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방탄용 ‘대통령 탄핵’ 국민이 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고 대의정치”라고 말했다. “징치(懲治·징계하여 다스림)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일반론”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것임은 누가 봐도 분명했다. 그동안 민주당 일부 강성 의원들이 언급하던 ‘대통령 탄핵’을 결국 이 대표까지 들고 나왔다.
이 대표가 탄핵을 꺼내들려는 것은 자신의 사법 리스크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고, 그중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은 다음 달 중 1심 선고가 나온다. 만약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판결이 확정된다면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중도 퇴진시키고 대선을 앞당기려 한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이 대표까지 자기 입으로 탄핵을 암시하면서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이 대표 방탄용으로 탄핵을 남발하는 폭주를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이정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을 시작으로 이 대표 수사를 맡은 검사들을 탄핵으로 압박해 왔다. 헌법재판소가 이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심판을 기각한 후에도 대장동 사건 등을 수사한 검사 3명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이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판사 탄핵을 하겠다는 말도 당내에서 나온다. 아주 엄격하게 쓰여야 할 헌법상 탄핵 제도를 이 대표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 방어에 쓰고 있다.
민주당도 이 대표 발언이 지나치다 싶었는지 “대의 민주주의 일반 원리를 말했을 뿐” ”윤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거나 그 방향으로 뜻을 모으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직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경우 국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좌파 단체들이 주관한 ‘윤석열 퇴진 집회’에 추미애 전 법무장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인 강위원 더민주혁신회의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탄핵 발의를 준비하는 모임’을 결성하고, 어떤 의원은 좌파 단체들의 ‘탄핵의 밤’ 행사를 국회에서 열어 주기도 했다. 탄핵 수위를 계속 높이며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으려 하고 있다.
탄핵은 고위 공직자가 헌법과 법률을 어기며 권력을 남용하는 비상한 상황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이 제도가 특정 정치인의 위법 혐의를 수사·처벌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 쓰이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탄핵 제도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남용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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