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튜브①] '덕질'의 끝판왕…열혈 팬이 스타 만든다

정병근 2024. 10.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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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캠'으로 뜬 EXID 이후 10년, 더 체계적인 팬 문화
엔믹스 오해원 인기에 촉매제 역할 한 '또 오해원'

그룹 엔믹스(NMIXX) 오해원의 '팬튜브'인 '또 오해원'이 요즘 뜨거운 인기다. 채널 운영자는 엔믹스 데뷔 초창기부터 멤버들 특히 오해원의 활약과 매력을 담은 영상들을 꾸준하게 올려왔다. 화제의 '외모 췍~'을 포함한 숏츠(짧은 영상)도 올렸는데 조회 수는 1000만 뷰를 돌파했다. /JYP엔터

2014년, EXID가 '위아래'로 기록적인 역주행을 하며 최정상 걸그룹이 됐다. 그 시작은 한 팬이 만든 '직캠' 영상. 이후 10년이 지나며 '덕질'(열성적으로 파고드는 일) 문화도 판이 점점 커졌고 '팬튜브'(팬이 만든 유튜브 채널)까지 왔다. 그런데 이게 영향력이 상당하다. <더팩트>가 그 문화를 들여다 보고 그들과 업계의 얘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흔히 '덕질'이라고 하면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따라다니고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는 것 정도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거기서 좀 더 나아가면 직접 촬영한 영상으로 만든 '직캠'과 여러 무대를 하나로 만든 '교차 편집 영상' 같은 것들이 있다. 그리고 이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덕질'이 생겨났다. 바로 '팬튜브'다.

'팬튜브'는 팬이 만든 유튜브 계정으로 운영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재에 대한 콘텐츠를 창작하거나 재가공해 모아놓는다. 그 대상은 사물부터 인물까지 다양하지만 연예인, 특히 아이돌 팬 문화에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꾸준하게 콘텐츠가 올라오는 계정만도 수십 개이고 몇몇 채널은 구독자 수가 수십만 명일 정도다.

아이돌 '팬튜브'에 올라오는 콘텐츠는 꽤 다양하다. 행사나 팬미팅 등을 찾아가 직접 촬영한 영상부터 활약상을 압축해 모아놓은 영상, 출연 방송이나 자체 콘텐츠에서 포인트가 될 만한 부분을 따로 빼서 강조한 영상, 하나의 곡으로 공연한 여러 무대를 자연스럽게 교차 편집해 이어붙인 영상, 국내외 팬들 반응 모음 등 광범위하다.

기존에 공개된 긴 콘텐츠에서 핵심 부분만을 모아놓거나 쉽게 지나칠 수도 있지만 다시 보면 푹 빠질 수 있는 부분을 되살리는 게 '팬튜브'의 핵심이다. 짧은 시간만 둘러 봐도 해당 가수의 서사를 알 수 있고 매력을 단번에 느낄 수 있으니 쉽게 말하면 '족집게 과외'인 셈이다.

팬 콘텐츠가 영향력을 발휘한 건 10년 전에도 있었다. 바로 아이돌 그룹 '역주행'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EXID의 '위아래'다. '위아래'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나오자마자 사장됐는데 한 팬이 올린 영상이 뒤늦게 화제가 되면서 음원차트 1위를 찍었다. 그 기적의 영상은 멤버 하니가 포인트 안무를 하고 있는 모습을 강조한 '직캠'이었다.

이후에도 또 한 번의 기록적인 '역주행' 곡이 있었는데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다. 2017년 공개된 이 곡은 그대로 묻혔지만 무려 4년 만인 2021년 한 유튜버가 무대 댓글 모음 영상을 만들어 올렸고 이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롤린'을 최정상으로 끌어올렸다. 여러 요인들이 결합한 결과겠지만 촉매제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한 콘텐츠가 예전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었다면 '팬튜브'는 종합 선물 세트처럼 모든 것이 담겨 있고 더 다양해졌고 체계적이다.

여러 가수들의 '팬튜브'가 많이 있지만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채널은 '또 오해원'이다. 채널명처럼 걸그룹 엔믹스(NMIXX) 멤버 오해원의 팬 계정이고 오해원 관련 콘텐츠가 가장 많지만 엔믹스 전체를 아우른다. 채널이 만들어진 지 2년이 조금 넘었는데 구독자 수는 53만 명이 넘고 누적 조회 수는 11억 회를 넘어섰다.

'또 오해원' 채널은 만들어진 지 2년이 조금 넘었는데 구독자 수는 53만 명이 넘고 누적 조회 수는 11억 회를 넘어섰다. 그 기간 동안 올라온 영상이 800개가 넘는다. /'또 오해원' 캡처

2022년 2월 데뷔한 엔믹스(릴리 해원 설윤 배이 지우 규진)는 4세대 대표 걸그룹 중 하나로 성장했고 멤버 오해원은 세상의 모든 직업을 리뷰하는 아르바이트 체험기 유튜브 콘텐츠 '워크돌'에서 맹활약하며 인기다. 특히 승무원 편에서 '외모 췍(체크)~'이라고 외친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가장 핫한 아이돌 멤버가 됐다.

오해원의 인기에 촉매제 역할을 한 게 바로 '또 오해원'이다. 운영자는 엔믹스 데뷔 초창기부터 오해원의 활약과 매력을 담은 영상들을 꾸준하게 올려왔다. 화제의 '외모 췍~'을 포함한 숏츠(짧은 영상)도 올렸는데 조회 수는 1000만 뷰를 돌파했다. 승무원 편의 포인트 부분을 강조한 숏츠 3편의 조회 수는 3300만 뷰가 넘는다.

많은 이들이 찾는 '팬튜브'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향한 애정이 가장 큰 동력이다. '또 오해원'의 경우 2년 4개월 동안 800개가 넘는 영상을 올렸고 최근 떠오르는 '팬튜브'인 '전지적 바위게 시점'(걸밴드 QWER 팬 계정)은 1년 2개월간 325개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하루에 한 개 꼴인데 웬만한 '팬심' 아니면 하기 어렵다.

'또 오해원' 운영자는 <더팩트>에 "엔믹스의 수많은 매력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 하나씩은 업로드하는 것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며 "소재를 선정할 때 처음 보시는 분들도 관심을 쉽게 가질 수 있는 유행하는 것들을 사용하는 편이다. 그 덕분에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채널을 개설할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구독자 수를 달성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많은 분이 구독해 주시는 건 그만큼 엔믹스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진 거 같다"며 "많은 분들이 제 채널을 보고 엔믹스를 좋아하게 됐다고 댓글을 남겨주시는데 그럴 때마다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하루 하나를 목표로 해도 대충 하는 법은 없다. 일단 모든 콘텐츠를 섭렵한 뒤 소재를 선정하면 가수의 매력이 최대한 돋보일 수 있도록 편집을 하고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제목을 뽑고 자막을 단다. '전지적 바위게 시점'은 직접 만든 QWER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를 비롯해 다양한 구성의 영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지적 바위게 시점' 운영자는 "하루에 하나는 올리려고 하는데 만들면서 저도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이 있고 보시는 분들과 감정과 기분을 나누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며 "영상 편집을 배우면서 하다 보니까 스킬이 늘었다. 누군가 봤을 때 영상이 허접해 보이면 가수 얼굴에 먹칠하는 거 같아서 대충 만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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