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서 5년제? 교육 질 저하 책임 대학에 떠넘기나”
특혜 논란 속 의대생 ‘회유책’
의대 2학기 등록률 3.4%뿐
남은 학사 일정 소화 어려워
교육부가 내년에 복귀하는 의과대학 학생들에 한해 휴학을 승인하기로 한 것은 의대생들이 8개월째 수업을 거부하자 한발 물러난 조치로 평가된다. 조건부로 휴학을 허용해 학생들이 돌아오도록 유화책을 하나 더 제시한 것이다. 다만 여전히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고 있는 의대생들이 얼마나 응답할지 불투명하고, 휴학 승인이 대거 이뤄진다고 해도 내년도 의학 교육은 부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각 대학에 휴학 사유를 철저히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대학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가 6일 의대생 휴학 불허에서 ‘조건부 허용’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현실적으로 남아 있는 기간에 2024학년도 학사 일정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대생에게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일단 돌아올 길을 터주는 것이다. 지난달 기준 전국 40개 의대 2학기 등록률은 3.4%에 그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대를 제외한 국립대 9곳에서 받은 의대생 휴학처리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1·2학기 휴학 신청자 4647명 중 4325명(93.1%)이 휴학 보류 중이다. 322명(6.9%)만 군 입대 등으로 휴학 처리됐다.
대학에선 대규모 휴학 승인이 이뤄지면 당장 내년도 의학 교육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예과 1학년은 휴학 처리된 재학생과 증원된 신입생을 더해 7500명이 함께 수업을 듣게 된다.
비수도권 사립대 관계자는 “내년에 학생이 2배 된다고 생각하고 준비는 하고 있는데 방법이 없다. 교수 충원도 잘 안 되고 시설 확충 예산도 없다”며 “실습 병원도 하나뿐이라 대규모 인원으로 실습하면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대학 총장은 “의사 국가시험을 봐야 하는 본과 3·4학년이 더 문제”라며 “올해 11월부터라도 본과 4학년을 중심으로 국시 집중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올해와 내년 이후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라고 했다. 내년 신입생에게 수강신청과 분반 우선권을 주고 집단행동 강요 행위 등으로부터 보호 조치 방안을 마련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수업 및 국시 거부가 추후 배출될 의료인 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대학의 판단에 따라 의대 교육과정을 현행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국시·전공의 선발 시기를 유연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1학년 학생들이 대부분 휴학하면 당초 이들이 의대 교육과정 6년을 마치고 졸업하는 2030년엔 의료인력이 3000명가량 배출되지 못한다. 그러나 집단으로 휴학한 1학년에 한해 교육과정을 1년 단축하면, 이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업을 듣더라도 5년 만에 교육과정을 마쳐 2030년에 의료인력 배출에 크게 무리가 없어진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교육부가 나서서 의대 5년제를 언급하는 것이 오히려 의료계의 반발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학 총장은 “지금도 의료계는 교육 질 저하를 들먹이며 그 책임은 누가 지냐고 하는데 교육부가 5년제 하자고 하면 의료계에 빌미를 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 의대에 대해서는 감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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