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와중에 '동업자 정신', 오타니의 품격에 상대 포수도 미소로 응답했다..."분위기를 철저히 즐겼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디비전시리즈를 하루 앞둔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기자회견에서 첫 포스트시즌 출전을 앞두고 긴장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통역도 거치지 않고 "아니다(Nope)"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긴장되는 건 없다. 중요한 경기, 중요한 상황에서 뭔가 할 수 있다는 건 어린 시절부터 나의 꿈이었다. 내가 그동안 겪은 그 무엇보다 더 큰 설렘과 기대감이 있다"고 밝혔다.
그건 빈말이 아니었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감격적인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오타니는 6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내셔널리그(NL)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홈런을 포함해 5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7대5 승리를 이끌었다.
LA 에인절스에서 6년 동안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던 오타니는 지난 겨울 10년 7억달러에 FA 계약을 맺고 다저스로 옮겨 올시즌 50홈런-50도루 등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마침내 가을야구에 발을 들여놓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첫 가을야구 경기에서도 왜 올해 MVP가 돼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첫 타석에서 샌디에이고 에이스 딜런 시즈의 99.4마일 가운데 높은 코스로 날아드는 포심 강속구를 받아쳐 빗맞은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오타니는 두 번째 타석에서 홈런포를 터뜨렸다.
다저스는 0-3으로 뒤진 2회말 선두 윌 스미스의 볼넷, 개빈 럭스의 중전안타로 만든 무사 1,2루 찬스에서 토미 에드먼과 미구엘 로하스가 연속 아웃돼 찬스를 무산시키는 듯했다. 그러나 다음 타자 오타니가 기다렸던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동점 스리런포로 작렬하며 다저스타디움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오타니는 볼카운트 2B1S에서 시즈의 4구째 가운데 높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날아드는 96.9마일 직구를 끌어당겨 오른쪽 펜스를 라인드라이브로 넘겼다. 발사각 25도, 타구속도 111.8마일, 비거리 372피트.
홈런을 확인한 오타니는 강렬한 배트 플립을 선보인 뒤 1루로 달려나가며 포효했다. MLB.com은 '두 번째 타석인 2회말 오타니는 자신의 감정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동점 3점홈런을 날린 뒤 강력한 배트 플립(mighty bat flip)을 선사했다'고 전했다.
샌디에이고가 이어진 3회초 잰더 보가츠의 2타점 2루타로 5-3으로 다시 앞서 나가자 다저스는 4회말 1사후 에드먼의 번트안타, 로하스의 좌전안타에 이어 오타니의 안타로 찬스를 1사 만루로 연결했다. 오타니는 좌완 아드리안 모레혼의 몸쪽 높은 98.4마일 싱커를 받아쳐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빗맞힌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어 무키 베츠 타석에서 모레혼의 폭투로 3루주자 에드먼이 홈을 밟아 4-5로 따라붙은 다저스는 계속된 2사 만루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중전안타를 터뜨려 오타니와 베츠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6-5로 전세를 뒤집었다.
다저스는 5회말 무사 2,3루서 에드먼의 병살타 때 스미스가 득점해 7-5로 점수차를 벌렸다.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의 홈런으로 우리는 다시 탄력을 받고 흐름을 우리 쪽으로 끌어올 수 있었다. 초구부터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빠져 들었다고 생각한다. 난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오타니가 그걸 부추겼다고 나는 생각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오타니는 다저스 역사상 1953년 짐 길리엄, 1995년 마이크 피아자, 2004년 톰 윌슨, 2018년 맥스 먼시, 2019년 개빈 럭스에 이어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홈런을 친 6번째 선수다.
오타니는 "시즈는 메이저리그 가장 훌륭한 투수 중 하나다. 실수가 별로 없는 투수이고 모든 구종들이 정말 좋다. 난 그 (실투된)공을 알아차렸고, 칠 수 있어서 기쁘다"며 "경기 전부터 구장 전체에 흐르는 팬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난 그걸 철저히 즐겼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그런데 긴박한 흐름 속에서도 오타니는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 눈길을 끌었다. 7-5로 앞선 8회말 1사 1루서 5번째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상대 좌완 태너 스캇의 5구째 98.2마일 한복판 직구에 방망이를 돌렸다. 파울팁이 된 공은 포수 엘리아스 디아즈의 마스크를 때린 뒤 옆으로 흘렀다. 충격을 받은 디아즈가 앉은 자세로 뒤로 물러나며 비틀거리자 오타니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줬다. 괜찮냐고 묻는 제스처였다. 디아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타니가 내민 팔을 어루만지며 미소로 응답했다.
오타니는 이어진 승부에서 스캇의 7구째 높은 직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2회 홈런 못지 않은 인상적인 타석이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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