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 혼 빼놓은 ‘발 빠른 야구’
경기 흐름 바꾼 3회 ‘이중 도루’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7 대 2 승
승부 원점…내일 수원서 3차전
염경엽 LG 감독은 2023시즌 취임 때부터 ‘뛰는 야구’를 선언했다. LG는 지난해 팀 도루 166개로 1위에 올랐고 빠른 발을 앞세워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한풀이에도 성공했다. 올해도 LG는 팀 도루 171개로 두산(184개)에 이어 2위였다.
LG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과감한 주루 플레이를 바탕으로 7-2로 이기고 전날 2-3 패배를 갚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0-2로 뒤진 3회말 선두타자 박해민이 투수 강습 안타로 출루했고 이어 문성주가 좌전 안타를 쳐서 기회를 이어갔다. 후속타자 홍창기 타석에서는 이중 도루로 무사 2·3루의 기회를 잡았다.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더블스틸’이었다.
KT 선발 엄상백이 4구째 체인지업을 던질 때 2루 주자 박해민과 1루 주자 문성주가 동시에 스타트를 끊었다. KT 배터리는 아무런 대응조차 할 수 없었다. 엄상백이 순간적으로 실소를 지을 정도였다. 그리고 홍창기가 2루 땅볼로 아웃되는 사이 3루에 있던 박해민이 홈인하며 1-2, 한 점 차까지 쫓았다. 이어 신민재의 좌전 적시타로 2-2 동점에 성공했다.
신민재는 곧바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LG로서는 ‘얼마든지 뛸 수 있다’는 메시지를 KT에 보여줬다. 3회에 나온 도루 3개는 포스트시즌 한 이닝 최다 도루 타이기록이다.
경기의 흐름이 바뀌자 KT의 실책이 쏟아지며 LG의 흐름으로 기울었다. 4회말 KT 1루수 문상철의 실책이 나오며 박동원, 문성주의 적시타로 4-2 역전에 성공했다. 6회말에는 박동원이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박해민의 희생번트 때 투수 손동현 실책으로 무사 1·2루가 됐고,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신민재가 좌전 적시타를 쳤다. KT 좌익수 김민혁이 공을 뒤로 빠뜨리는 바람에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아 승부가 갈렸다.
전날 LG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3으로 끌려가던 9회말 2사 1루 박동원 타석에서 1루 주자 김대원이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되며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 자칫 이후 시리즈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염경엽 LG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우리가 하던 야구를 해야 한다. 시즌 때 가장 승리를 많이 했던 야구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이 선언한 대로 LG는 가장 LG다운 야구로 승리했다.
경기 후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 좋은 스타트에 걸리면 뛰어도 된다고 사인을 줬다”며 “상대 투수가 체인지업 타이밍이어서 원바운드로 온 덕분에 쉽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마운드도 LG가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임찬규가 5.1이닝 2실점(1자책)으로 선발투수로서의 임무를 완수했다. 정규시즌 후반 불펜으로 보직을 옮긴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1.2이닝을 책임졌다.
8회 김진성이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았고 부친상의 슬픔을 딛고 돌아온 유영찬이 9회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끝냈다. LG로서는 투타 밸런스를 확인하며 3차전 이후 승부 기대감을 높였다.
KT 이강철 감독은 “실책 하나가 아쉽지만 우규민의 호투는 고무적”이라며 3차전 이후 승부에 자신감을 보였다. KT는 3~4차전에 웨스 벤자민, 윌리엄 쿠에바스 등 외인 원투펀치를 내세운다.
준플레이오프는 무대를 KT의 홈구장 수원으로 옮겨 치러진다. 3차전은 8일 오후 6시30분 열린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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