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방이 떴다! [더 보다]

김가람 2024. 10. 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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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다 28회 I] 떴다방이 떴다!

서울의 한 아파트 브랜드 홍보관. 강남의 신규 분양아파트, ‘원펜타스’의 동, 호수 추첨일입니다. 명함 뭉치를 쥐고 서성이던 한 여성. 기자에게 은밀한 질문을 던집니다.


떴다방: 여기 추첨하러 오신 거 맞죠? 파실 생각도 있으세요?
기자: 그런데 팔 수가 있어요?

투기과열지구에 들어선 원펜타스의 분양권은 법적으로 3년간 거래를 할 수 없습니다.
떴다방: 피 받고 팔으시면 돼요. 파시면 세금 이런 거 다 내주니까 괜찮아요. 대출이자도 다 내주고.

서울 강남의 또 다른 신축 아파트의 모델하우스 앞. 이른바 떴다방들이 다가와 말을 겁니다.

떴다방: 사장님 몇 동 몇 호야?
기자: 전세, 월세 구해주시는 거죠? 잔금 치를 때.
떴다방: 구해도 되고 매매도 되고 다 해요.
기자: 매매요? 매매가 되요?

이 아파트 분양권도 3년간 거래가 금지돼 있습니다.
떴다방: 하나 구입하실래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이른바 ‘떴다방’.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들어선 고급브랜드 아파트. 총 3천여 세대 가운데 1,244세대가 지난 8월 일반 분양됐습니다.


최고 경쟁률은 233대 1. 1순위 청약에서 650세대 모집에 5만 8천 6백여 명이 지원했습니다. 최고 200대 1을 넘는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사람들. 이 당첨자는 전용 84㎡에 당첨됐습니다.

기자: 그동안은 전세로 거주하시다가 이번에 그럼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을.
당첨자1: 그렇죠, 그렇죠.
기자: 그럼 혹시 몇 점으로 당첨되셨어요?
당첨자1: 69점.
기자: 만점으로.

69점은 이 아파트 전용 84㎡의 가점제 당첨 커트라인이었습니다.


4인 가족이 청약저축에 15년 이상 가입하고 무주택기간 15년 이상을 채워야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입니다.

84㎡ 분양가는 최고 22억 4천여 만 원. 하지만 별로 비싸다는 반응은 아닙니다.

당첨자2: 여기를 처음 넣었으면 되게 비싸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근데 넣다 보니까 다 대부분 가격이 너무 비싸가지고.


주변 신축 아파트의 같은 평형 실거래가는 28억 7천만 원. 분양가가 5억 원 이상 저렴한 겁니다.

비싸도 몰리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미계약 물량에 대비해 당첨된 한 예비 당첨자.

예비당첨자: 추첨으로 넣었는데.
기자: 자금을 조달하실 수 있는 계획이 마련돼 있으신가 보네요.
예비당첨자: 딱히 아직 구체적으로 세우진 않았는데.
기자: 전세를 놓는 걸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것도 생각하고 계세요?
예비당첨자: 그것도 하나의 옵션으로.

실거주 의무가 없어 전세 세입자를 구한 다음 전세금으로 분양대금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델하우스를 나오는 길. 한 남성이 말을 걸어옵니다.

떴다방: 선생님 계약 진행하시면서 애로사항이 있으시면 전화 한 번 주시면 좋습니다. 여러 가지 지금 계약자들 고민이 많거든요. 계약 진행을 할 것인지.

계약금을 빌려줄 수 있다는 이 남성. 이른바 ‘떴다방’입니다. 분양권을 팔아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떴다방: 이걸 살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기자: 계약을 하든 그냥 포기하든 그런 거 다 연결도 해주신다 그 말씀이신거죠?
떴다방: 상담 굉장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서초, 강남, 송파, 용산구의 아파트는 분양권 당첨 후 3년 동안 거래할 수 없습니다. 아파트를 분양받아 바로 팔아서 매매 차익만 챙기는 투기를 막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떴다방은 어떻게 분양권을 팔아준다는 걸까.
기자: 3년 전매 제한이 있잖아요. 그것 때문에 아까 물어봤는데.
떴다방: 한 2년 정도 지나면 실제로 입주하잖아요. 2년도 안 남았잖아요. 그러면 이제 전세 놓으시면 되는 거예요. 거의 전매가 되는 조건이 되는. 전세가 되니까.


이 아파트의 입주 예정일은 2년 뒤인 2026년 9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27년 9월이 되면 전매 제한이 풀립니다. 즉, 매수자에게는 그때 명의를 넘기는 조건으로 명목상의 전세계약을 맺고 실제로는 매도계약을 하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떴다방은 수수료를 챙깁니다.

모델하우스 앞에서 만난 또 다른 여성. 예비 당첨자라고 하니까 분양권 매수를 권유합니다.


기자: 법이 안 바뀌었는데 그게 되나요?
떴다방: 되니까 내가 이렇게 알아서
기자: 전세, 월세 말고도 매매가 된다고.
떴다방: 예예예.

