 모른다'라는 답을 택한 비율이 6월 55%, 7월 2·3·4째주 각각 54%·55%·60%, 8월 58%, 9월 60%로 집계됐다. '관심이 별로 없다'를 포함하면 90%를 넘나든다. 무당층이 단순히 지지정당을 찾지 못해 정치 참여를 포기하거나, 중도적 성향을 택한 것이 아니라 정치 자체를 기피하고 외면하는 현상으로 분석된 것이다.

더 큰 우려는 정치 무관심이 심화될 경우, 정치 자체를 기피하거나 '반(反) 정치' 성향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정당 구조나 선거제도뿐만 아니라 정치 일선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들을 불신하고 거부하는 의사가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고, 자신들의 정치 참여가 무의미하다고 믿는, 일종의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제도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는 데 따른, 이른바 적극적 무관심이다. 통계 수치에서 청년세대의 정치적 무관심 세태가 반 정치 성향으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엿볼 수 있다.

2024년 대전시 청소년정책제안 대회. 대전일보 DB

◇국회 신뢰도 바닥… 정쟁 일삼는 현실정치에 대한 피로감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듯 국회의 신뢰도는 국내·외 조사 모두에서 밑바닥 수준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펴낸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실린 한국행정연구원의 '2022년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 공공기관 중 신뢰도가 가장 낮은 곳이 국회였다.

국회 신뢰도는 24%에 불과했다. 지방자치단체 58.8%, 군대 53.8%, 중앙정부 50.0%, 경찰 49.6%, 검찰 45.1%에 비해 신뢰도 수치가, 검찰 제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회는 전년에 비해 10%P 떨어진 수치를 기록했다.

조사는 전년 9월부터 10월까지 전국 표본 가구의 만 19세 이상 모든 가구원을 대상으로 가구방문 면접조사 방식으로 시행됐다. 신뢰도는 '각 기관이 맡은 일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믿느냐'는 물음에 '약간 믿는다'와 '매우 믿는다'로 응답한 사람을 합한 비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9월 20일부터 12월 12일까지 만 18세 이상 한국인 2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OECD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에서도 한국 국회는 신뢰도에서 바닥을 쳤다.

한국 국회의 신뢰도는 20.56%로 OECD 30개 국가 중 28위에 그쳤다. 지난해 37.29%에 비해 16%P 이상 하락했다. OECD 평균 36.52%와 비교해도 한참 떨어지는 수치다. 한국 보다 국회 신뢰도가 낮은 국가는 체코와 칠레뿐이었다.

정당의 신뢰도는 19.54%에 불과했다. 정쟁만 일삼는 현실정치에 대한 피로감으로 볼 수 있다.

◇청년세대 대표성 강화하고 기성 정치인 인식 변화 필요

청년세대의 정치 무관심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정치가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는 고용, 학자금 대출, 주거 등 자신들이 처한 현실의 문제를 정치 영역에서 다루는 비중이 낮고 자신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일이 흔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 참여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치가 낮아지는 것이다. 복잡한 정치적 이슈와 어려운 정치 시스템도 거리감으로 작용한다.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할 청년 정치인들을 통해 대표성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 청년 유권자는 전체의 25%가량을 차지하지만 정작 청년 정치인은 전체 5%에 불과하다. 이들과 지속적 소통을 이룰 수 있는 시스템과 기성 정치인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학교에서부터 다양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정치 경험과 교육을 통해 현실정치와의 괴리를 줄여나가는 과정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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