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칼럼] 고비용사회 대응책 시급하다
가계부채 늘고 내수침체 불러
인플레 낮아지는 데 안주 말고
부동산·생활물가부터 잡아야
통화당국은 9월 인플레이션이 1.6%로 낮아지면서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고 판단해 금리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은 낮아졌지만 그동안 오른 물가수준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채소, 과일 등 생활물가가 높아진 고물가 속에서 살고 있다. 여기에 집값과 전셋값 등 주거비용과 세금과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한국경제는 생활하는 데 그 전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고비용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환율을 높여 선진국 진입도 저해한다. 고비용사회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어 물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낮추기는 쉽지 않다. 이미 오른 집값과 생활물가 역시 내리기는 어렵다. 특히 한국경제는 노후소득이 미흡한 상황에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주력산업을 중국에 내주면서 청년실업이 크게 늘고 있다. 정책당국은 이들을 위해 재정지출과 통화량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다. 화폐적 인플레이션에 재정적 인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것이다. 개방경제는 결국 통화가치가 하락해 즉 환율이 높아져 조정을 받게 된다. 달러 표시 국민소득이 줄어들면서 한국경제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을 수 있는 것이다.
고비용사회는 대부분 정책실패에 그 원인이 있다. 정부와 국회가 주택 관련 제도나 유통물류 구조를 잘못 설계했기 때문이다. 고비용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은 먼저 필수재인 집값과 생활물가를 낮추는 것이다. 정책당국은 변두리에 교통인프라를 갖춘 저렴한 주택공급을 늘려서 무주택자가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게 해서 주거비용을 줄여야 한다. 또한 농산물 등 생필품의 수입을 늘려서 가격을 낮추고, 농산물 유통물류체제를 전산화해 높은 거래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 외에도 공기업 구조조정과 효율화를 통해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을 낮춰 농산물 등 생필품의 가격상승을 막을 필요도 있다. 생활물가와 공공요금이 안정될 경우 임금인상 요구도 줄어들어 고비용사회를 극복할 수 있다.
내수가 큰 선진국에 비해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시장국은 고비용사회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임금과 물가가 올라 수출이 급감하면서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성장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본유출과 환율 급등으로 외환 및 금융위기의 위험에 노출된다.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큰 한국경제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고비용사회로 들어가고 있다. 이미 소득보다 지출이 늘어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으며 정부부채도 늘어나고 있다. 높은 물가로 소비 여력이 감소하면서 내수침체도 심화되어 서민들과 자영업자 그리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책당국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는 데에 안주하지 말고 한국경제가 고비용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미국가들이 겪은 인플레이션과 임금상승의 악순환에 그리고 재정지출 증가로 인한 재정적 인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지금은 고비용사회에 대응한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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