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김철중]중국인이 한국을 싫어하는 이유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2024. 10. 6.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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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 취재차 만난 한 중국 공무원이 대뜸 "한국이 나라 이름을 바꾸냐"고 물었다.

정작 궁금한 건 한국이 나라 이름을 바꾸든 말든 중국인들이 왜 이렇게 큰 관심을 가지는가였다.

해당 내용을 퍼나른 중국인들은 주로 '한국이 중국과의 역사적 관계를 끊어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황당한 가짜 뉴스가 빠르게 퍼진 건 여전히 많은 중국인의 머릿속에 '중국은 대(大)국, 한국은 소(小)국 혹은 속국'이란 편견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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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7월 말 취재차 만난 한 중국 공무원이 대뜸 “한국이 나라 이름을 바꾸냐”고 물었다. 처음 듣는 말이라고 답하고 헤어진 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 검색창을 열었다. 한국 언론이나 소셜미디어에는 어떤 관련 보도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중국 소셜미디어엔 ‘한국이 국호를 한국(韓國)에서 카오루이야(考瑞亞·코리아의 중국식 병음)로 바꾸려고 검토 중’이란 게시물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조회 수도 당시 3억 건을 훌쩍 넘었다.

한국을 바라보는 中의 불편한 시선

며칠 만에 이 내용은 가짜 뉴스라는 게 드러났다. 정작 궁금한 건 한국이 나라 이름을 바꾸든 말든 중국인들이 왜 이렇게 큰 관심을 가지는가였다. 해당 내용을 퍼나른 중국인들은 주로 ‘한국이 중국과의 역사적 관계를 끊어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떠나려거든 김치국으로 바꿔라’는 비아냥도 많았다.

이런 황당한 가짜 뉴스가 빠르게 퍼진 건 여전히 많은 중국인의 머릿속에 ‘중국은 대(大)국, 한국은 소(小)국 혹은 속국’이란 편견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과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과 만나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한 게 트럼프 후보의 입을 통해 전해진 적도 있다.

두 달 전의 가짜 뉴스가 다시 떠오른 건 최근 중국의 한 연구소에서 발표한 인식 조사 때문이었다. 조사 결과, 중국인들이 꼽은 가장 ‘비호감’ 국가는 일본(1.68점·5점 만점 기준)이었다. 미국(1.85점)과 인도(2.01점), 한국(2.1점)이 뒤를 이었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호감도 2.6에서 올해 2.1로 1년 사이 점수가 크게 떨어졌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만주사변 등으로 뿌리 깊은 반감이 존재하고, 미국과는 치열한 패권 경쟁 중이다. 인도는 불과 2년 전에도 중국과 국경을 놓고 충돌해 사상자가 나왔다. 그럼 한국은 왜 이렇게 싫어하는 걸까.

표면적 이유로는 한국이 미국·일본 등과 함께 대(對)중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인식을 들 수 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해협 관련 발언을 중국 매체들이 확대 재생산해 부정적 이미지를 씌운 탓도 있겠다. 하지만 그 바탕엔 한국이 경제 발전에 이어 스포츠와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것에 대한 불만과 질투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국호 변경 같은 가짜 뉴스 외에도 다양한 한국 관련 부정적인 내용이 자주 중국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반(反)한 감정’이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이를 빌미로 이뤄진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에서 커졌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이후로도 계속되는 동북공정 논란, 중국 내에서 강조되는 애국주의 교육 등이 합쳐진 결과라고 봐야 타당하다.

한중 관계 회복 위해 국민 감정 골 메워야

한국에서도 중국이란 이유로 폄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4억 중국인 가운데 일부 여행객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두고 중국인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게 대표적이다. 중국은 전기차나 인공지능(AI), 로봇 등의 분야에서 더 이상 ‘메이드 인 차이나’라 깔볼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에선 중국 기업과 기술을 은연중에 무시하는 태도가 많다.

지난달 초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한중의원연맹 소속 한국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중 관계 회복을 위해 국민 교류가 활발해야 한다’며 여행 비자 문제 해결 등을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양국 국민의 냉담한 기류는 여행객이 늘어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민 교류뿐 아니라 양국 정부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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