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비자금 의원’ 일부 공천 배제 방침···여론 부담 영향
추가로 공천 배제되는 비자금 의원들 나올 듯
일본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6일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 일부는 불공천하는 방향으로 오는 중의원(하원) 선거 공천 룰을 사실상 확정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자민당 본부에서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선거대책위원장 등과 협의한 뒤 기자단에게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이시바 총리가 밝힌 기준은 크게 셋으로, ①지난 4월 스캔들 연루 의원에 대한 당 징계 때 ‘공천 배제’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의원이거나 ②그 이하 수준의 징계를 받았지만, 정치윤리심사회에서 설명 책임(소명)을 다하지 않은 경우, ③지역민의 이해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면 공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시 공천 배제 수준 이상의 처분을 받은 니시무라 야스토시 전 경제산업상,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 다카기 쓰요시 의원 등 3명 이외에도 추가로 공천에서 배제되는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이 나올 전망이다.
자민당은 앞서 검찰 수사 등으로 비자금 스캔들 연루가 드러난 의원 중 39명에 대해 징계 처분을 낸 바 있다. 한때 당내 최대 파벌이던 아베파 36명과 니카이파 3명 등으로, 이 중 34명은 ‘공천 배제’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를 받았다.
또 이시바 총리는 정치자금을 장부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 문제가 됐던 의원들의 경우 지역구 공천은 되더라도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저와 당4역(자민당의 핵심 간부직 4명)도 중복 입후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현행 선거법상 중의원 선거 때 소속 정당의 허가를 받은 지역구 출마 후보는 비례대표에도 중복으로 입후보할 수 있어 지역구 낙선 정치인이 비례대표 의원직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스캔들 연루 의원에 대해선 이같은 ‘비례 부활’ 길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러한 방침을 9일 당선거대책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직전까지 이시바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됐던 자민당 의원들 공천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만 해도 비자금 연루 의원 불공천 의사를 드러냈으나, 스캔들에 다수 연루된 아베파 소속 의원들의 집단 반발과 비자금 의원을 배제하고 새 후보를 공천하기 위한 시간 부족 등이 입장 전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시바 총리는 취임 직후 내각 인사에서는 아베파 의원들을 배제한 바 있다.
이시바 총리가 불공천 가닥으로 회귀한 건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앞서 마이니치신문이 사회조사연구센터와 함께 지난 3일 18세 이상 20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비자금 사건으로 문제가 된 의원을 공천하는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응답자가 70%에 달했다. ‘납득할 수 있다’는 견해는 8%에 그쳤다.
아사히신문은 “애초 자민당 집행부는 비자금 문제는 공천 판단 기준으로 삼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이틀간 협의를 거쳐 일부 요건을 변경한 모양새”라고 전했다.
지난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오는 9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27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총리의 국회 해산권은 유리한 시점에 선거를 치러 정권 기반을 다지는 ‘전가의 보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선거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정권이 초반부터 흔들릴 수도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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