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한국술 탐방 | ‘서울의 밤 진토닉 하이볼’ 신제품 출시 더한주류 한정희 대표] “한국의 사계절을 하이볼 한 캔에 담았어요”
‘매실로 만든 드라이 진’으로 유명한 ‘서울의 밤’을 생산하는 양조장 더한주류가 한국의 사계절을 담은 재료로 만든 하이볼 신제품 ‘서울의 밤 진토닉 하이볼(이하 서울의 밤 하이볼)’을 내놓았다. 이번 신제품은 매실을 비롯해 재료가 무려 아홉 가지나 된다. 이 중 서울의 밤에도 들어가는 재료는 매실과 주니퍼베리뿐이다. 나머지 일곱 가지 재료는 하이볼에만 들어간다. 그런데 이 일곱 가지 재료가 예사롭지 않다. 우선, 한국의 사계절을 담은 재료가 많다. 봄이 제철인 매화, 녹차, 오이가 들어간다. 여름 재료로는 서울의 밤 기본 재료인 매실이다. 그리고 가을이 제철인 생강도 들어간다. 겨울에 수확하는 유자(유자 피)도 하이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다. 서울의 밤 하이볼 재료 중 사계절의 특성을 살린 것은 매화, 녹차, 오이, 매실, 생강, 유자 이렇게 여섯 가지나 된다.
9가지 재료 중 7가지는 국산 사용
그런데 이 재료를 모두 광양의 양조장 인근에서 가져온다. 봄 매화는 당연히 광양산이다. 또 다른 봄의 재료인 녹차는 하동에서, 오이는 구례에서 가져온다. 여름의 매실 역시 우리나라 최대 매실 특구인 광양 걸 쓴다. 가을용 재료인 생강 역시 광양산이며, 겨울 유자는 고흥에서 가져온다. 유자는 유자 과즙 부분이 아닌 껍질을 쓴다. 더한주류의 한정희 대표는 “유자 생과는 아무리 많이 넣어도 실제 술에 그 향과 풍미가 느껴지기 어려운 반면, 말린 유자 피는 유자 향이 술에 잘 우러난다”고 말했다. 주니퍼베리 역시 광양에서 기른 걸 쓴다.
그러나 국내산이 아닌 것도 두 가지 있다. 고수 씨와 계피는 외국산이다. 더한주류는 지역산 재료를 주로 쓰는 지역 특산주 양조장이다. 그래서 가급적 지역 농산물을 술의 주재료로 쓰고 있다. 서울의 밤 하이볼에 들어가는 아홉 가지 재료 중 일곱 가지가 지역 농산물이다. 그런데 국산 농산물 사용에 대해 한 대표는 다소 태도가 유동적이다. “국산 농산물만을 술 재료로 사용해야 제대로 된 한국 술이라 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대부분이 국산인 재료와 달리 외국에서 들여온 고수 씨와 계피를 하이볼 재료로 쓴 것은 전체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사실 고수 씨와 계피를 굳이 넣지 않아도 하이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100% 국산 농산물을 사용했다고 홍보하기도 좋다. 하지만 술의 향과 맛이 더 좋아진다면 외국산 재료를 쓰는 걸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역 특산주를 포기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재료로 술을 만들고 싶다. ‘지역 농산물만을 사용하겠다’는 생각에 매몰되지 않고, 외국산 재료를 넣어 맛 자체가 더 풍부해지고 균형이 좋아진다면, 우리는 그쪽(외국산 사용)을 택할 것이다.”
양조장에 로봇팔 장비 도입
2021년에 준공한 더한주류 광양 제2 양조장을 취재차 방문했는데, 3년 만인 지난 8월 초 다시 광양 양조장을 방문했다. 코로나19 와중에 5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광양 양조장을 지은 데 이어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해서, 하이볼 캔 생산 설비를 들여놓았다. 지난번에는 볼 수 없었던 거대한 로봇팔이 캔 박스, 병 박스를 쉴 새 없이 팔레트에 실어 나르고 있었다. 한 대표는 “1분에 캔 라인은 200캔, 병 라인은 100병씩 생산돼 차곡차곡 상자에 담기면, 로봇팔이 팔레트에 옮겨 담는다”고 말했다. 로봇팔 장비가 없을 때는 직접 사람이 하던 일이다. 캔 생산 설비만 새로 들여온 게 아니다. 짧은 시간에 술을 살균하는 살균 장비, 영상 0도에서 2도 사이에서 탄산을 주입하는 설비 등이 이전에는 없던 장비다.
