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31] 팝음악 속의 한글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의 동상이 들어선 지 꼭 15년. 아마도 창제자가 명시된 세계 유일한 언어일 한글의 580년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 조선이 무너질 때까진 한자가 지배 계급의 문자였고 일제강점기의 막바지엔 아예 금지되는 비극을 겪었으며, 해방과 분단 이후엔 영어의 파워 앞에 움츠러들기도 했다.
하지만 한류의 물결이 지구촌을 뒤덮은 21세기에 들면서 한글은 더 이상 변방의 언어라는 수모에서 벗어난다. 한국어를 전파하는 세종학당은 이미 88국에 250개를 넘어서고 있고 2027년까지 350개소로 확대될 전망이다. 2007년 몽골에 첫 학당이 만들어진 이후 눈부신 확산이며 매년 이 기관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는 외국인은 20만명에 육박한다.
광화문에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지기 전 해인 2008년 세계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세계를 휩쓸 20개의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K팝을 꼽았고, 그 예측은 그 이후 10여 년 동안 경이롭게 실현되었다. 이제 세계 각 대륙에서 한국어 가사로 외국의 젊은이들이 떼 창을 하는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선 경험이 아니다.
하지만 한글이 모국어가 아닌 이들이 부르는 팝음악에서 한글 가사가 등장하기란 쉽지 않다. 음악의 배경 효과음에서 한국어가 잠깐 등장하거나 한국 팬들을 위한 특별 버전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인사말 정도가 고작이다. 힙합 뮤지션 레드맨의 노래에서 한국어 랩을 들을 수 있지만 그는 할머니가 한국인인 코리안 아메리칸이다.
1996년 두 번째 앨범 ‘The Score’로 8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그래미를 휩쓴 혼성 3인조 힙합 그룹 퓨지스의 이 노래는 모든 세계의 난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이 노래의 글로벌 믹스 버전엔(오리저널 버전엔 없다!) 와이클리프 장의 어눌한 한국어 랩이 나온다.
“안녕하십니까? 하하! 순이 사랑합니다!” 아이티 태생의 이민자 래퍼가 처음으로 일했던 가게의 주인이 한국 사람이어서 그때 배운 한국어라고 한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슈퍼카 탈줄 알았는데” BTS RM이 몬 2800만원짜리 차량의 정체
- 인천교구, ‘세 교황과 함께 읽는 우리 시대’ 강좌
- [단독] 헌재도 ‘재판소원 제한 문구’ 필요하다 했지만…與 반대로 반영 안 돼
- 장동혁 “절연 논쟁보다 민생 전환”... 오세훈·한동훈·유승민 비판도
- 24년 만에 찾았는데 못 만나…실종됐던 美엄마, 옆동네서 살고 있었다
- ‘관세 더비’ 승리 후 금의환향 美 하키 국대… 뒤풀이 메뉴는 K-바비큐였다
- ‘섬 발령 억울하니 이렇게라도…’ 法, 초과 근무 대리 서명시킨 공무원 징계 정당
- 수서역 KTX, 서울역 SRT 25일 운행 시작
- 이준석, 전한길에 “토론하고 쪽팔리고 감옥 가세요”...27일 끝장토론
- 李 대통령 “임대료 제한 있으니 관리비 올려… 범죄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