이 여성도 같은 방식의 불법 거래를 설명합니다.
떴다방: 전세하는 것처럼 딱 잡아놨다가 1년 뒤에 명의가 다 변경이 된다고.

이처럼 불법으로 분양권을 사고 팔게 한 뒤 수수료를 챙기는 떴다방. 무주택 실수요자의 물량을
가로채는 폐해를 낳고 있습니다.

박원갑/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
결국 무주택자가 가져갈 몫을 결국은 단기전매 차익용으로 돌아가는, 그러면 결국 웃돈을 주고 훨씬 더 고비용으로 내 집 마련을 하게 되는 그런 폐단이 있다고 보면.

결국은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부작용으로 이어집니다.
이승훈/이승훈부동산연구소장
떴다방이 뜨면 일반적인 중개업소, 정식적인 중개업소를 거쳐서 거래되는 게 아니라 난립해서 거래가 되니까 가격이 많이 올라가는 부작용이 생기게 되는 거죠.

2020~2021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즐비했던 떴다방. 하지만 2022년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올해들어 아파트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또다시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이승훈/이승훈부동산연구소장
집이 필요하신 분들뿐만 아니라 단순히 수익을 내겠다는 분도 엄청나게 많이 몰려올 테니 그런 분들을 막기 위해서 전매제한 제도를 두는 거거든요. 그런데 어찌됐던 저기는 당첨만 되면 수익이 생겨라고 하다보니까 불법을 해서라도 저 수익을 가져가야겠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들어선 또 다른 신축 아파트. 6백 4십여 세대 가운데 290여 세대를 지난 7월 일반 분양했습니다. 시세 대비 분양가가 10억 넘게 싼 것으로 평가돼 대표적인 ‘로또 청약’으로 불렸습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왜 이렇게 로또가 생기느냐, 가격 경쟁력입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거든요. 예를 들어 주변 아파트 시세가 한 40억 원 정도 된다라고 했을 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서 23억에 나옵니다. 절대 가격 23억만 보면 우리가 입이 쩍 벌어지죠. 전용 84가 무슨 24억이야, 말도 안 돼라고 하지만 이게 상대적인 비교를 해버리게 되면, 주변 새 아파트가 40억이래, 그러면 단순히 계산해도 시세 차익이 15억 원 이상 나오는데 이거 해야 되는 거 아니야라는 한마디로 그냥 로또가 발생을 해버립니다.

평균 경쟁률은 무려 527대 1, 최고 경쟁률은 1,604대 1에 달했습니다.


대부분의 평형 커트라인이 4인 가족으로는 얻을 수 없는 70점을 넘어섰고, 청약 가점제의 만점인 84점 통장도 4개나 나왔습니다. 부부와 3자녀, 조부모까지 7인 가구가 15년 동안 무주택으로 살아야 받을 수 있는 점수입니다.


이렇다보니 회원 수가 2백만 명이 넘는 인터넷 카페에는 위장전입을 의심하는 글이 잇따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당첨자 전수조사를 예고했고, 결국 분양 물량의 20%에 달하는
당첨자 50명이 계약을 하지 않았습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로또를 50명이 포기했다, 과연 자금계획이 안 되신 분들이 당첨이 돼서 포기를 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분명히 부모님을 허위 부양가족으로 등록을 했을 겁니다.

미계약 물량 50세대에 대한 예비 당첨자들의 동호수 추첨날. 또 떴다방이 나타났습니다.
떴다방: 여기 추첨하러 오신 거 맞죠? 파실 생각도 있으세요?


이 아파트 당첨자는 계약후 3년 동안 분양권을 팔 수 없고 실거주해야하는 의무도 있습니다.
기자: 그런데 팔 수가 있어요?
떴다방: 프리미엄 받고 파시면 돼.
기자: 근데 실거주 의무가 있잖아요. 그건 어떻게 해결해요?
떴다방: 실거주 의무…. 3년 뒤에 팔면 돼요. 3년 뒤에 명의만 넘겨. 파시면 세금 이런 거 다 내주니까 괜찮아요. 대출이자도 다 내주고.

떴다방이 건네준 명함의 전화번호로 연락해봤습니다.
기자: 모델하우스에서 제가 명함 받고 연락드렸거든요.

실거주를 하지 않고 분양권을 팔면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떴다방: 그러니까 사장님이 사시는 것처럼 모든 걸 다 만드는 거죠. 쉽게 말해서 전화, 핸드폰, 인터넷, 모든 건 사장님 앞으로 다 하고, 매달 관리비나 이런 거 내게끔 통장 계좌를 하나 주시면 매달 나가는 게 한 100만 원씩 나가면 100만 원씩, 200만 원씩 나가면 주고 그렇게 하는 방법으로 하죠.

실제 거주하는 것처럼 전입신고만 해놓으라는 설명입니다.

프리미엄, 즉 웃돈은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떴다방: 결론을 말하자면 순수하게 사장님은 4억 원을 현금으로 받는 거예요. 쉽게 말하면. 그러니까 표가 안나는 돈이고, 이제 그렇게 가는 거죠.

