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가을 여왕' 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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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기 여주의 블루헤런GC(파72) 14번홀(파4). 10.6m짜리 버디퍼트를 앞둔 김수지(28)가 신중하게 라인을 살핀 뒤 자신 있게 스트로크를 했다.
3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수지는 전반에 버디 1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타를 잃었고, 후반 10번홀(파5)과 12번홀(파4)에서 징검다리 보기를 범해 타수를 지킨 윤이나에게 공동 선두 자리를 내줬다.
김수지는 16번홀(파3)에서도 9.5m 버디퍼트를 떨어뜨려 사실상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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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월만에 우승컵…통산 6승째
최근 2년간 9~10월에만 우승 5번
대상포인트 순위, 3계단 오른 6위
윤이나·박민지 등 추격 따돌려
"가을에 유독 노력 빛발하는 듯"
6일 경기 여주의 블루헤런GC(파72) 14번홀(파4). 10.6m짜리 버디퍼트를 앞둔 김수지(28)가 신중하게 라인을 살핀 뒤 자신 있게 스트로크를 했다. 그의 퍼터를 떠난 공은 오른쪽으로 향하다가 경사를 타고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더니 홀로 사라졌다. 윤이나(21) 박민지(26) 황유민(21)과의 우승 경쟁에서 김수지가 한발 앞서간 순간이다.
가을이 왔다는 건 정말 김수지의 시간이 시작됐다는 것을 뜻하는 걸까. 가을만 되면 유독 샷감이 뜨거워지는 그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을 제패하면서 ‘가을 여왕’의 면모를 제대로 뽐냈다. 김수지는 이날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2타를 잃었지만,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로 우승했다. 단독 2위 황유민을 2타 차, 공동 3위 윤이나와 박민지를 3타 차로 따돌린 김수지는 “매 대회 최선을 다해 우승하고자 준비하는데 그 결과가 유독 가을에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3년 만에 이 대회 타이틀 탈환에 성공한 김수지는 시즌 첫 승이자 지난해 8월 한화 클래식 이후 1년2개월 만에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우승 상금 2억7000만원을 챙긴 그는 상금랭킹을 8위(7억571만원)로 끌어올렸고, 대상(MVP) 포인트 순위에서는 세 계단 상승한 6위(342점)가 됐다. 공동 3위를 기록해 상금 9750만원을 받은 윤이나는 상금랭킹 1위(11억3610만원), 대상 포인트 2위(485점)로 올라섰다.
○가을에만 다섯 번째 우승
김수지는 KLPGA투어에서 가을 여왕으로 통한다. 2017년 KLPGA투어에 데뷔한 김수지는 2021년부터 2년 동안 9, 10월에만 네 차례 우승했다. 작년 한화 클래식 우승도 절기상 처서를 지난 시점이었다.
올가을에도 어김없이 김수지의 시간이 돌아왔다. 최근 4개 대회에서 공동 4위-공동 7위-공동 4위-공동 11위를 기록할 정도로 점차 경기력을 끌어올리더니,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특히 전날 3라운드에선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몰아쳐 단숨에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고, 마지막 날 윤이나와 치열한 우승 경쟁 끝에 승리하면서 왕관을 차지했다.
물론 우승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3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수지는 전반에 버디 1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타를 잃었고, 후반 10번홀(파5)과 12번홀(파4)에서 징검다리 보기를 범해 타수를 지킨 윤이나에게 공동 선두 자리를 내줬다. 14번홀까지 5타를 줄인 박민지도 공동 선두에 올라 한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우승 경쟁이 펼쳐졌다.
승부의 추가 김수지 쪽으로 기울어진 건 14번홀에서다. 김수지가 먼 거리 버디퍼트를 떨어뜨려 단독 선두로 다시 올라선 가운데, 윤이나가 같은 홀에서 3온2퍼트로 보기를 범해 단독 3위로 밀려났다. 김수지는 16번홀(파3)에서도 9.5m 버디퍼트를 떨어뜨려 사실상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통산 20승 기회 놓친 박민지
8타 차 공동 5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박민지는 이날 유독 빛나는 샷감을 자랑했다. 72.2%(13/18)의 그린 적중률을 뽐낸 그는 14번홀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를 포함해 무려 5타를 줄여 단숨에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지난 6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통산 19승을 거둔 박민지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통산 20승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마지막 순간에 박민지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좋았던 샷감은 17번홀(파4)과 18번홀(파5)에서 급격히 흔들렸고, 연속 보기를 범하면서 공동 3위로 미끄러졌다. 17번홀에서 1타를 더 잃은 윤이나도 공동 3위에 그쳤다.
여주=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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