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종민 “민주당·조국혁신당 모두 한계…단순히 정권교체만 외쳐선 안 돼”

이원석·변문우 기자 2024. 10.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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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래 탈당한 김종민 의원 “무소속 아닌 ‘현장소속’…새 상상력 발휘할 것”
“이재명·김건희 유·무죄, 韓에 결정적 사안 아냐…민생·미래 문제 해결할 리더십 절실”
“진보정부 출범이 최종목표여선 안돼…30년간 실패한 저출생·양극화·지방소멸 해결해야”

(시사저널=이원석·변문우 기자)

지난 9월1일 김종민 의원은 소속 정당이던 새로운미래(현 새미래민주당) 탈당 소식을 전격적으로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22대 총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 체제를 비판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이낙연 전 대표 등과 함께 신당을 꾸렸고, 이후 총선에서 세종갑에 출마해 같은 당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당선됐다. 그런 그가 한 번 더 탈당해 무소속으로 남기로 결심한 이유는 뭘까. 시사저널은 9월30일 김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탈당 발표 후 처음 가진 언론 인터뷰다.

김종민 무소속 의원이 9월30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새미래도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탈당을 결심한 이유를 직접 듣고 싶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여러 목소리를 내다보니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 행보를 하게 됐다. 부담이었지만, 익숙했던 정치에서 벗어나 한국 정치에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새미래 역시 이낙연 전 대표 중심, 반(反)이재명, 반민주당 같은 좁은 틀에 갇혀 벗어나지 못한 걸 부인할 수 없었다. 기존 정치 틀을 벗어나 기성 정치와는 다른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소속으로서 자유로운 활동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해 탈당을 결심하게 됐다."

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봤나.

"지금 대한민국 정치 방식으로는 민생이나 미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세상이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 지방소멸이 심각하다.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사회가 크게 변화할 가능성도 크다. 기후위기는 또 어떤가. 그런데 지금 한국 정치는 정치 지도자들의 사법 문제에 올인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유죄가 되던 무죄가 되던 대한민국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은 아니다. 김건희 여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과연 우리 정치에너지가 다 동원되는 게 바람직한가."

구체적으로 어떤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가.

"지금 한국 정치에 가장 중요한 건 사회적 합의다. 저는 어떤 기발한 정책이 나와서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좋은 정책들은 많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민주적 합의가 없는 것이다. 의-정 갈등 문제도 그렇지 않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민주적 합의가 없었던 것 아닌가. 이제 더 이상 지도자의 권위를 그대로 따라가는 시대가 아니다. 합의라 하더라도 민주적 합의가 아니면 존중되지 않는다. 이 민주적 합의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 민주적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나 전략, 정치적 리더십이 대한민국에 존재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걸 위해 무소속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려는 건가.

"지금의 집권여당이나 180석의 야당이 민주적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 국회에만 맡기면 되겠느냐라고 한다면 회의적이다. 시민들의 직접 참여,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의료 문제, 원전 문제, 심지어는 김건희 여사 특검을 할지 말지도 지금의 정치권 또는 대통령한테 맡겨선 안 된다. 그렇기에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무소속이라는 공간이 훨씬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확히는 '무소속'이 아니라 '현장소속'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의도가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찾고, 발굴하고, 대화하는 걸 통해 민생을 위해 어떤 민주적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새로운 길을 나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더 자유로울 수도 있겠지만, 무소속으로서의 한계도 있지 않겠는가.

"국민 뜻이 있는데 야당이 180명이라고 자기들 마음대로 하면 국민들에게 비판받지 않겠나. 저 한 명이라도 나가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엔 뭉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스노우볼이 필요하다. 작고 단단한 스노우볼을 굴리면 눈이 뭉쳐진다. 눈은 지금 엄청나게 쌓여있다. AI시대, 지방소멸시대 퍼펙트 스톰을 앞두고 현장에 많은 갈증과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현장에 그런 에너지가 없다면 제 시도는 실패하겠지만, 실제 존재하고 있다면 저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 1년이 될지 6개월이 될진 모르겠다. 현장의 에너지들과 대화를 하고 난 뒤에 민주당이든 조국혁신당이든 신당이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지 않겠나 보고 있다."

'현장소속'이 될 것이라는 김종민 의원의 청바지·운동화 차림이 눈에 띄었다. ⓒ시사저널 박은숙

얼마 전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정부가 국회 추천 총리를 임명해 '국민통합정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뭔가.

"지금 대한민국이 상당히 어렵다. 그걸 풀기 위해선 우선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은 소통을 통한 통합이라고 본다. 윤 대통령이 48%(47.83%) 득표율로 당선이 됐는데, 그럼에도 100% 행정권을 주는 이유는 100%를 위해 열린 태도로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건 헌법상 책무다. 그걸 못하면 헌법과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다.

의회제 나라는 정부 구성할때 각 정당이 표 얻은 만큼만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정부구성 권한을 갖는다. 다만 어떤 식이든지 반드시 국회와 협력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도 프랑스도 그렇게 한다. 우리 헌법도 국무총리 국회동의제, 국무총리 인사제청권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 구성할 때 국회와 협력하라는 명령이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인사에 있다고 보는데, 저는 처음에 한동훈 대표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할 때 이미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봤다."

