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여유로운 MBK…베팅 때마다 영풍이 뒷감당

박종관 2024. 10. 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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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만→75만→83만원…'공개매수가 상향' 승부수의 비밀
장형진 일가의 콜옵션 행사가
최초 매수가인 66만원에 연동

MBK, 공개매수가 올리더라도
영풍서 더 낮은 가격에 지분 매입
고려아연 인수에 추가 부담 없어
양측 싸움서 꽃놀이패 쥔 MBK
"고려아연 쥐고 흔든다" 지적도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왼쪽)·영풍 장형진 고문. 사진=한경DB


MBK파트너스가 지난 4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맞서 곧바로 공개매수가격을 올리는 등 고려아연 분쟁에서 거침없는 공세를 펴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최대 10조원 규모로 조성 중인 MBK파트너스의 6호 블라인드 펀드 외에 영풍과 맺은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 계약이 자신감의 원천이 됐다고 분석한다. 이 계약을 통해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가격을 높이더라도 실질적으로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투입하는 자금은 늘어나지 않는 구조를 짰다.

○공개매수가격에 연동된 콜옵션 계약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영풍,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준비하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공개매수가 끝난 뒤 공개매수로 사들인 지분과 기존 영풍 및 장 고문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합한 뒤 그중 50%+1주를 MBK파트너스에서 가져가는 구조다. 즉 영풍은 공개매수에 성공한 뒤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현재 보유한 지분 33.1% 중 일부를 MBK파트너스에 팔아야 한다.


중요한 건 콜옵션 행사 가격이다. 콜옵션 행사 가격은 미리 정하는 게 아니라 최종적으로 고려아연을 인수하는 데 들어간 주당 매수 평균 단가를 66만원으로 맞추고 콜옵션 가격을 그에 따라 조정하기로 했다. 공개매수 단가가 올라갈수록 MBK파트너스가 장씨 일가 지분을 사들이는 가격은 낮아지는 구조다.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가격을 75만원으로 올리자 기존 66만원이던 콜옵션 행사 가격은 약 62만원(최대 매수 수량을 공개매수했다고 가정)으로 떨어졌다. MBK파트너스 평균 인수 가격인 66만원에 맞추기 위해서다. MBK 연합이 이번에 공개매수가격을 83만원으로 끌어올리자 콜옵션 행사 가격은 58만5000원으로 더 내려갔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선 공개매수가격을 더 올려도 영풍 측 지분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자금 부담이 사실상 없다.

○MBK에 흔들리는 고려아연

이런 구조는 장씨 일가가 경영권을 내려놓고 MBK파트너스 전략에 협조하기로 결정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 일가로서도 손해 보는 장사라고 말하긴 어렵다. 당장은 지분 일부를 MBK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넘겨야 하지만 추후 남은 지분을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매각할 때 함께 붙여서 팔 수 있는 권리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충분히 받는다면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장 고문이 경영권을 내려놓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콜옵션 구조”라며 “최 회장 측은 장 고문 쪽보다 지분이 적고 경영권을 쥐고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구조를 따라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MBK 연합은 최 회장 측이 또다시 공개매수가를 올리더라도 이런 콜옵션 구조를 바탕으로 맞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다. MBK 연합은 최 회장과 똑같은 가격만 제시하면 된다. 공개매수를 MBK 연합이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조건을 변경해도 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먼저 끝나고, 세금 측면에서도 MBK 연합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MBK 연합은 무엇보다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가를 계속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영권 분쟁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주가가 높게 형성된 가운데 회사가 추가로 3조원 넘는 차입금을 조달해 자사주를 사들이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최씨와 장씨 집안의 분쟁 틈바구니에서 MBK파트너스만 ‘꽃놀이패’를 쥐고 고려아연을 흔들어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MBK 연합이 공개매수가를 계속 올리더라도 당장 손해를 보는 건 기존 보유 지분을 더 싸게 넘겨야 하는 영풍 측이다. MBK 연합에 맞서 자사주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고려아연도 차입금 부담이 점점 커진다.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된 고려아연 주가는 경영권 분쟁이 끝나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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