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응, '양육·보육 집착'부터 내려놔야
김지영 이투데이 인구정책전문기자
국무조정실 아동정책조정위원회 민간위원
저출산의 원인은 시기별로 다르다. 2000년대 중반까지 합계출산율 감소는 주로 기혼여성의 출산 기피로 초래됐다. 이 시기 출산 기피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관련이 깊다. 신혼부부 3쌍 중 2쌍은 홑벌이던, 주로 남편이 가장이던 시절에 남편들이 대거 실직하거나 일용직으로 전락했다. 아내들이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일·가정 양립 여건과 보육 인프라, 보육·양육비용 지원이 형편없던 환경에서 아내들의 경제활동 참여는 곧 출산 포기로 이어졌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기혼여성 출산율은 회복됐지만, 혼인이 늦어지면서 신혼부부 연령대가 상승하고 전체 혼인 건수가 급감했다. 신혼부부 연령대 상승은 가임기간 단축에 따른 난임·불임 증가로 이어졌다. 일부는 40대 이후에도 혼인을 거부하거나 포기하는 '영구 미혼자(특정 연령대를 기준으로 한 생애 미혼자)'가 됐다. 출생아 대부분 법률혼 관계인 부모로부터 태어나는 한국 풍토에서 영구 미혼자 증가는 출산 감소로 직결된다.
이런 혼인 지연·감소에는 여러 요인이 얽혀있다. 통계적으로 확인 가능한 대표적인 요인은 청년층의 서울 등 수도권 쏠림이다. 서울이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청년층의 과도한 인구밀도는 채용시장, 주택시장 등에서 경쟁을 유발한다. 안정적 고용·주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혼인·출산은 진입장벽이 높다. 특히 2015년부터 20대 여성의 서울 쏠림이 두드러진다. 그 결과로 서울의 20대 후반 성비(여자 100명당 남자 수)는 전국 성비보다 20명 가까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에 몰린 20대 여성들에게는 혼인·출산이 경쟁 과정에서 기회비용이 된다. 혼인시장에서도 경쟁이 발생해 '결혼할 만한' 상대를 찾기 어렵다. 혼인하더라도 가정 내 성역할 불평등, 친정과 물리적 거리 증가, 먼 출퇴근 거리 등으로 출산을 꺼리게 된다.
문제가 달라졌다면 대응도 달라져야
이를 고려했을 때, 정부는 내년에 수립할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혼인 지연·감소와 청년층 서울 쏠림을 해소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혼인 지연·감소에는 혼인·주거비용 지원, 신혼부부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로 대응해야 한다. 함께인 삶이 혼자인 삶보다 이익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더불어 혼인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혼인·양육비용 공개로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추고,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 내실화로 혼인·출산·육아의 기회비용을 줄이는 게 예시다. 청년층 서울 쏠림의 답은 '일자리'뿐이다. 제조업과 건설업, 농림어업에 목매는 지방에서 고학력 여성은 갈 곳이 없다. 지방대학 기능전환을 통해 지역 내 일자리를 유지하고, 일자리 알선과 저비용 매입임대 등 방식으로 인구를 유치해 자생적으로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조직 개편 넘어 인적 개편 필요
무엇보다 2015년 이후 정부는 오진을 반복해왔다. '진짜 문제'를 판단할 능력이 없는 무능이거나, 알면서도 외면한 무책임이다. 둘 중 무엇이든 더는 청진기와 메스를 맡기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로 개편하는 건 시의적절하다. 다만, 인구부 신설이 목적이 돼선 안 된다. 진정한 조직 개편은 인적 개편으로 완성된다. 논의구조 전반을 개편한다는 목표 아래 수단으로서 인구부 신설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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