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한은, 정보 접근권 한계” 한목소리… 비은행 자료 요구권 확대되나
비은행 PF부실 위험 증가… 그림자금융 926兆
“한은, 비은행권 부실 위험 정보 취득·관리 한계”
한국은행이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금융기관에도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한은의 제한적인 정보 접근권을 지적하며 개선방안이 담긴 법안을 발의하는 등 법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0일 한국은행이 저축은행과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에 자료제출 및 검사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국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 최은석·정성호 의원, 한은 자료제출요구권 확대 안건 발의
현행법상 한은은 통화신용정책 수행에 필요한 경우 ▲은행과 은행지주회사 ▲금융기관이 아닌 자로서 금융업을 하는 자 중 한은과 당좌예금(시중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 거래약정을 체결한 자 ▲금융기관 중 자산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 등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자산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은 자료제출 요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최 의원은 자료제출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에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2조에 따른 금융기관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금산법 제2조에는 은행과 장기신용은행, 보험회사, 상호저축은행, 신탁업자, 종합금융회사, 금융지주회사 등을 금융기관으로 정의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은의 자료제출요구 대상기관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최 의원은 또 통계자료의 수집·작성 과정에 자료와 정보제출을 요구받은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따르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현재는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법인 또는 개인이 통계자료 수집·작성을 위한 자료 및 정보 요구를 받더라도 이에 응할 의무가 규정돼있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6일에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슷한 내용을 담은 한국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금산법상 명시된 금융기관 전체를 한은의 자료제출요구 대상기관에 포함시키자는 것이 골자다. 다만 최은석 의원의 개정안과 달리 저축은행과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는 대상기관에서 제외됐다.
정 의원은 발의안에서 “한국은행의 자료제출요권이 제한돼 비은행권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사전 정보취득 및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비은행 비중 48.4%… PF부실 확산에 한은 관리 필요성 커져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한은의 자료제출요구권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비은행 부문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은행 부문이 전체 금융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총자산 기준)은 2010년 40.3%에서 2020년 48.4%까지 커졌다.
최근에는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증가하면서 한은의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은행권이 보유한 부동산 그림자 금융(PF대출·보증, PF유동화증권 등) 규모는 92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4.2배 수준이다.
한은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비은행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올해 7월 공개시장운영 대상에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신용협동조합중앙회 등 6개사를 추가했다. 비은행권이 환매조건부매매(RP)를 통해 국채 등을 담보로 맡기고 한은으로부터 단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융안정 지표도 개편했다. 단기 금융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 구성 항목에 지난해 말부터 비은행권 부문을 추가했다. 또 부족한 자금을 한은으로부터 차입할 수 있는 ‘은행권 상시대출제도’의 적격담보 범위를 확대하면서 비은행권에도 담보 확대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적격담보란 각 금융기관이 한국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제공하는 담보로, 대상이 되는 담보의 범위가 늘어나면 금융기관의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자료제출 등 기본적인 정책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한은이 비은행권의 부실 문제를 관리하기는 역부족이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재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비은행 금융기관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감독 권한)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1차적으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해 공동검사나 자료제출을 더 요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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