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건부 휴학 승인, 일방통행 대처론 의-정 갈등 못 푼다

한겨레 2024. 10. 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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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에 대해 '내년 복귀'를 조건으로 휴학을 허용한다는 비상대책을 내놨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휴학을 허용하고 내년 의대 교육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복귀 조건을 일방적으로 내건 정부 방침을 의대생들이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정부는 휴학 승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유급·제적 조처가 단행될 것이라 경고했지만 의대생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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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에 대해 ‘내년 복귀’를 조건으로 휴학을 허용한다는 비상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의료계는 조건 없이 휴학을 승인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의대생들이 얼마나 복귀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의-정 갈등의 근본 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임기응변식 대책만 쏟아내다 보니, 사태 수습에 큰 도움이 안 되는 형국이다.

6일 교육부는 2025학년도 복귀를 조건으로 휴학을 허용하는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을 발표했다. 집단행동의 일환인 동맹휴학 의사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복귀 시점을 명기한 경우에 한해서만 휴학을 승인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학사 일정을 탄력적으로 바꿔서라도 올해 의대 교육을 진행시켜야 하기 때문에 휴학을 불허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서울대 의대가 휴학을 전격 승인한 바 있어, 그 여파가 다른 대학으로 번지기 전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교육부는 또 예과 2년, 본과 4년 등 총 6년에 이르는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의사 배출에도 공백이 생길 우려가 커진 만큼 교육과정의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휴학을 허용하고 내년 의대 교육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내년 신입생과 올해 휴학·유급 학생까지 7500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는 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높아져 대비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문제는 복귀 조건을 일방적으로 내건 정부 방침을 의대생들이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정부는 휴학 승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유급·제적 조처가 단행될 것이라 경고했지만 의대생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단축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부실 교육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자칫 의-정 갈등을 더 키울 판국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일관되게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의-정 갈등의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이들이 그 어떤 정부 방침에도 협조할 리 만무하다. 의료계의 협조 없이 정부가 독자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여야의정 협의체이든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이든,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을 대화 창구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 그 자리에서 당장의 의료 공백 사태와 함께 앞으로 문제가 될 의사 배출 공백을 최소화할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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