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OTT 영화를 BIFF 개막작으로… 영화계 왜 달가워하지 않을까

허시언 기자 2024. 10. 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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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전, 란' BIFF 개막작 선정
OTT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처음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요즘 문화생활을 즐기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요. 지난 2일에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부지런히 드나들며 영화를 관람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영화를 좋아하는 노루로써 BIFF 개막식에 빠질 수 없었던 라노는 겨우 예매에 성공해 개막식에도 다녀왔습니다. 이번 BIFF의 개막작은 ‘전, 란’으로, 연내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영화입니다. 따로 극장 개봉은 하지 않고 넷플릭스에서만 시청할 수 있죠. 이번 기회를 놓치면 극장의 큰 화면으로는 영영 볼 수 없기 때문에 라노는 무리해서라도 개막식에 참석해서 영화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2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올해 영화제는 총 63개국의 영화작품 278편을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등 총 5개 극장 26개 상영관에서 상영한다. 전민철 기자


‘전, 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개막작 공개 시점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BIFF에서 OTT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었죠. OTT 영화가 BIFF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극장 상영을 하지 않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영화제의 개막으로 선정할 수 있는가?’를 놓고 의견이 갈린 것입니다. OTT 영화는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부적절한 것일까요.

‘전, 란’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 및 각본에 참여했으며,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에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무신 출신 양반가 외아들과 그의 몸종이 선조이 최측근과 의병으로 다시 만나 서로 칼끝을 겨누게 되는 내용의 대하 사극입니다.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등 유명 배우들도 대거 출연합니다. 라노는 개막작을 보는 내내 행복했는데요. 이 영화의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력, 영화 음악이나 연출 등이 모두 빠짐없이 훌륭하고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전, 란’은 영화의 작품성이나 대중성, 완성도 측면에서 봤을 때 BIFF의 개막작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죠.

박도신 BIFF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넷플릭스 작품이라고 해서 고민한 건 없습니다. 작품 자체를 봤고, 오시는 관객분들이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를 감안했습니다. OTT 같은 경우는 ‘온 스크린’ 섹션으로도 선보였었는데, 그때 당시 그렇게 마련하겠다고 한 건 OTT도 영화의 한 장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작은 화면으로만 봤던 OTT 작품들을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OTT라고 해서 제외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일이 왜 비판을 받았을까요. 영화를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신규 플랫폼 정도로만 여겨지던 OTT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외출이 힘들어지고, 극장 이용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극장의 대체재 역할을 해낸 것인데요. 그 결과 OTT는 자체 콘텐츠를 생산해낼 만큼의 능력을 갖추게 됐고, 극장들은 개관 이래 최악의 경영난을 겪게 됐습니다. 현재까지도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죠.

전문가들은 OTT로 인해 극장 관객이 크게 줄어 한국의 영화 시장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OTT에서 제작한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이 그리 좋게 보이진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자국 영화 시장 지키기와 극장 지키기 모두 실패한 결정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

현재 한국 영화 시장은 OTT와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극장에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그런데 ‘전, 란’은 극장 개봉을 따로 하지 않고 오로지 넷플릭스에서만 단독 공개를 합니다. 극장의 활성화는커녕, OTT에 관객들이 몰리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OTT 영화가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하대 노철환(연극영화과) 교수는 OTT 영화의 개막작 선정이 개인적으로는 아쉽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OTT 영화의 개막작 선정이 한국 영화 산업의 자생력 강화와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려스럽기는 합니다. 극장에 독점적 상영 기간을 보장하는 미디어 홀드백, 특정 영화의 시장 독식을 막는 스크린 상한제 등 법제화 논의를 통해 한국 영화 산업을 보호·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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