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찰, 전자정보 저장 ‘위법’ 지적에 ‘통째 보관 근거’ 예규 일부 개정

유선희·강연주·정대연·이창준 기자 2024. 10. 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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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정효진 기자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벗어난 전자정보까지 복제(이미징)해 보관하는 관행을 두고 위법 논란이 일자 관련 규정을 일부 개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사 편의를 위해 ‘통째 보관’ 할 수 있는 근거는 남겨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7일 경향신문이 확인한 대검찰청 예규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을 보면 검찰은 무분별한 전자정보 저장이 가능하도록 한 기존 근거 조항 일부를 삭제하고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람의 참관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내용 등을 새로 담았다. 개정된 예규는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된 예규에선 대검 통합디지털증거관리시스템(디넷)에 보관한 전자정보 폐기의 예외 사항을 담은 조항(54조 2항)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압수 원인이 된 사건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관련성이 인정되는 사건에서 증거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 판결이 확정됐더라도 공범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 대해 디지털 증거를 폐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규 조항이 사라지게 됐다. 이 조항은 사실상 무관한 정보와 유관한 정보 구별을 무색하게 만들어 검찰의 무분별한 전자정보 수집을 가능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존에 포렌식 과정과 관련해 ‘피압수자 등이나 변호인에게 참관의 기회 등을 제공해야 한다’ 정도로 규정돼 있던 조항은 보다 상세하게 개정됐다. 신설된 내용은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람이나 그 변호인이 참관 일지, 장소 등에 대해 변경을 요청할 수 있고, 주임검사가 이들과 협의해 변경된 사항을 통지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다만 예규 개정으로 검찰이 무분별한 압수수색을 통해 전자정보를 통째로 보관하는 근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공판에서의 증거가치 보전을 위해 사후 검증 등에 필요한 이미지 파일을 보관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을 손보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 규정은 ‘영장 밖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대검 관계자는 “디지털 증거 관리 투명성에 대한 대외적 신뢰를 높이고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한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예규를 개정했다”고 밝혔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 위원장은 “(전자정보) 선별 작업이 끝나면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 사실과 관련 없는 정보는 곧바로 다 지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장주의 위반”이라며 “(삭제할지 말지를) 검찰 판단으로 남겨뒀다는 점에서 헌법과 관련 법률 위반이라는 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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