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홈” 돌아온 완전체…“우리가 제일 잘나가”
10년7개월 만에 멤버 전원 모여
무대장치도 댄스 크루도 없이
춤·노래 만으로도 무대 채워
사흘 동안 관객 1만2000명 찾아
10년 만에 하는 콘서트 첫 곡을 아무런 무대장치도, 댄스 크루도 없이 멤버들의 춤과 노래만으로 채운 그룹이 있다면? ‘15년째 제일 잘나가는 그룹’ 2NE1은 그렇게 했다.
2NE1(씨엘, 산다라박, 박봄, 공민지)은 데뷔 15주년을 맞아 6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024 2NE1 콘서트 ‘웰컴 백’ 인 서울>을 열었다. 멤버 전원이 완전체로 콘서트를 개최한 것은 10년7개월 만이다. 무반주로 시작한 ‘컴백홈’이 ‘파이어’로 이어지는 무대로 공연의 문을 연 2NE1은 2시간 내내 8년간의 공백이 무색한 노래 실력과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2NE1의 공연장에는 요즘 K팝 아이돌 공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수하고 화려한 무대장치가 하나도 없었다. 멤버들은 T자 모양의 작은 무대, 4대의 대형 LED 스크린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음악만으로 꽉 채웠다.
좋아하는 그룹을 10년 만에 콘서트장에서 만난 2NE1의 팬덤 ‘블랙잭’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열광적으로 춤추고 소리 질렀다. 씨엘은 ‘나쁜 기집애’ ‘멘붕’으로 멤버 중 유일하게 솔로 무대를 선보였다.
첫 콘서트를 열었던 올림픽홀에서 데뷔 15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 멤버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씨엘은 “4개월 전만 해도 2NE1은 사라졌던, 잠시 멈춰 있던 그룹이었는데,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꿈만 같다”며 “저희 4명에게는 치유가 되는 자리이고, 다 여러분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조금 무섭고 막막해도 도전해보라고 응원하고 싶다”고 했다. 내내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던 산다라박은 “각자 솔로 활동을 했지만, 사실 넷이 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울먹거렸다. 공민지는 “넷이 콘서트를 하는 건 꿈에서 봤던 장면이었는데, 이게 이루어진 것을 보면 진짜 꿈은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봄은 울컥한 듯 말을 잘 잇지 못하며 “여기서 2NE1으로 인사드리게 돼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는 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베이비몬스터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베이비몬스터뿐 아니라 다른 콘서트에 비해 유독 많은 연예인이 관람하러 온 것이 눈에 띄었다. K팝 공연의 필수 코너인 ‘댄스커버’에서도 그룹 뉴진스, 윤도현 등이 카메라에 잡혔다.
2009년 데뷔한 2NE1은 모든 면에서 독특한 그룹이었다. 하나같이 ‘예쁘거나 귀엽거나 섹시한’ 기존 여성 아이돌 그룹과는 전혀 다른,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자유롭고 개성 강한 여성을 표방하며 세상에 나왔다. 아이돌 노래 중 사랑 노래가 아닌 것을 찾기 힘들었던 당시, “난 미치고 싶어 더 빨리 뛰고 싶어 저 높은 빌딩 위로 저 푸른 하늘 위로 크게 소리치고 싶어”라는 가사가 담긴 힙합곡 ‘파이어’를 데뷔곡으로 내놨다.
사랑 노래를 불러도 조금 달랐다. 바람피운 연인에게 “눈앞에서 당장 꺼져 울고불고 매달리지 마”(‘아이 돈 케어’)라고 욕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인 상황에서도 “매달릴 줄 알았겠지 역겨워 착각하지 마 더 멋진 사람 만날게”(‘Go Away’)라고 말했다. 새로 발표하는 곡마다 히트하고, 2012년 걸그룹으로선 처음으로 월드투어를 진행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전속계약 기간인 7년만 활동하고 해체했다. 이후 개인 활동을 하던 이들은 2022년 미국에서 열린 코첼라 공연을 하게 된 씨엘이 나머지 멤버들도 초청해 8년 만에 완전체 무대를 보여줬다.
4~6일 사흘간 열린 서울 공연에는 1만2000명의 관객이 찾았다. 2NE1은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마닐라, 자카르타, 도쿄, 고베, 홍콩, 싱가포르, 방콕, 타이베이 등 9개 도시에서 아시아 투어를 진행한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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