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갈증 해소할 도전이자 모험… 관객들의 마음 사로 잡을 것”

이강은 2024. 10. 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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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일 한강 노들섬 오페라 ‘카르멘’에서 돈 호세 역으로 국내 전막 오페라 첫 출연
카르멘 역으로 주역 데뷔하는 동갑내기 메조소프라노 정주연과 호흡 맞춰
존노 “그동안 한정된 색깔 벗어나 저의 모든 것을 보여드리겠다”…몸무게 10㎏ 감량하며 의욕 불태워
정주연 “막연하게 꿈꾼 주역 맡아 기쁘지만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아 최선 다해 준비”
김숙영 연출 “영리하고 열정적인 가수들이라 공연 기대돼”

“도전이고 모험이긴 하지만 감사하고 기대도 됩니다.”

서울문화재단이 19∼20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 노들섬에서 선보일 오페라 ‘카르멘’에 참여하는 세 사람의 소감이다. 지난 4일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에서 주인공 카르멘과 돈 호세를 맡은 메조소프라노 정주연과 테너 존노, 김숙영 연출을 만났다. 
한강 노들섬에서 열리는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연출을 맡은 김숙영(왼쪽부터)과 돈 호세 역 테너 존노, 카르멘 역 메조소프라노 정주연이 지난 4일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내 전막 오페라에 처음 출연하는 존노와 주역 데뷔 무대인 정주연은 “부담되면서도 빨리 보여드리고 싶을 만큼 설렌다”고 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1838∼1875)의 걸작 ‘카르멘’은 일상에서 벌어질 만한 일을 묘사한 사실주의 오페라의 초석이 된 작품으로 매혹적인 집시 카르멘과 군인 돈 호세 간 사랑과 배신, 복수, 죽음을 다룬다. 이 오페라를 본 적 없더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하바네라’, ‘투우사의 노래’ 등 주옥 같은 아리아가 유명하다. 주역 가수들이 가창력뿐 아니라 연기력까지 좋아야 박수받는 작품이다.  ‘카르멘’으로 주역 데뷔를 하는 정주연이나 한국에서 전막 오페라가 처음인 존노 모두 부담이 없을 수가 없다.      

2020년 JTBC ‘팬텀싱어3’에 나와 유명해진 존노는 “너무 부담되고 떨리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토록 바라던 (국내) 전막 무대에 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정말 저의 모든 것을 다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합창단 생활을 하다 3∼4년 전부터 단역·조역으로 오페라 무대에 오른 정주연은 “막연하게 꿈꿨던 주역을 맡게 돼 기쁘다”면서도 “막상 주역이 되니 노래는 물론 연기할 때도 사소한 것부터 상대 배우들 배려까지 신경써야 할 게 많더라. 최선을 다해 준비 중”이라고 했다.

서로 우선 꼽는 상대의 강점은 뭘까. “주연씨 소리가 정말 좋아요. 외국의 카르멘 전문 여가수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납니다.”(존노)
‘돈 호세’ 역 테너 존노. 서울문화재단 제공
“존은 진짜 돈 호세처럼 노래하고 연기해요. 노래 자체가 연기인 사람이랄까. 제가 배울 점입니다.”(정주연)

33살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다른 출연진과 함께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맹연습을 하고 있다. 

특히 존노의 경우 그동안 쌓인 오페라 갈증을 해소할 무대라며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몸무게를 10㎏이나 줄인 게 대표적이다. “돈 호세는 정신적으로 피폐한 군인인데 살이 포동포동하면 말이 안 될 것 같아서요.” 다른 작품 속에서 테너가 맡는 역할이 대개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 같은 성향인데 반해 ‘카르멘’의 돈 호세는 극단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도 욕심을 자극했다. 그는 “‘팬텀싱어’ 출연 이후 제 색깔이 서정적이고 맑은 목소리에 경건한 인상으로 한정된 것 같다”며 “마음의 병 때문에 극단으로 치닫는 돈 호세를 실감나게 연기해 저의 또다른 면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카르멘’ 역 메조소프라노 정주연. 서울문화재단 제공
‘팬들이 좀 놀라겠다’고 하자 이렇게 답했다. “독주회 할 때 돈 호세의 아름다운 아리아(‘꽃의 노래’)를 많이 부르니 팬들이 저를 ‘존 호세’라고도 해요.(웃음) 오페라 경험이 없는 팬 중에는 ‘카르멘’과 돈 호세를 사랑스러운 작품, 인물로 알고 계신 분도 있어요. 저의 출연을 계기로 오페라를 가까이 하고 그 매력에 빠졌으면 합니다.”
대중과 클래식 음악의 가교가 되길 원한 존노는 도니체티와 모차르트의 희극 오페라 ‘사랑의 묘약’과 ‘코지 판 투테’를 소규모 작품으로 각색·연출하기도 했다. 누구나 쉽게 오페라에 친숙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들 작품을 보러 왔다가 오페라 등 클래식에 빠진 분들이 있어요. 저를 떠나 피아니스트 임윤찬 팬이 된 분도 있는데 너무 좋아요. 더 많은 사람에게 클래식을 알릴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배워 실력과 영향력을 키우겠습니다.”
김숙영 연출. 서울문화재단 제공
김숙영 연출에게도 이번 공연은 여러모로 만만찮은 작업이다. 무엇보다 공연의 성패를 좌우할 주인공들이 주역·전막무대가 처음인 신예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전날 처음으로 1막부터 3막까지 연습해봤다고 한 김 연출은 “둘 다 아직 미숙하고 불안한 부분이 있지만 ‘공연을 잘 해낼 수 있겠다’는 믿음을 줘서 기분이 좋았다”며 “하루하루 (눈에 띄게) 달라지는 영리하고 열정적인 가수들”이라고 칭찬했다. 쌀쌀한 저녁 야외에서 하는 공연이라 시간을 대폭(4막 180분→중간 휴식시간 없이 3막 100분) 단축하면서도 관객들이 온전한 작품을 즐긴 듯 느끼게 하는 것도 숙제다. “음악과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서 관객들이 어디가 잘려나갔는지 모르게 작업 중이에요. (관객들이) 볼 만하다고 하면 180분짜리 작품 관람도 시도할 것입니다. 이런 게 오페라 대중화의 시작이 아닐까요.”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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