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보험업계 강타한 `기후 리스크`

강현철 2024. 10. 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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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논설실장
기후위기를 상징하는 이미지. [연합뉴스]

기후위기는 보험사의 경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연재해 발생이 빈번해지고 피해 규모 또한 커지면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증가가 재무건전성과 지속가능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국내 보험사들은 기후 리스크에 대한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2024년 자연재해로 인한 글로벌 보험업의 연간 손실은 1510억달러로 예상된다. 2022년 세계 보험 산업에서 자연재해 관련 보험금 신청 건수는 최근 10년 평균 대비 54%, 30년 평균 대비 115% 증가했다. 재보험 회사인 스위스재보험(Swiss Re)은 기온이 상승하는데다 극한 기상 현상이 더 빈번하고 격렬해짐에 따라 향후 10년 이내 보험 손실 규모가 두 배로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의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보험사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해외 주요 보험사들은 기후변화 예측 역량 향상을 통한 리스크 관리 역량의 제고를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 중이며 사내 기후 전문조직 설립, 제휴 협력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일본 손보그룹 솜포(SOMPO) 홀딩스는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는 프레임워크를 구축했다. 호주 보험사 선코프(Suncorp)는 AI업체 Arturo와 협업을 통해 기후위험이 보험인수 및 보험금 청구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예측 능력을 높였다. 프랑스 악사(AXA) 그룹은 2017년부터 악사 클라이메이트(AXA Climate)라는 보험인수자, 기후과학자, 데이터전문가로 구성된 기후 전문조직을 설립해 기후위험 관리 솔루션을 마련했다.

국내에서도 금융당국 주도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하고, 기상 데이터 확보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과거 데이터와 경험요율이 부족하거나 예측 정확도가 떨어져 보험료 산정에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충분한 데이터의 축적이 중요하다. 국내 보험사들은 기상청, 행정안전부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기상청 빅데이터와 지리정보시스템(GIS) 맵핑 기술을 결합한 일반 보험 자연재해 위험도 분석 체계 등을 구축했다.

금융당국과 주요 금융사들은 기후 리스크 측정을 위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연내 시행할 예정이며, 이상 기후로 인한 담보가치 하락 및 재무적 손실 등을 측정해 금융 정책과 경영에 반영할 계획이다.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는 저탄소 전환, 자연재해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으로 인해 거시경제나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금융사의 손실로 이어지는 일련의 전망을 계량화한 기후 리스크 측정 수단이다. 금융사의 건전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삼성화재, 하나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국내 보험사들은 기후변화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이행 리스크와 물리적 리스크를 산출하고,시나리오에 따른 리스크 파급 경로와 영향도를 분석하고 있다. 재보험사도 기후변화 관련 시나리오 분석과 스트레스 테스트를 위한 정교한 모형을 구축, 기후변화위험에 대한 평가 및 인수 역량 강화에 노력 중이다.

한편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보험감독자협의회(NAIC)는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을 줄이고 재해에 대한 보험시장의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후 회복력 전략'을 지난 3월 발표했다. 이 전략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와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보험 부문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전략에 따르면 각국 보험감독자들은 기후위험으로 인한 보장 격차를 식별하고 측정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보험 정책을 평가하고 격차 해소의 진척 상황을 감독해야 한다. 주 보험 감독당국이 재해 완화 프로젝트에서 보험 접근성을 우선 과제로 포함하도록 권장하며, 교육 및 소통 도구를 개발해 규제기관과 보험 소비자, 계약자 간의 소통을 강화했다. 홍수로 인한 보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 홍수 보험 프로그램(NFIP)에만 의존하지 않고, 민영보험시장 확대를 통한 새로운 리스크 완화 전략도 담았다.

특히 재산 및 상해 보험 시장 데이터 수집(PCMI)을 통해 주 보험 감독당국이 보험시장을 파악하고 위험 완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소비자의 보험시장 접근성도 강화했다. 재산 및 상해 보험 시장 데이터 수집은 전략의 핵심요소 중 하나로, 미국 재산 보험 시장의 80% 이상을 포괄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주 보험 감독당국이 재난 발생 전 위험을 미리 대비하고 위험 완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또한 기후 복원력 시나리오 테스트 및 분석 도구 개발을 장려하고 이를 기반으로 재무 건전성, 시장 접근성, 위험 완화 전략 수립 등을 파악하고 평가하도록 했다.김종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기후 리스크 측정· 평가 능력 제고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한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사회적 역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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