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옹에서 만나는 ‘요리계 교황’의 맛[정기범의 본 아페티]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2024. 10. 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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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동부 오베르뉴론알프 레지옹의 중심 도시로 파리, 마르세유에 이은 프랑스 제3의 도시 리옹은 파리를 뛰어넘는 맛의 도시로 식도락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리옹이 이런 지위를 획득한 것에는 지리적으로 중앙에 위치하여 남북을 이어주는 물류의 중추이며 두 개의 강이 흐르고 있는 데다 각 지방 미식 전통의 교차로 역할을 한 점이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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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동부 오베르뉴론알프 레지옹의 중심 도시로 파리, 마르세유에 이은 프랑스 제3의 도시 리옹은 파리를 뛰어넘는 맛의 도시로 식도락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리옹이 이런 지위를 획득한 것에는 지리적으로 중앙에 위치하여 남북을 이어주는 물류의 중추이며 두 개의 강이 흐르고 있는 데다 각 지방 미식 전통의 교차로 역할을 한 점이 작용했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여기에 ‘요리계의 교황’으로 불리는 폴 보퀴즈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리옹 근교의 요리사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리옹의 레스토랑 드 라 수아레의 클로드 마레 밑에서 견습생으로 요리계에 처음 발을 들인 뒤 당시 최고 셰프 중 한 사람이었던 피라미드의 오너 셰프 페르낭 푸앵의 영향을 받았고 자신의 생가에 있던 레스토랑을 물려받아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 1965년 미슐랭 3스타의 영예를 거머쥔 보퀴즈는 2018년 향년 9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장례식에는 뒤카스, 로뷔숑, 트루아그로와 같은 프랑스 및 전 세계의 유명 셰프 1500명이 흰 가운에 요리장 모자를 쓰고 참여했으며 장례 미사를 필리프 바르바랭 추기경이 집전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6년 폴 보퀴즈 레스토랑을 처음 방문한 뒤 그 감동을 잊지 못해 두 번 더 그곳을 방문했다. 자주색과 초록색으로 칠해진 외관에는 보퀴즈와 그를 대표하는 음식이 그려져 있다. 안으로 들어서니 주방에 걸린 조리 도구들이 눈에 띄었다. 주방 직원들이 닭고기를 실로 꿰고, 소스를 저으며 일사불란하게 요리를 준비 중이었다. 1975년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의 만찬을 위해 개발되어 대통령 이름을 딴 푸아그라와 닭고기가 들어간 트러플 수프 V.G.E, 세계에서 가장 귀한 닭인 브레스 닭을 돼지 방광에 넣어서 조리하며 서비스할 때 돼지 방광째로 들고 오는, 모렐 버섯과 트러플을 곁들인 요리 등을 맛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한 끼에 50만 원이 넘는 귀한 요리를 위해 최고의 재료를 고집하고 군대처럼 수십 명이 일심동체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휘하는 셰프에 대해 경외심이 들었다.

리옹에서 한국인 최초로 미슐랭 1스타에 오른 이영훈 셰프가 운영하는 르 파스탕(Le Passe Temps·기분 전환)도 리옹에서 가볼 만한 레스토랑이다. 폴 보퀴즈 요리 학교를 졸업한 그는 2016년 이후 지금까지 1스타를 유지하고 있으며 당일 구하는 최상의 재료와 한식을 접목한다. 그의 시그니처 메뉴는 수제비에서 모티브를 따 온 푸아그라 요리. 계절 채소와 김 가루, 멸치 육수 등을 사용해서 만든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들의 비싼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전통 요리 레스토랑인 부숑을 권한다. 벽에는 구리 냄비와 리옹을 대표하는 인형극, 마리오네트 인형이 걸려 있고 오래된 포스터, 체크무늬 테이블보가 있는 식당을 발견한다면 부숑일 확률이 높다. 소박한 분위기에서 북적이는 사람들과 함께 돼지고기의 비계를 노랗게 구워낸 그라통, 피스타치오나 트러플을 넣어 만든 돼지고기 세르볼라 리오네 등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리옹을 대표하는 부숑인 다니엘 에 드니스나 라 메르 브라지에를 추천한다.

미식에 진심인 사람이라면 올가을 파리에서 테제베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리옹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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