차익이 많지 않다고 하자 숨겨둔 웃돈을 얘기합니다.
기자: 많지는 않네요. 이렇게 시장에서 얘기하는 것보다.
떴다방: 아니, 아니요. 왜 그러냐면 세금을 사장님 세금이 양도소득세하고 취등록세를 저 사람이 내는데 거의 10억원이 나와요.

취득세와 등록세, 3년 뒤 양도소득세까지 매수자가 낸다는 겁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자금력이 안 되시는 분들 중에 당첨이 되시는 분들이 있어요. 한 25평, 전용 59 정도 당첨이 되면 19억, 20억원 정도 되거든요. 그냥 포기하기에는 또 너무 억울하죠. 결국에는 현장 부동산들 또는 떴다방들 찾아갑니다. 이런 이면 계약이 발생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고 아마 지금도 물밑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지 않을까. 사실 이걸 잡기도 어렵고요, 단속하기도 어렵고 어떻게 이걸 다 일일이 단속을 하겠습니까?


관할 지자체인 서초구청은 단속을 하지 않고 있고 떴다방 신고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지난 8월 일반 분양했습니다. 이 아파트 분양권의
전매 제한 기간은 6개월입니다.


불법 거래를 단속한다는 현수막. 하지만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떴다방’들이 모여있습니다.

떴다방: 지금 이곳 같은 거는 사장님, 앞동은 다 (웃돈이) 3천만 원대고 여기 4~5천만 원 대. 앞동은 이런 것도 한 2천만 원 정도.

법망을 피해 분양권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줍니다.

떴다방: 절차는 아세요? 프리미엄(웃돈)은 주셔야 되고 사장님은 계약금을 내셔야 되고. 계약서 뽑아서 주고, 권리확보 서류 다, 포기각서 받아주고, 인감등본 다 이렇게 줄 거예요. 그럼 그거 갖고서 6개월 있다 명의변경하는 거고. 또 세금은 매수 부담이고 이래요.

사흘만에 이 떴다방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떴다방: 싸게 나와가지고 사장님께 전화드린 거예요. 인감초본, 가족관계 이런 걸 다 받아서 사장님한테 드릴 거예요. 그것까지 다 되어 있어요. 장치가.

서울 강남은 물론 인천 송도에까지 뜬 떴다방. 국토교통부에 단속을 하는지 물었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계약 맺은 사람들도 부정 청약자들이 많을 수가 있어가지고요, 그런 거 지금 조사하고 있는 단계고. 시장 모니터링해가면서 단속이나 이런 것들은 따로 봐야 되겠죠.

앞으로 살펴보겠다는 겁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28주 연속, 수도권도 20주 연속 오르고 있습니다.


박원갑/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떴다방이 나타났다는 것은 시장이 과열기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일종의 지표거든요. 만약에 집값이 안정이 안 되고 물량이 나온다는 신호가 확실하지 않다면 지금과 같은 청약 경쟁률의 고공비행은 더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기다리면 더 싼 집, 더 좋은 집을내가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이 비싼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 뛰어들지 않는다는 거죠.


올해로 6년째 직장에 다니고 있는 윤 모 씨. 윤 씨는 지난 4월부터 꾸준히 법원을 찾고 있습니다.
윤00/직장인
제가 요새 경매를 준비하고 있어서 한달에 2~3번 정도 지역별로 경매에 참여하려고 다니고 있는 것 같아요.

윤 씨는 6년 묵은 청약 통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첨은 기대하지 않습니다.
윤00/직장인
올해 청약을 제가 시도를 한 10번 정도를 해봤는데, 일단 경쟁률 자체가 진짜 너무 터무니 없이 높았고, 한번도 뭐 예비도 돼 본적이 없어서.

사실 당첨이 된다해도 고민입니다.
윤00/직장인
서울 중심지에 이 정도면 다른 데 고민 안 해도 되겠다 싶은 곳은 거의 10억 대가 넘어가니까 아예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결국 경매 자금을 위해 청약통장을 해지할까 고민 중입니다.
윤00/직장인
예적금 같은 경우를 깨거나 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까 이제 마지막 수단으로 청약 통장이 남은 거예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지난 8월 말 기준 2,545만여 명. 1년 사이 35만 8천여 명이나 줄었습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당첨이 돼도 감당이 안 되고요, 당첨도 안 됩니다. 이렇게 해도 답이 안 나오고 저렇게 해도 답이 안 나오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청약통장 해지밖에 없습니다. 아마 해지하시는 분들이 더 많이 늘어날 겁니다.

누구를 위한 청약일까.
윤00/직장인
부동산 광고를 할 때도 청약 시세차익 얼마, 당장 팔아도 얼마 이득, 이런 식으로 광고를 하다보니까. 그런 이득 얻는 금액들이 평범한 시민들 연봉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니까 혹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거를 좀 부추긴다는 생각도 없지 않아 드는 것 같아요. 사실 투기라는 생각이 요새는 많이 드는 것 같아요.

취재기자: 김가람
촬영: 임현식 김민준 강우용
영상편집: 이기승
그래픽: 장수현
자료조사: 김예은 한혜민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내레이션: 남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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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람 기자 (gar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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