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심장 분야는 아웃사이더… 과감한 투자 시급” [차 한잔 나누며]
국내 수술 가능한 곳 한 자릿수
최고 난도 요구… 의료진 태부족
적자 탓 병원 내에선 홀대 받고
환자 측 소송 부담도 기피 원인
“어린이병원이 ‘어른 병원’에 기생
이 시스템부터 바꾸는 게 급선무”
“어른과 어린이 싸움은 100% 어른이 이기게 됩니다. 의료 시스템도 마찬가집니다. 어린이를 따로 보호해주지 않으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돼 있습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뉴스위크가 선정한 10대 어린이병원에 들지만 정말 부끄럽게도 어린이병원 의료진이 성인 수술을 하기 위해 애씁니다. 계속 적자가 나니 그를 메우기 위해서 어른 수술이라도 하려는 것이죠.”
이제는 그 소아 심장 수술이 가능한 곳이 전국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기피과 ‘투톱’인 흉부외과와 소아과가 만났으니 의료진 기근이다.
김 교수는 기피 원인으로 높은 소송 위험, 병원 홀대, 열악한 근무 여건을 꼽았다. 소아외과의 원가 보존율은 70% 수준이다. “주사 하나를 놓을 때도 소아는 여러 명이 달려들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리는데 수가 차이가 안 나니 진료할수록 적자입니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도 매년 100억원 이상 적자가 납니다. 그렇게 병원에서 소아 심장 분야는 ‘아웃사이더’입니다. 병원 회의에서조차 ‘소아 심장 수술 몇건 없네요’라고 말합니다. 수술 횟수도 많지 않고 돈도 못 번다는 핀잔이죠. 그런데 1시간이면 끝나는 수술 수십번 하는 것이 과연 소아 흉부외과의 존재 이유일까요? 돈 많이 버는 과가 큰소리치는 게 아니라, 사람 살리는 필수과가 병원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죠.”
병원 홀대도 서럽지만 환자에게서 위안을 받기도 어렵다. ‘소송의 위험’ 때문이다. “소아 수술은 기대여명이 길다 보니 소송이 걸리면 10억원씩 나옵니다. 어떤 병원이라도 1∼2번 소송 걸리면 소아 심장 수술을 접게 됩니다.”
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여러 병원에서 ‘위험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던 한 선천성 심장병 환자도 2번의 수술을 받은 이후 소송을 걸었다. “멀쩡하게 걸어 들어간 아이”가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였다. “저도 그만두고 싶은 소아 흉부외과를, 누구에게 권할 수 있을까요. 한 사람의 미래를 생각하면요.”
지금이라도 꺼져가는 소아 심장 분야에 심폐소생은 불가능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병원이 ‘어른 병원’에 기생해야만 하는 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기승전 ‘수가’라고요? 네. 맞습니다. 그게 전제되지 않고서는 한발도 더 못 나갑니다. 병원이나 의사 내에서 ‘합의안’ 가져오라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흉부외과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려서 ‘이제 소아 심장은 포기하자’는 말까지 나옵니다.”
고령층 간병비에 10조원을 투입하듯 소아 분야에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 20∼30위권에 있는 병원의 교수·펠로 수가 서울대 어린이병원보다 10배는 많은 것이 현재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력하게 정부를 성토했지만, 김 교수는 그동안 의료 시스템을 받쳐주는 버팀목이었다. 지난 2월 전공의 사직으로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단톡방에 교수 당직 인력 파악하는 메시지가 올라오자 그는 ‘1호’ 교수 당직을 자처했다. 노교수의 솔선수범에 김 교수 ‘밑으로는’ 자연스럽게 줄이 세워졌다.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왜 남들이 마다하던 수술을 해 소송에 걸렸을까. 그는 다른 여성 환자의 얘기를 꺼냈다.
“똑같은 상황의 선천성 심장병 여성 환자가 결혼을 앞두고 위험한 수술을 결심했습니다. 심장판막 중 2개가 새고, 기능이 너무 나빠 3번에 걸쳐 해야 할 수술을 24시간 동안 한 번에 했죠. 수술 중간 심정지가 와 심폐소생술도 하고 겨우 고비를 넘겼습니다. 퇴원 후 외래 진료를 오지 않아 걱정돼 집까지 찾아갔는데 애 낳고 잘 살고 있었습니다. 첫째는 기적이지만 심장에 무리 가니 둘째는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이후에 또 애를 하나 더 낳았더라고요. 이건 기적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어요. 수술을 안 해도 죽는데, 수술을 하면 1%의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분명히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거부하면 환자는 어떻게 하나요. 법적으로 안전하기 위해서 못하겠다고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 소송은 어떻게 됐을까. 소송 기간 아이의 심장이 나빠지자, 부모는 김 교수에게 3차 수술을 부탁해왔다.
“원망스럽지 않냐고요? 저도 사람인데 원망스럽긴 하죠. 그런데 아이는 살려야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소송보다 아이가 수술이 가능한 상태일지, 그게 더 걱정일 뿐입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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