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39] 작은 샘
작은 샘
한없이 우뚝 솟은 히말라야 산정에
작은 샘 하나 있어 맑기가 거울 같단다
아무리 눈 내려도 금방 녹아 물이 되고
휘몰아치는 바람도 모른 척 비껴간단다
고요한 수면 위로 애기눈썹달 뜨는 밤
별들도 따라 내려와 함께 배경이 된단다
그런데 나는 누구의 무엇도 되지 못하고
마음속 산정의 샘도 아직 만나지 못했단다
-황청원(1955-)
황청원 시인이 펴낸 신작 시집 ‘늙어서도 빛나는 그 꽃’에 실려 있는 시이다. 황청원 시인은 오랜 세월 동안에 방송 진행자 일을 했는데, 요즘은 안성 죽산 용설호숫가 귀범전가(歸凡田家) 무무산방(無無山房)에 머무르고 있다. 귀범전가라고 했으니 평범함으로 돌아가 밭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는 뜻이겠다. 우편으로 온 시집을 펼치니 “마음 안 꽃이니 마음 밖도 꽃이다”라고 자필로 쓴 문장이 있다.
시인은 이 시에서도 내심(內心)을 잘 닦는 일에 대해 말한다. 높은 산의 맨 위에 작은 샘이 하나 있는데 그지없이 맑고 깨끗하다. 또한 수면은 물결이 가라앉아 매우 잠잠하다. 밤에는 그 수면 위로 눈썹 모양의 달이 환하게 뜬다. 시인은 이 작은 샘을 마음의 샘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이 샘을 떠올려 스스로를 돌아본다. 시집 속에는 ‘오랜 인연’이라는 제목의 짧은 시가 함께 실려 있다. “늙어서 다시 만나/ 순한 햇살 아래 앉으니/ 빨리 가는 세월도/ 슬쩍 돌아보며 웃는다”라고 썼다. 순한 햇살 아래에 앉은 이 무던한 마음이 곧 맑은 샘 같은 마음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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