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토지은행이 빈집 인수, 고쳐 팔거나 철거 후 녹지 조성
- 1950, 60년대 대표 공업도시
- 80년대 러스트벨트 쇠락으로
- 인구급감, 빈집도 크게 늘어
- 미국 최초로 설립된 토지은행
- 빈집 일부 확보, 리모델링 후
- ‘생산적으로’ 쓸 주인에 팔거나
- 폐허 된 구조물 철거해 공터로
- 주민 활용할 수 있는 공간 변신
1950, 1960년대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함께 러스트벨트 공업 도시로 대표되던 미시간주 플린트시는 1980년대 러스트벨트의 몰락과 함께 인구 절벽을 맞았다. 전성기인 1960년대 약 20만 명에 달했던 플린트시의 인구는 1990년대 14만 명대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약 8만 명을 기록했다. 지속적 인구 유출에 빈집이 걷잡을 수 없이 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곳에는 2004년 미국 최초의 토지은행인 ‘기네스카운티 토지은행’이 설립된다. 토지은행은 시내 빈집이나 공터 등 빈 부동산을 인수해 신속하게 새 주인을 찾아주며 이곳을 ‘가치 있는 재산’으로 바꾸는 데 주력한다.
▮3년 방치 빈 부동산 새 주인 찾는다
부동산 소유자가 재산세를 3년 이상 내지 않으면, 기네스카운티는 해당 부동산을 공공경매로 넘긴다. 토지은행은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기 전 그중 일부를 먼저 확보할 수 있다. 나머지 부동산은 공공경매를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된다. 경매에서 팔리지 않은 부동산도 토지은행 소유로 돌아간다. 기네스카운티 토지은행은 이런 세금 압류(Tax-foreclosure)제도를 통해 빈 부동산을 신속하게 확보해 관리한다.
토지은행은 이렇게 인수한 빈집을 리모델링한 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거나, 철거 이후 녹지·공원을 조성할 주민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새 주인을 구한다. 2004년 설립 이후 토지은행은 지난해까지 208개의 빈집을 리모델링했고, 9991개의 빈 부동산을 생산적인 용도로 재활용했다. 토지은행 크리스티나 켈리 지역활성화·기획 국장은 “토지은행의 역할은 빈 부동산을 다시 ‘생산적인 주인’의 손에 쥐여주는 것이다. 자신의 집과 연결된 땅을 100달러(한화 약 13만 원) 미만으로 구매해 마당을 넓힐 수도 있고, 땅을 사는 게 부담스럽다면 매년 1달러(한화 약 1300원)를 지불하고 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버려진 집’을 ‘기회의 땅’으로
토지은행은 빈집을 철거해 공터로 만든다. 이는 일대의 치안 문제를 개선하고, 화재나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필수적 노력이다. 방치된 빈집에서 청소년 비행, 마약, 방화 등 범죄가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누군가가 빈집 내부의 전선을 잘라가 판매하는 경우도 많아 빈집은 자연발화에도 취약해진다. 화재로 손상된 건물은 붕괴의 위험이 산재하고, 오래전 지어진 건물에는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기도 하다. 부산 원도심권 통학로 주변 빈집 정비에 지자체와 교육청, 경찰이 매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토지은행은 20년간 9000여 개의 빈집 등 폐허 구조물을 철거했다. 적극적인 철거 사업으로 지난달 기준 토지은행 소유의 부동산 약 1만4500개 중 공터가 1만여 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철거 후 공터가 된 토지는 지역 주민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주민은 이곳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후 차고나 창고를 지어 마당처럼 활용하거나, 새 집을 짓는다. 특히 주민이 모여 공터에 녹지나 정원을 조성하는 ‘클린앤그린(Clean and Green) 프로그램’은 기네스카운티 토지은행을 대표하는 핵심 사업이다.
▮지역 주민 모여 빈집을 정원으로
토지은행은 적극적인 주민 참여가 있어야만 빈집 정비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한다. 토지은행의 대표 사업 ‘클린앤그린 프로그램’의 주체가 지역 주민이기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주민의 자발적인 요청으로 2004년 토지은행이 설립되자마자 추진됐다. 주민이 직접 빈집이나 공터에 녹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토지은행이 빈 부동산을 연계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주민의 커뮤니티가 빈 부동산을 녹지로 활용하겠다는 제안서를 토지은행에 제출하면, 토지은행은 사업 대상자를 선정한 후 싼값에 토지를 제공한다.
이들은 황폐해진 땅의 쓰레기를 치우고 3주에 한 번 잔디를 깎는다. 정비가 마무리되면 꽃을 심거나, 벤치를 설치하기도 한다. 지난달까지 9000명 이상의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올해도 65개 그룹이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년간 이들이 정비한 빈 부동산은 모두 33만 개가 넘고, 이 가치는 155만 달러(한화 약 20억6000만 원)에 달한다. 정원으로 바뀐 녹지에서는 아이들이 벤치 위에 앉아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클린앤그린 프로그램은 플린트시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토지은행 멜리사 허틀레인 기획·커뮤니티프로그램 부국장은 “클린앤그린 프로그램은 ‘깨진 유리창 이론’의 반대 효과를 가져왔다. 폐가와는 달리 깨끗하게 정돈된 정원에서는 범죄를 저지르기 어렵기 마련이다”며 “이러한 차이를 누구보다 실감하는 것은 주민이다. 앞으로도 토지은행은 더 많은 빈집을 녹지로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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