왜 그렇게 봤나.

"인사를 할 때 누굴 임명해도 반발은 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다른 편에 강하게 비토 되는 인사를 통해 국정운영을 하게 되면 100%의 국민통합정부가 될 수 없다. 이른바 승자독식 정부가 되는 것이다. 반대쪽에 있는 국민 50%는 버스에 안 태우고 개문발차한 것이다. 국민들은 뛰어오도록 하고 윤석열 버스는 혼자 가는 것이다. 이렇게는 오래 못 간다. 대통령은 헌법상 국회와 같이 호흡을 맞춰서 국무총리를 임명하게 돼 있다. 야당과 싸우는 정부가 돼선 안 된다. 첫 단추부터 다시 끼우고 국민통합정부로 가야 한다."

"대통령 먼저 바뀌면 야당도 바뀔 것"

대통령 지지율이 20% 최저치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나 노무현 정부도 지지율이 많이 낮았던 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두 정부 때와 양상이 또 다르다고 본다. 지지율이 앞으로 반등할 수 있으면 괜찮겠지만, 지금은 가장 강력한 반대가 있는 20%다. 70% 반대 의견 중 적극 반대가 소극 반대보다 더 크다. 그게 문제의 핵심이다. 윤석열 정부가 위험한 걸 떠나 대한민국의 위기다. 만일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았다면 의대 정원 문제도 해결했을 거다. 지금 상태에선 어떤 문제도 국민들이 안 된다고 하면 (추진)할 수 없다.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

거대 야당은 어떤가. 잇단 특검 발의, 입법 독주로 극단 갈등을 키운다는 시각도 있다.

"야권이 일방 독주한다, 탄핵과 특검 남발한다는 비판이 많다. 일리 있는 비판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비판들이 다 묻힌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강해서 그 비판들을 다 덮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자신들을 향한 비판을 체감하기 어렵다. 일단 대통령이 바뀌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그러면 야당은 자연스레 바뀌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재명 대표와 김건희 여사 등의 사법리스크가 정치권을 휩쓸고, 굉장히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데.

"블랙홀이다. 그런데 언론이나 정치권에 제안하고 싶은 건 사법 문제에 대한 논쟁은 정치권이 그만했으면 좋겠다. 사법은 사법만의 길, 문제 처리 방식이 있으니 거기 맡겨야 한다. 정치는 정치의 길을 가야 한다. 대화와 합의가 정치이지 상대방을 감옥에 보내는 게 정치가 아니다. 윤석열 정권이 이렇게 오게 된 것도 정권을 잡자마자 자기편은 봐주고, 야당에 대해, 이재명 대표에 대해선 말할 것도 없고,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까지 과도하게 수사하면서 2년 반을 보내고 있는 것 아닌가. 이는 정치 수사다. 서로 망하는 길이다. 일방적 정치 수사와 감사도 없어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통합정부로 갈 수 있다."

현재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새미래 등으로 진보 진영이 파편적으로 흩어져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친명계와 비명계가 갈려 분열이 계속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는데.

"저는 어떤 식으로든 진보 진영이 연합이나 협력을 필요로 할 것이라 본다.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운 정부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지 않나. 그걸 위해 어떤 식으로든 협력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단순한 정권교체만으로는 세상이 좋아지지 않는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15년간 진보적 정부가 국정운영을 했다. 잘한 일도 많고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출생률은 최악이 됐고, 양극화는 극심해졌다. 균형발전을 위해 정치적 승부를 보다시피 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포함된 30년 동안 지방소멸은 막지 못했다. 진보적인 정부가 들어서는 게 최종 목표가 돼선 안 된다. 그건 하나의 과정이자 방법이다. 그 이상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많다."

김종민 의원은 "진보가 정권을 잡는 걸 넘어서서 세상을 바꾸는 길에 나선다면, 더불어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 등 야당과 얘기할 거리가 생긴다면 협력이든 입당이든 어떤 선택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구체적으로 진보 진영이 어떻게 해야 하나.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비전을 갖춰야 한다. 비전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 전략의 핵심은 민주적 합의다. 민주적 합의가 없으면 민생과 미래를 해결할 수 없다. 정책이 없어서가 아니다. 민주적 합의라는 게 그냥 대통령이 밀어붙이거나 국회에서 숫자가 많다고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시대는 갔다.

정권 잡고, 국회의원 많이 당선되는 게 민생과 미래를 해결하는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결국 우리 정치에 민주적 합의를 만들어낼 능력이 있느냐, 이게 핵심이다. 민주적 합의를 위한 방법, 상호 존중과 신뢰의 문화, 민주적 리더십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 이걸 만들어가는 중심세력이 있어야 한다. 상대를 공격하는데 유능한 정치세력은 많지만, 상대를 설득하고 합의해내는데 유능한 정치 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걸 만들어 내야 한다." 

그 논의를 위해 진보 진영과 언제든 협력 혹은 합류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단순히 정권교체만 외쳐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지금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 등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2년간 진보 진영이 이걸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조국혁신당과 협력하거나 새로운 당을 만들거나 여러 길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이런 과정 속에서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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