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당정관계 갈등' 우려 시점에 세과시 나선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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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싱가포르 국빈 방문과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차 3개국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6일 출국길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빼고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를 용산으로 불러 만찬을 했고, 여당 대표는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시점에 세결집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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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필리핀·싱가포르 국빈 방문과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차 3개국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6일 출국길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당 원내대표와 대통령 비서실장 등 여권 수뇌부가 공항에 총출동해서인지 한 대표의 빈 자리가 도드라졌다. 그 시간 한 대표는 부산에서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한 대표는 같은 날 저녁 친한동훈계 의원 20여명과의 만찬을 했다. 이어 7일에는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을 했다. 오래전 잡았던 격려 모임이라지만 원내외 인사들과 이틀 연속 대규모로 회동한 것을 두고 당내 세력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친윤석열계를 겨냥한 세과시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 대표는 만찬에서 "다음 모임은 50명으로 만들자"는 한 참석자의 말에 "자주 만나 소통하겠다"고 답했고, 원외 위원장들에겐 지구당 부활을 거듭 약속했다. 한 대표 움직임의 시점도 미묘하다. 윤 대통령과의 독대가 무산되고 윤 대통령의 원내대표단과의 만찬에 초대받지 못한 뒤 나온 점 때문이다. 한 대표는 7일에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김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며 한 대표에 대한 '공격 사주' 의혹이 제기된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 대해 "필요한 감찰을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을 김 전 행정관의 개인적 일탈로 보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또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한 대표의 태도다. 그는 전날 만찬에서 "앞으로 뭐가 나올지 모르는데, 그래도 상황을 잘 보면서 대응을 잘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그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징치(벌을 줌)해도 안되면 끌어내려야 한다"며 윤 대통령 탄핵을 시사한 걸 고려하면 한 대표의 반응 수위가 낮다는 인상을 풍긴다. 친한계와 친윤계의 충돌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과하지 않다.
국정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권 내 반목이 심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은 걱정스럽다. 의정갈등 사태만 해도 해결 기미가 여전히 보이지 않는데 당정 엇박자는 지속되고 있다. 작금의 여권 상황을 보면 국익과 민생을 제대로 챙기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든 합심해 국정을 풀어나가야 하는데도 그런 노력은 부족하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빼고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를 용산으로 불러 만찬을 했고, 여당 대표는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시점에 세결집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한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집권당 대표라면 대통령실에 대고 할 말은 하되 불필요한 갈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내부 관리에 힘쓰는 게 옳다. 지금은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 대신 반대파를 포용하고 설득하는 유연한 정치력을 보여줄 때다. 윤 대통령도 귀국하면 하루빨리 한 대표와 만나 국정을 놓고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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