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일찍 취직하는 것이 저출생 해법

한국의 저출생 담론은 성장 동력이니 경제적 손실 측면만 바라보고 있다. 정작 문제는 아이를 낳고 싶은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여건이 좋지 않아 출산을 포기하는 현실 아닐까.
한국 직장인들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일에 쏟는 반면 커리어는 너무 짧다. 청년들은 20대를 학위, 외국어 공부, 자격증, 인턴십 등 ‘스펙’을 쌓는 데 보낸다. 평균의 삶을 영위할 만큼의 직장을 얻기 위해 엄청난 희생과 노력을 기울인다. 군 복무 기간이 줄었음에도 신입 사원 입사 평균연령은 1998년 25세에서 현재 31세로 높아졌다. 이 과정에 지쳐 일할 의지를 아예 잃어버리는 ‘니트족’까지 생겼다.
최근 만난 한 인사는 “사회와 생물학이 우리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사회가 기대하는 인생 코스 순서가 직장-결혼-자녀이기에 사람들이 30대 중반부터 아이를 낳기 시작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기간이 크게 줄어들어 과거에는 ‘노산’이었던 나이가 이제는 평균 출산 연령대가 되었다.
대다수 다른 나라에선 청년들이 정규교육을 마치자마자 일을 시작한다. 과거 필자가 스위스의 금융권에서 일할 당시 고소득 은행원 친구들이 어떤 학위도 없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은행에 연수생으로 입사해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대학 졸업 이후에도 수년간 스펙 쌓기 과정을 거친다. 원하는 회사 입사에 실패하면 스펙을 더 쌓아 또다시 지원하기를 반복한다. 그러한 과정이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판단은 유보된다. 모두들 그런 과정을 거친다는 이유로.
향후 한국이 직면할 경제적 문제의 본질은 계속 늘어날 은퇴자를 감당할 젊은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청년들이 치열한 경쟁 과정을 줄이고 더 일찍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면 커리어는 4분의 1 정도 더 늘어날 것이고 공공 재정 확충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사회적 가임기’도 늘어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수십년간 이어져온 규범에 반하는 정책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쉽지 않겠지만, 과감한 결단 없인 드라마틱한 변화도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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