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통일’…대화의 물꼬를 틀 실마리는? [오상도의 경기유랑]
‘10·4 남북정상선언 17주년’ 환영사에 담겨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의 꿈…경제통일의 길
구체적 실천방안은 과제로…혜안 제시해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내놓은 ‘경제통일’은 어떤 모습일까.
경기도청을 깜짝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 앞에서 김 지사가 꺼내 든 이 단어의 성격과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나흘 전 결정된 전직 대통령 부부의 첫 경기도청 방문은 이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직원들은 손팻말을 들어 환영했고, 김 지사의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이어진 대화는 40분을 훌쩍 넘겼다.
당일 오후 개막한 10·4 선언 기념식의 분위기 역시 남달랐다.
김 지사는 “남북 간 자유로운 경제 교류와 협력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든든한 뿌리가 될 것”이라며 경제통일이란 단어를 끄집어냈다. 남북대화가 단절되고 상대방을 궤멸시킬 핵무기와 전술무기의 성능만 언급되는 ‘경색 정국’의 한가운데서 튀어나온 생소한 단어는 엉뚱하게 들릴 만했다.
하지만 경제부총리 출신 도백(道伯)이 꺼내 든 카드인 만큼 그 진중한 의미와 로드맵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역대 민주당 정부의 평화를 위한 비전과 철학을 언급하며 ‘경제통일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역대 민주당 대통령들의 평화경제 철학과 비전을 잇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경제통일을 “남북 간 대화와 신뢰를 기반으로 상품·자본·기술·사람의 교역과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통해 서로 간의 이해를 높이면서 상호 번영의 틀을 만들고, 경제 교류·협력을 바탕으로 동북아와 북방으로 우리의 경제영토를 넓혀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로드맵이 전례가 없었던 건 아니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에 따르면 김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4 선언’을 평화경제 선언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공동선언이 아닌 이유는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제2개성공단 같은 구체적 구상과 비전이 담겼기 때문이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은 빨갱이 소리까지 들으면서 첫 남북정상회담을 열었다”고 했다. 과거 김 전 대통령이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 △군비통제 실현 △남북 연합 구성 등 단계적 통일을 주장했던 걸 언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차례로 소환하며 “세 분 대통령의 담대한 용기가 한반도 평화를 이끌었다. 이들이 통일의 초석을 깐 대통령으로 우리 역사에 기억되도록 이어달리기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다시 날을 세웠다. ‘궤도이탈’, ‘역주행’이라고 주장하며 “오늘, 우리의 마음은 몹시 무겁다”고 말했다.
◆ 北 비대칭 상호주의 극복할 혜안은?…숙제 남겨
다만, 끝을 알 수 없이 번지는 남북 간 갈등을 어떻게 풀고 대화의 실마리를 마련할지에 대해선 구체적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았다. 일부 야당 정치인들 사이에서 “이제 정치적 통일은 물 건너갔다”는 비관론이 팽배한 가운데 비대칭 상호주의를 극복할 혜안이 나오지 않은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은 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배제를 토대로 화해와 교류협력이라는 물꼬를 텄다. 참을성 있게 북측의 무력도발을 지켜보면서도 경제협력과 정치를 분리하는 원칙을 고수했다.
대권행보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김 지사는 앞으로 경제통일에 관한 구체적 로드맵과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부르며 자신들의 헌법에 주적으로 명기한 북측의 무력시위 앞에서 어떻게 실타래를 풀지, 솔로몬의 지혜가 궁금한 이유다. 김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논리와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향후 중요한 정치 행보가 될 전망이다.
김 지사는 남북정상선언 기념식에 이어 5일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DMZ 평화 걷기’ 대회에 참석해서는 “평화는 말이 아닌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종적을 감춘 평화 컨센서스를 되살리고, 적대적 두 국가의 대화 물꼬를 틀 첫걸음은 구체적이고 실증적이어야 한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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