사계절 제철 재료로 만든 하이볼
더한주류는 이번에 하이볼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홍보 팸플릿에 ‘한국의 사계절을 담은 순수한 향연’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미 언급했듯이 아홉 가지 재료 중 여섯 가지는 춘(매화·녹차·오이)하(매실)추(생강)동(유자) 사계절 제철에 나는 걸 썼다. 하이볼 제품 중에 서울의 밤 하이볼처럼 다양한 재료를 쓴 제품은 없다. 하지만 워낙 여러 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서울의 밤 하이볼을 마셔보면 어느 재료 하나 튀는 게 없다. 거칠게 말해, 이도 저도 아닌, 특징 없는 하이볼이란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한 한 대표의 답변이 궁금했다.
“쌀로 만든 증류식 소주가 막걸리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술인 것과 달리, 주니퍼베리가 들어간 진(gin)은 서양 술로 각인돼 있다. 주니퍼베리를 일부 넣어 진으로 만든 서울의 밤이 국산 매실이 기본 재료인 한국 술인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울의 밤 하이볼은 한국의 사계절을 대표하는 재료를 모두 썼다. 자연이 전하는 순수한 맛을 소비자가 느끼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체의 인공 향료 없이 제철에 나는 보태니컬(식물 재료)로 세상에 없던 하이볼을 만들고자 했다. 서울의 밤 하이볼 한 캔을 마시면,한국의 사계절을 온전히 다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봄의 매화·녹차·오이 향기를, 여름의 매실, 가을의 생강, 겨울의 유자 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레시피를 구성했다. 물론 아무리 섬세한 소믈리에라도 아홉 가지 재료 향을 각각 다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요즘 막걸리에 향과 색소를 첨가하는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지 않은가.
무릇 막걸리든, 증류주든 술의 향을 인공 향료로 내도 되게 한다면, 어느 양조 업자가 비싼 재료를 사용해 순수한 술을 굳이 만들겠다고 하겠나. 서울의 밤 하이볼 역시, 일체의 향을 첨가하지 않고, 순수한 재료로만 만들었다.
그런데 기존 하이볼 생산 업자들은 생각이 좀 다른 것 같다. 대부분의 하이볼은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으면서 레몬, 자몽 같은 향 나는 향료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걸로 안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인공 향이 들어간 기존 하이볼은 특정 향이 강한 반면, 아홉 가지 재료가 들어간 서울의 밤 하이볼은 ‘도대체 무슨향이 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다소 밍밍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재미있지 않겠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서울의 밤 하이볼을 찬찬히 마시면서 매실부터 계피까지 아홉 가지나 되는 하나하나의 향을 찾아보는 여정을 밟아보는 것이.” 다음은 일문일답.
하이볼 개발에 1년 걸렸다고.
“아홉 가지나 되는 재료를 넣다 보니, 경우의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우선, 증류 방식도 서울의 밤과 약간 달랐다. 감압증류 방식을 택한 서울의 밤과 달리, 하이볼은 상압으로 내린 증류 원액 일부를 감압증류 원액에 섞었다. 어떤 재료는 증류 원액에 침출하는 것도 있고, 증류 장비의 진 바스켓에 넣어 향을 뽑아내기도 했다. 침출 기간도 다 달랐다. 어떤 재료는 2~3일, 또 어떤 재료는 100일간 침출하기도 하고. 이런 여러 경우의 수를 다 채우다 보니 시료가 1000개를 넘었고, 개발 기간도 1년이나 걸렸다.”
기존 하이볼보다 단맛이 덜하다는 지적이 많다.
“당도는 포도당, 올리고당으로 조절했다. 하지만 가급적 당도를 낮추려고 애썼다. 시중에 나와 있는 하이볼은 대부분 단맛이 강하다. 그러나 내가 서양에서 맛을 본 하이볼이나 내가 원하는 하이볼은 드라이(단맛이 적은)하다. 수백 번 당도를 바꾸면서 레시피를 조절해 갔는데, 당분 함량은 최대한 자제했다. 실제로 서울의 밤으로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는 사람 중에는 단맛이 강한 토닉워터 대신 드라이한 스파클링 워터(소다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까지 감안해 단맛이 덜한 하이볼 제품을 만들었다.”
하이볼 알코올 도수를 7도로 정한 이유는.
“여러 도수의 하이볼을 만들어봤다. 개인적으로는 9도짜리 하이볼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7도가 더 무난할 것으로 봤다. 시중에 있는 하이볼은 5도 제품이 많은데, 다소 높은 7도로 한 이유는 수출까지 염두에 둔 때문이다. 외국에는 하이볼 7도가 가장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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