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마켓워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장기전 돌입...최종 승자는 금투업계?
[파이낸셜뉴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최종 승자는 금융투자업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높은 신용등급에도 회사채 인수에 고금리를 적용하고, 공개매수 주관사 등으로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어서다.
6일 코스콤CHECK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AA+등급(안정적)에 해당하는 고려아연의 사모 회사채 이자율 연 7%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글 A급 이하 혹은 BBB급 이하의 비우량채의 회사채 금리에 해당하는 금리를 IB업계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신용등급 AA급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 금리는 최근 3% 초중반대에서 결정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7% 이상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신용등급조차 부여받지 못한 비상장사들이다. 신용등급 BBB+에 해당하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 9월 11일 발행한 2년물 금리는 연 4.1% 수준이다. 고려아연보다 신용등급이 두 단계 낮은 HD현대오일뱅크가 이달 4일 발행한 회사채 3년물과 5년물 금리는 각각 3.1%, 3.2% 수준에서 정해졌다. 신용등급 AA+이상에서 7% 이상의 고금리가 정해졌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등이었다. 지난 2008년 하나금융지주(AAA)가 발행한 2년물 회사채 금리가 연 7.9% 수준이었다. KB금융지주(AAA)가 같은해 12월 발행했던 회사채 발행 금리는 연 8.0% 수준이었다. 같은 해 8월과 10월 GS칼텍스(AA+)가 발행한 2년물 금리는 연 7.950%, 연 8%에 달했다. SK에너지(AA+)가 10월 발행한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연 7.5% 수준이었다. 당시 2008년 10월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대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기업 회사채 금리와 국고채 스프레드는 2~3%p 수준이다.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2.8% 수준(10월 4일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고려아연(7% 금리)과 국고채 스프레드는 4%p를 넘어간다.
고려아연이 지난달 발행한 4000억원규모의 CP는 6개월 물로 이자율은 연 3.59%~3.60% 수준에서 결정됐다. 이들 자금을 1년 만에 현금상환 하기보다 차환할 가능성이 크다. 경영권 사수를 위해 급하게 마련한 실탄 1조4000억원(회사채 및 CP) 이자 비용을 단순 계산해도 연간 800억원을 훌쩍 넘어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올해 상반기 말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현금성자산)은 1629억원 수준이다. 새롭게 차입한 실탄(1조4000억원)에 해당하는 이자비용으로만 현금성자산의 절반 이상을 쓸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번 경영권 분쟁에 들어갈 비용은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지난 2일 '운용 자금' 목적으로 금융회사 차입금 1조7000억원, 회사채 발행 1조원 등 모두 2조7000억원을 외부에서 조달하겠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금융의 고금리 이자 수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건설이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지난 2023년 1월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5000억원 펀드를 조성했다. 당시 펀드 금리는 연 14% 수준(수수료 포함)이었고 만기는 1년 2개월이었다. 2차 펀드를 조성하면서 롯데건설은 메리츠금융이 아닌 시중은행과 손을 잡았다. 2차 펀드 만기는 '3년 이상', 금리는 선순위 연 6~8%, 중순위 연 8~10% 이하로 알려졌다.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MBK)·영풍 측의 경영권 분쟁은 금투업계 수익 경쟁을 가열시키는 양상이다.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MBK·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이 각각 진행하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양측의 주관사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경영권 분쟁에 참전한 증권사들이 앞으로도 높은 이자 비용을 챙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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