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의료인의 법적 책임문제

정흥태 인당의료재단 부민병원 이사장·의학박사 2024. 10. 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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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태 인당의료재단 부민병원 이사장·의학박사

병원의 일부 진료과목은 생명과 직결된 분야이기 때문에 고난도·고위험 수술이 많다. 의료인이 최선을 다했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사망하거나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발생한 신생아 사망사건으로 의사 4명과 간호사 3명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중 일부는 구속까지 되었지만, 대법원에서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의 여파는 컸다. 저출산과 맞물려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려는 의사는 급격히 줄게 되었고 다른 진료과에서도 ‘소아’는 기피 대상이 된 계기가 되었다.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진료에 최선을 다해도 결과가 안 좋을 수 있지만, 이를 모두 의사의 책임으로 돌린다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 사건으로 인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기피 및 해당 전공의가 신생아 진료를 꺼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최근 대학병원에서도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중단하고 있다. 또 대학병원의 응급실도 소아 응급 환자 진료를 중단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응급실에서 소아 환자를 받아도 메인 진료과인 소청과 의사가 없으니 진료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구속됐던 사건은 ‘약한 고리’에 속하는 소아청소년과에 준 충격 여파는 적지 않다. 결국 대학병원급에서도 소아 분야는 수술이나 마취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장했고, 소아진료체계가 무너지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에 대구 응급실에서 발생한 10대 중증외상 환자 사망사건으로 응급실 근무 전공의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보건복지부가 병원에 내린 행정처분과 별개로 경찰에서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2명과 전문의들을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조사했다. 응급의학회는 해당 사건의 원인을 제도적 요인(응급실 과밀화, 이송단계에서 의사소통의 부족)을 제기했지만 해당 전공의는 피의자의 신분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현재 응급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은 생명이 위태로운 중증 환자에게 우선으로 의료를 제공해야 하고 경증환자 진료 거부를 할 수 없도록 법제화되어 있다. 또 중증환자의 치료 결과에 대해서도 의료인은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처럼 소청과, 응급환자에 대한 최종 치료 결과의 법적 책임추궁과 환자이송거부 금지 등 법적 압박이 커질수록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은 방어적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 영국 독일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의료과실을 저지른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하고 형사처벌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매년 의사 762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고 있다. 하루 평균 2명이 의료과실에 의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불의의 의료사고에 대해서 의료 시스템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와 의사 개인 문제점을 구분하는 개선책이 필요하다.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인 대처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특히 중증의료 진료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의료인의 법적 책임을 보완하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필자 의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의료인의 고의나 중과실 없이 선의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는 법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필요한 부문부터 제도 개선을 통해서 의료인이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는 진료환경을 형성하면 정부와 의료계 간의 신뢰 회복도 가능할 것이다.


정부는 의료계에서 필수의료 서비스를 환자에게 의료인이 소신껏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분쟁특례법(가칭)’ 제정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요구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모든 시민이 양질의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진료환경을 구축하는데 순기능이 높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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