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한국의 '에너지 뒷배 기술 경험'에 주목하라
필자는 대한민국의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고도 성장을 경험한 2차 베이비붐 세대다. 우리 성장은 정체되고 있지만 G1 미국을 넘보는 중국의 성장과 일본의 경제 부흥 등 주변국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필자는 '제2의 한강의 기적'에 대해 고민한다. 대한민국이 G7을 넘어 G5로 진입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대안이 에너지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 시대에는 적합한 에너지 시스템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도입이 떠오른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뚜렷한 사계절과 좁은 국토, 여름철 집중호우 등 자연조건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는 어려움이 많다. 어려운 여건에도 우리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고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확보한 신재생에너지와 기존의 화력발전, 원자력이 합쳐진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에너지 믹스'다. 다양한 에너지원의 효율적 설치·가동과 접속을 통한 혼합 운영이 중요하다.
에너지 시대에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하다 문득 한강의 기적에 큰 영향을 미친 세 명 주인공이 떠올랐다. '석유화학' '제철' 그리고 '경부고속도로'가 그것이다.
물론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산업은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든든한 뒷배 기술이다. 에너지 산업과 함께 세 명 주인공은 대한민국에 기적을 선사했지만, 최근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큰 해결과제도 동시에 안겼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석유화학산업이 어떻게 기적을 일으킨 주인공이 됐을까. 그리고 이렇게 성장한 석유화학산업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기술과 경쟁력을 보유하게 됐을까.
당시 석유화학산업은 제품 생산을 위한 기반 원료 물질 생산을 위한 필수 사업으로 산업의 핵심이었다. 때문에 이를 확보해야만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시작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화학산업의 설계, 건설, 운영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이 석유화학산업의 세계 최고 국가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최고의 뒷배 기술을 확보한 대한민국 경험은 에너지 산업의 미래 먹거리를 창조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대한민국이지만 석유에서 비롯된 석유화학산업 강국이 됐다는 점은 신기한 일이다.
에너지 산업에도 동일한 논리를 적용해봤다. 다방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산업, 이러한 신산업을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발전시켜 보자.
◇이차전지·수소 생태계 융합한 에너지 전환·변환 산업
대한민국은 에너지 섬(energy island)으로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기에 유리하지 않은 지리적 환경을 갖고 있다. 에너지 확보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어떻게든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섬에서 생산할 수 있는 타당한 방법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
이렇게 생산된 다양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운영·전환·변환하는 방법을 '에너지 산업의 뒷배 기술'로 정의하고자 한다.
1단계로 타당성이 확보된 신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확보하고,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를 우선 직접 사용하며, 석유화학산업의 화학산업처럼 전환·변환 사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차전지,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관련 에너지 생태계 구축 기술 강국이다. 세계 최고의 이차전지, 수소에너지 생태계 구축 산업이 융합된 에너지 전환·변환 산업은 미래 대한민국의 에너지 개발 방향의 강력한 뒷배 기술이다.
최근 국가 간 전력망과 해상 풍력 발전 연계 등으로 변압기, 전선(cable) 산업 분야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 2023년 대비 변압기 수출액은 81.9%, 전선 수출액은 45.7% 증가했다. 해당 분야는 에너지 산업의 성장으로 급격하게 커지고 있으며 대한민국은 해당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 인공지능(AI)의 빠른 발전으로 전기에너지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이차전지, 수소에너지 생태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미 에너지 전환·변환의 뒷배 기술은 확보한 셈이다.
인공지능은 '쩐의 전쟁' '반도체의 전쟁' 그리고 '전기의 전쟁'이라고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내용은 '전기의 전쟁'이다. 그리고 해당 전쟁터의 전기는 신재생에너지가 주인공이다. 인공지능은 대한민국의 중요 먹거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한반도 인공지능(AI)'이 개발되면서 AI 핵심인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서 대한민국이 보유한 뒷배 기술의 적극적인 활성화를 생각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존 화석연료와 달리 지리적 편중에서 다소 벗어난다. 대한민국은 태양광, 풍력, 수력, 원자력 등 다양한 기술로 확보할 수 있는 에너지를 모두 확보해 이 다양성을 풍부함으로 전환하고, 전환 기술을 바탕으로 에너지 전환·변환·관리 신사업을 창출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다양한 선진 기술 보유, 효율적인 전력망 유지관리 기술, 이차전지와 수소 생태계 기술이라는 든든한 에너지 분야의 뒷배 기술을 보유했다. 석유화학산업으로 이뤄낸 '한강의 기적'을 에너지 전환·변환 사업으로 'KE(Korea Energy)의 기적'으로 부활시켜 보자.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
국가녹색기술연구소(NIGT)를 이끄는 소장으로서 데이터에 기반한 탄소중립 기술을 선별하고 국제협력 연계를 활성화하는 전략수립 기관으로 성장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 소장은 현재 과기정통부 기후·환경연구개발사업 추진위원회 위원, 서울시 은평구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환경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하며 기후환경연구소 물자원순환연구단장을 거쳐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에너지환경기술단장을 역임했다.152편 논문과 122건 특허를 보유했다.
환경부 장관 표장 2회, 환경기술 우수상, 미래창조과학부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후정책유공자 표창, 환경산업기술원 20주년 우수기술 50선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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