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마스 ‘알 아크사 홍수’ 테러가 부른 가자전쟁 1년과 한반도

구자룡 기자 2024. 10. 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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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상대방에 대한 오판과 오산이 참상 불러
전쟁 대응은 객관적 전력보다 상대방 생각 의도 파악이 더 중요
비대칭전 중요성, 정보 실패 경각심 등 한반도 시사점 가장 많아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7일(현지시각)은 ‘알 아크사 홍수’ 작전명으로 하마스 테러가 발생한 지 1년.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인 최소 4만 1825명이 사망하고 9만 6910명이 부상했다. (알자지라 6일 보도). 유엔 추산 200여 여만 명 가자 주민 중 90%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다.

새삼 하마스 최고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나 최고사령관 모하메드 데이프는 무슨 생각으로 테러를 감행했고, 지금 같은 처참한 상황을 예상했을지 묻게 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오판과 오산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 군참모총장을 지낸 베니 간츠는 5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하마스가 테러를 감행한 이유로 3가지 정도를 꼽았다.

그것은 지하디스트(성전·聖戰)을 벌여야 한다는 신념, 이스라엘 국내 정세 혼란 이용, 이란과 ‘저항의 축’의 지원에 대한 기대 등이다.

하마스는 작전명에 성지 ‘알 아크사’를 붙인 것처럼 성전을 벌였다. 성전은 작전 성공 가능성보다 이념과 목적에 따른 맹목성이 특징이다.

간츠는 지하디스트적 요소를 과소평가했다는 군 정보 사령관의 말을 전했다. 전력상 열세인 하마스가 이런 공격을 하지 못할 것으로 이스라엘이 방심했다는 의미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베냐민 네탸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에 따른 국내 반발과 혼란으로 단결된 대응을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오판이었다.

예비군 소집을 거부했던 이스라엘 젊은 층이 시위를 즉각 중단했다. ‘아랍 전쟁’ 때처럼 소집 명령서가 전달되기도 전에 짐을 싸 전장으로 향하는 이스라엘 유학생들의 귀국 행렬도 여전했다.

간츠는 하마스 지도자가 지난해 1월 8일에 작성한 문서에 ‘알 아크사 홍수’ 계획이 실행되면 이란이 공격에 합류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는 대목이 있다고 소개했다. 결과적으로는 오산이었다.

이란과 하마스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이 지원할 것이라는 믿음이 테러 감행의 한 요인이었으나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이스라엘에 의해 차례로 격파되고 있는 형국이다.

결과는 가자 지구내 건물의 60% 가량이 파괴된 돌과 시멘트 더미만 남았다.

비대칭 기습전의 중요성 일깨워

하마스는 미사일 7000발을 동시에 쏘며 이스라엘의 철의 지붕(‘아이언 돔’) 방공망을 뚫고, 정보기관 모사드에도 일격을 가했다. 전동 패러글라이더, 오토바이 등을 이용해 기습침투하는데는 속수무책이었다.

한반도 휴전선 인근에 장사정포 1000여문을 배치한 북한은 시간당 1만 여발의 포탄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다.

레이더 포착이 힘든 수백대의 저고도 침투용 AN-2기, 대규모 특수전 부대, 각종 무인기까지 동원한 비대칭 기습전 능력은 하마스보다 우수하다. 하마스 테러 수법에 한반도가 가장 긴장한 것도 그 때문이다.

헤즈볼라 지도부 제거 ‘새 질서’ 작전이 무색한 하마스 정보 실패


이스라엘은 지난달 27일 작전명 ‘새 질서’라는 헤즈볼라 지도부 제거 작전으로 지하 18m에 은신한 하산 나스랄라 최고 지도자를 살해했다.

동원된 벙커 버스터 폭발의 위력보다 세계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나스랄라의 행적을 수년간 파악하고 있었고, 아바스 닐포루샨 이란 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이 피신을 권하러 간 시간과 장소를 정확히 파악해 타격한 이스라엘의 정보력이다.

그런 점에서 하마스 테러를 감지하거나 막지 못한 정보 실패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첨단 기술 장비에 의한 신호 정보(시긴트)에 치중하다 정작 하마스 내부의 인적 정보(휴민트), 접경 지역 감시원들의 테러 조짐 정보를 소홀히 하거나 무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6·25는 어땠나. 작전명 ‘폭풍’으로 북한의 공격이 개시되기 전까지 알려진 징후로만 보면 전쟁을 막지 못한 ‘정보 실패’는 이스라엘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북한이 공격 개시 1개월 전 38선 2마일(3.2km) 이내 주민 대피령을 내리고, 전방의 교량과 철로 보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해도 도쿄에 있는 맥아더 사령부 정보부 G-2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공격 개시 3일전까지 10개 사단 18만 명이 전방 배치되는 과정에서 나온 많은 정보들을 맥아더 사령부 등이 과소평가하고 무시했다.

철저히 대비한 이스라엘도 막지 못한 전쟁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이집트(1979년)와 요르단(1994년)에 이어 세 번째 평화협정으로 2020년 아랍에미리트와 ‘아브라함 협정’을 맺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도 수교를 추진하던 중 가자지구 하마스의 테러를 당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와의 원만한 수교를 막기 위해 이란이 하마스를 부추겨 테러가 발생했다는 해석도 있다.

중동의 지뢰밭 한 복판에 있는 이스라엘은 미국과의 동맹은 물론 주변국 외교를 다지는 한편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자체 무장을 강화하고 모사드 등의 정보력 등으로 대비했지만 하마스에 대한 방심과 오산 때문에 그들의 도발을 억지하지 못했다.

해방 이후 남한이 좌우 갈등의 혼돈속에 있을 때 6·25를 감행한 김일성은 ‘3일 만에 적화할 수 있다’는 오판과 자만심으로 38선을 내려왔다.

많은 연구자들은 김일성과 스탈린, 마오쩌둥이 6·25를 결행, 지지, 방조한 핵심적인 요소로 ‘미국이 참전 가능성이 없다’는 오판을 꼽는다.

핵과 미사일 무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은 지난 2일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방문해 “(누구든) 주권을 침해하는 무력 사용을 기도하면 가차없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적대 세력의 객관적 전력에 대한 평가 못지않게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하는 지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예나 지금, 한반도나 이스라엘, 우크라이나가 다르지 않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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