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 첫 혁신포럼 열려… ‘반성 목소리’ 쏟아졌다

유지한 기자 2024. 10. 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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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오 학장 취임 후 ‘혁신’ 시동
지난 4일 서울대 공대가 마련한 ‘이슈&보이스’ 포럼에서 전문가들이 서울대 공대의 혁신 방안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우일 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장인화 포스코 회장, 정승일 전 한전 사장,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 김준상 김앤장 고문, 윤지웅 한국정책학회장,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대공대

“우리가 한 연구가 도전적인 연구였나 반성한다.”(이정동 서울대 교수)

“서울대 공대는 조직이 분절화돼 있어, 정원 같은 것이 유연하게 운영되지 않는 게 큰 문제다.”(이우일 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전 서울대 공대학장)

한국 과학기술 발전과 산업화를 이끌어 왔던 서울대 공대가 통렬한 자기반성의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4일 서울대 교수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대 엔지니어링하우스에서 ‘서울공대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하다’라는 주제로 ‘이슈&보이스’ 포럼을 열고, 공대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모색했다. 서울대 공대는 앞으로 1년에 4~6회 정도 포럼을 열고 인공지능(AI), 탄소 중립 등의 주요 과학기술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첫 포럼에선 서울대 공대가 처한 현실과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는 데 집중했다. 최근 이공계 기피와 의대 선호 현상 같은 사회적 문제와 KAIST·포스텍 등 후발 공과대학교의 추격에 직면했다. 서울대 공대에 따르면 한 해 공대에 신입생 850명이 입학하지만 졸업생은 750명에 불과하다. 100명이 의대·약대 등으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폐쇄적이고 유연하지 못했던 조직 탓에 다른 대학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김영오 서울대 공대학장은 “과거와 현재 우리의 위상을 면밀히 분석하고 또 다른 50년을 혁신적으로 설계하고자 한다”며 “서울 공대만의 인재상을 세우고 새로운 기술생태계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반성과 혁신 주문

이날 패널 토의는 서울대 공대에 대한 반성이 쏟아졌다. 정보통신부 관료 출신인 김준상 김앤장 고문은 “AI 인재 수요보다 서울대 관련 대학원 정원은 부족하다”며 “학생 선발이나 규모, 교수진, 커리큘럼에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대 공대는 AI와 반도체 등 첨단학과에 대한 정원 규제로 인재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고문은 “자기반성을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기술에 대한 대응, 학생들의 요구, 서울 공대가 가진 자원, 기술력 등 전반적인 현상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기업들보다 10~15년 앞을 내다보는 연구를 하고 미리 실패해 그 기록들을 공공의 자산으로 산업계에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우리 스스로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20~30년을 내다보는 화끈한 자체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인재 양성과 서울대 공대만의 역할 찾기를 강조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장인화 포스코 회장은 “중국은 이미 한국을 추월했고,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며 한국 공학의 위기를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공대가 창의적·융합적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지웅 한국정책학회장은 “전문화 시대가 지고 융합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난제 해결에 인문사회과학과 이공계가 같이 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일 전 한전 사장도 “서울대 공대가 초격차 기술을 만들기 위한 최초·기초 원천 기술에 대한 과감한 도전 기반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우일 전 부의장은 “서울대 공대가 단순히 기술에 머물지 않고, 기술 결과로 생기는 사회문제 대해서 담론을 던져 이슈 선점을 해야 한다”고 했다.

◇공대만의 인재상 만든다

서울대 공대는 사회 저명인사들을 객원 교수로 초빙해 포럼을 정기적으로 열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 지금까지 각자 흩어져 연구하던 교수들을 하나로 묶어 융합 연구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분야는 국방공학, 우주, 로봇, 탄소 중립, AI 등이다. 김 학장이 지난 6월 취임 후 본격적으로 공대 혁신 작업을 추진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김영오 학장은 “이슈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 ‘킵 워치’라는 사업을 자체적으로 시작했다”며 “연구자들이 미리 모여 과학기술과 관련한 사회 이슈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만의 ‘인재상’도 만든다. 이를 통해 수월, 융합, 창의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학장은 “인재상 아래 어떤 핵심 역량을 가질 것인지 5~7개 정도 선정할 것”이라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도전정신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만든 인재상과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교과목을 개발하고 비교과도 정리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교육과 개방형 캠퍼스 등을 핵심 어젠다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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