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주민소환, 양날의 검

최윤필 2024. 10. 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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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 공무원을 임기 중 쫓아낼 수 있는 합법적 제도로 탄핵과 국민(주민)소환이 있다.

미국 역사상 두 명의 주지사가 주민소환으로 쫓겨났다.

그는 1910년대 말 농업 불황기에 금융 제분업 등 기간산업을 주정부가 직접 운영하려다 자유주의 독립사업자들과 알력을 빚었고, 결국 주민소환 선거에서 박빙의 표차(50.94대 49.06)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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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주민소환
2005년 주민소환 선거로 캘리포니아 주지사에서 낙마한 비운의 정치인 그레이 데이비스. AP 연합뉴스

선출직 공무원을 임기 중 쫓아낼 수 있는 합법적 제도로 탄핵과 국민(주민)소환이 있다. 전자가 주로 위법행위에 대한 조치라면 후자는 ‘불성실 행위’ 등 보다 광범위한 평가와 책임 추궁이 가능한 제도다. 대신 후자는 구체적 판단 근거가 없어 논란의 소지가 있고 대의정치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선출직 공직자는 권력의 대리인으로서 자신의 가치관에 충실해야 하는가, 단순한 권력의 수탁자로서 유권자의 뜻에 따라야 하는가란 질문도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50개 주 가운데 19개 주와 워싱턴DC가 각기 다른 주민소환선거(recall election) 또는 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두 명의 주지사가 주민소환으로 쫓겨났다. 1921년 노스다코타주 린 프레이저(Lynn J. Frazier)와 2003년 캘리포니아주 그레이 데이비스(Gray Davis)였다.
1917년 선거에서 79%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된 프레이저는 19년 석탄파업 당시 계엄령을 발동해 탄광을 장악한 뒤 노조와 함께 광산을 운영, 정상화시킨 바 있던 좌파 성향 정치인이었다. 그는 1910년대 말 농업 불황기에 금융 제분업 등 기간산업을 주정부가 직접 운영하려다 자유주의 독립사업자들과 알력을 빚었고, 결국 주민소환 선거에서 박빙의 표차(50.94대 49.06)로 패했다. 하지만 그는 이듬해 상원 선거에서 당선돼 41년까지 연임했다.

데이비스의 발목을 잡은 건 전임자가 서명한 ‘주민발의안 제187호’ 법안이었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비응급의료와 공교육 서비스 제한을 골자로 한 법안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그는 마침 연방지방법원이 위헌으로 판결하자 항소를 포기했다. 닷컴버블(1996~2000) 붕괴와 전력위기(2000~01) 등이 겹치며 그는 2003년 10월 7일 소환투표에서 55.39%의 지지율로 쫓겨났고, 영화배우 겸 공화당 정치인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그 자리에 앉았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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