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제조업 이탈 어떻기에 법원서 선처 판결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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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산업단지에서 목재가공업체를 운영하는 대표에게 2심 재판부가 1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하면서 법정에서 밝힌 사유가 화제다.
제조업의 탈부산 현실과 이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감형에 기업의 탈부산 현실이 직접적으로 고려됐는지는 알 수 없다.
최근 5년간 부산을 떠난 법인 수는 950여 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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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삶 위해 공존 방안 모색해야
부산의 한 산업단지에서 목재가공업체를 운영하는 대표에게 2심 재판부가 1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하면서 법정에서 밝힌 사유가 화제다. 제조업의 탈부산 현실과 이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해당 업체는 분진 소음 등을 유발하는 목재가공 기계와 제재기를 관할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가동하다 적발됐다. 현 소재지에서 해당 기계 인·허가를 받을 수 없어 경남에 있는 산단으로 이전하려는데 산단 조성이 늦어지는 바람에 불법 상태가 길어졌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여러 차례 벌금형을 받고도 계속해서 법규를 위반한 점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형을 낮췄다.
2심 법원은 해당 업체가 분진 방지에 일정 부분 노력했고 공장 이전 지체 원인이 산단 현지 사정에 있는 점 등을 감형 사유로 제시했다. 법 위반은 인정하지만 기업이 처한 여러 여건을 감안해 일종의 선처를 내린 것이다. 감형에 기업의 탈부산 현실이 직접적으로 고려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환경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전통 제조업이 주변 주민과 많은 분쟁을 겪고 있고 이 때문에 여러 기업이 시 외곽으로 옮긴 게 사실이다. 사하구에 있던 철강 제조업체 YK스틸이 충남 당진 이전을 결정한 게 대표적이다. 오염물질 배출 기업에 제재를 가하고 이들을 역외로 내보내는 게 주거 환경 개선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지역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는 실제로 마이너스다.
법원조차 걱정할 만큼 기업의 탈부산은 심각하다. 최근 5년간 부산을 떠난 법인 수는 950여 개에 달한다. 부산에 본사를 둔 상장기업은 전국 2703곳 중 85곳으로 충남(108곳)이나 충북(91곳)보다 적다. 이러니 전국에서 부산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쪼그라든다.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가운데 부산 기업은 28개사 뿐이다. 2008년 55개를 정점으로 2015년 41개, 2017년 38개, 2019년 34개로 계속 줄어든다. 100대 기업에는 명함조차 못 내민다. 기업이 없으니 일자리가 줄고, 일자리가 없으니 사람이 떠나고, 사람이 없으니 기업이 또 떠나는 악순환이다.
기업의 탈부산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기에 부산시를 중심으로 국내외 기업과 자본 유치 노력이 그동안 적잖이 이뤄져 왔다. 부산시는 최근 3년 새 수조원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수치와 시민의 체감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외국인 직접 투자액 중 부산 비중은 여전히 1.4%에 불과하다는 최근 통계만 봐도 그렇다. 부산 경제와 산업이 바닥을 찍고 반등세에 올랐다고 확신하기엔 많은 부분이 아직 미흡하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머지않아 시행을 앞두고 있고, 각종 특혜가 보장된 특구 지정 등 정부 차원의 균형발전 의지도 강하다. 역외 자본이나 기업 유치 못지 않게 기왕에 운영되고 있는 제조업의 지역 상생 방안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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