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조선의 명당, 청주 한씨 시조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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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남일면에 조선 8대 명당 중의 하나로 알려진 청주 한씨(淸州 韓氏) 한란(韓蘭)의 묘가 자리하고 있다.
한란의 묘는 1659년(조선 효종 10년)에 파손된 것을 1663년(현종 4년)에 개장(改葬)하고, 1690년(숙종 16년)에 묘역을 복원했다고 한다.
한란 묘는 조종산의 내력을 갖추고 있는 근간이 튼실한 묘이다.
한란의 묘는 사격(沙格·산의 격)이 뛰어나며 정기가 모여있는 명당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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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남일면에 조선 8대 명당 중의 하나로 알려진 청주 한씨(淸州 韓氏) 한란(韓蘭)의 묘가 자리하고 있다. 고려 개국공신 및 청주 한씨의 시조인 한란은 928년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을 정벌하기 위해 청주를 지날 때 왕건을 군례로 맞이하고 창고의 곡식을 풀어 하루 동안 왕건의 10만 군대를 배불리 먹였으며, 왕건과 함께 종군해 큰 공을 세웠다. 고려가 들어서자 한란은 개국공신이 됐으며 벼슬은 삼중대광(정일품의 문관 품계) 태위(재상)에 올랐다. 한란의 묘는 1659년(조선 효종 10년)에 파손된 것을 1663년(현종 4년)에 개장(改葬)하고, 1690년(숙종 16년)에 묘역을 복원했다고 한다. 묘역은 흙을 높게 쌓고 나무를 심는 등의 인작(人作·사람이 만듦)을 가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백두대간에서 파생해 조종산(주산 위에 있는 주산)부터 이어져 내려왔기에 한란의 묘는 근원을 갖춘 정혈처(正穴處·생기를 품은 곳)에 쓴 것은 확실하다. 홀로 존재하는 독산(獨山)은 비바람에 취약해 혈(穴)을 간직한 묏자리가 될 수 없다. 한란 묘는 조종산의 내력을 갖추고 있는 근간이 튼실한 묘이다. 좌청룡(좌측산), 우백호(우측산), 안산(앞산), 조산(안산 뒤쪽의 산)이 제 아무리 훌륭해도 주산(主山·뒷산)이 험산(險山·가파르고 험한 산)이거나 묘에 이르는 용맥(龍脈·산줄기)이 부실하면 싱싱하고 힘찬 기운을 받을 수 없으므로 명당의 반열에 들지 못한다. 이를 ‘산무조악래(山無祖惡來·산이 근본이 없으면 악함이 온다)’라 하여 주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한란의 묘는 좌청룡과 우백호가 묘를 두르면서 서로 감싸고 있어 수구관쇄(水口關鎖·출입구가 문을 잠그듯이 좁음)가 잘 돼 있다. 수구(水口·드나드는 통로)는 사람의 입과 항문에 비유할 수 있는데, 입과 항문이 쩍 벌어지면 ‘죽은 사람’이라고 하듯이 수구가 쫙 벌어지면 생기가 흩어져서 ‘죽은 산’이 된다. 수구가 넓으면 세찬 바람이 묘역을 치므로 생기는 흩어지기 마련이며 묘역은 흉지(凶地)가 될 수밖에 없다. 한란의 묘는 좌청룡과 우백호가 괄약근 역할을 하면서 단단히 오므리고 있어 생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항상 머물러 있다. 더구나 주산과 좌청룡, 우백호, 그리고 양쪽의 두 계곡이 삼산이수(三山二水·세 산과 두 물)가 되어 묘역 앞으로 흐르다가 방정(方井·사각형 우물)에 모여서 한 물이 되어 빠져나가므로 묘역은 생기로움을 갖추게 됐다. 이러한 우물을 선저수 또는 진응수(眞應水)라 하는데, 큰 부자가 나는 것을 암시하는 매우 귀한 물로 여긴다. 한란의 묘는 청룡과 백호가 계곡풍을 막고, 양쪽의 계곡물이 내려와 땅을 단단하게 함으로써 생기(生氣)를 흐트러지지 않게 한다. 이를 ‘기승풍즉산계수즉지(氣乘風則散界水則止·기는 바람을 맞으면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즉시 정지한다)’에 빗대어 말한다.
이것은 명당과 흉지를 구별할 때 명확한 기준이 되는 말이다. 산은 겹겹이 있으면 흉한 바람과 그 밖의 살기(殺氣)를 한층 더 잘 막을 수 있으며 품격 또한 높게 본다. 한란의 묘는 청룡과 백호가 중첩되며, 묘의 앞쪽 중심 부분에 비석과 장명등이 줄지어 있음으로써 바람이 비껴가도록 했다. 비석과 장명등이 묘를 향해 부는 거센 바람을 대신 맞으면서 바람길을 돌리게 한 것은 일종의 풍수적 비보(裨補·부족한 것을 채워줌)에 해당한다. 한란의 묘는 사격(沙格·산의 격)이 뛰어나며 정기가 모여있는 명당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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