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중년의 우아한 사랑이 신선함으로 눈길 끄는 이유 [배정원의 핫한 시대]
100세 시대 사회상 잘 반영한 콘셉트 먹혀
(시사저널=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최근 JTBC 방송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끝사랑》이 화제다. 지난 8월부터 방송하고 있는 《끝사랑》은 50대 이상 시니어들의 사랑 찾기를 주제로 '진정한 사랑은 인생을 이해할 때쯤 찾아온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5060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최근 《나는 솔로》를 필두로 《솔로지옥》 《환승연애》 《돌싱글즈》 등 연애 상대를 찾는, 매칭을 주제로 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출연 연령층이 최고 40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출연자 대다수가 50대 이상이고 심지어 60대도 끼어있는 《끝사랑》은 출연진 세대에서 이미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하겠다.
100세 시대로 가는 현재 우리 사회를 잘 반영한 콘셉트가 먹혔다고 하지만, 50대 이상 시니어를 표방하는 실제 출연진의 외모는 5060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스마트하고 준수하다. 그들의 자세는 꼿꼿하고, 신중하며, 여유롭다. 말투는 품위 있고 상대를 대하는 매너도 기본 이상이며 세련되게 옷을 입고, 좋은 피부를 자랑한다. 앞으로 회를 거듭하며 출연진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걱정스러울 만큼 첫 번째 출연자들의 외모는 관리가 잘되어 있다.
나이 들어서의 사랑은 몸의 진도가 빠르다
이번 출연진은 실제 보통의 5060 외모나 직업군은 아니다. 시리즈의 첫 번째라서 '센 한 방'을 기대해서인지 아니면 일반인 출연진의 검증과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서인지 대부분 시니어 모델이고, 유명한 뷰티 유튜버이며, 연예 계통의 일에 종사한다. 아무래도 첫 회는 '젊어 보이는 외모와 명성'으로 쉽게 출발하려 한 의도가 엿보이지만 나쁘지 않다.
또 나이듦을 존중하지 않고, 무성(無性)적인 존재로 대하며, 노쇠한 사회적 약자로나 취급하는 강력한 젊음 지향의 우리 사회에서 5060을 외도나 불륜이 아닌, 건강한 사랑을 찾는 주인공으로 대우해 줬다는 점에서는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현시대가 연애는 젊은이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기지만, 결혼과 연애가 선택이라 생각하는 2030에 비해 5060은 지나온 인생의 과정에서 연애는 자연스러운 단계였기에 여전히 사랑에 대한 기대와 동력이 있는 세대다. 그래서 《끝사랑》의 에피소드가 오히려 아기자기 더 재미있는 것 같다.
그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석양을 보기 위해 제주도의 동쪽에서 남쪽으로 가로지르는 긴 드라이브 데이트를 하기도 하며, 조용하지만 낭만적인 캠핑 데이트를 마련하기도 한다. 물론 그 캠핑 데이트가 목표한 바와 다르게 낭만보다는 보온과 컨디션에 신경 써야 하는 시니어라는 점을 더 부각시키긴 했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의 캠핑과는 다른 여유로움이 눈에 띄었다. 들판에서 꽃반지로 마음을 고백하기도 하고, 도시락을 준비하기도 하고, 선상 낚시라는 이벤트는 사실 중년이라서 더 돋보이는 데이트 방식이기도 했다. 젊으나 나이 드나 여자들의 로망은 '요리 잘하고 부드러우며 유머러스한 남자'이고, 남자들의 로망은 여전히 '여성적이지만 당당하고 젊어 보이며 아름다운 여자'라는 점은 같지만, 5060세대에겐 익숙한 손편지 고백 방식은 '사랑에는 기다림이 최고의 묘약'이란 점과 '진정성'을 강조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현실의 5060도 다르지 않다. 예전과 다르게 외모뿐 아니라 생활양식,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대체로 여전히 젊고 건강하다. 유엔은 이를 반영해 0~19세는 청소년, 20~65세는 청년, 66~85세는 중년, 86~99세는 노년, 100세 이상은 '많이 산 사람'으로 부르기로 정했다. 그에 더해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야 실제 나이라는 말도 있는데, 주변 사람들을 보면 과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생애 발달 단계 과업이 뒤로 밀릴 만큼 여전히 젊은 5060을 시니어라고 정한 JTBC에 다소 유감을 느끼긴 하지만, 시니어의 사랑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나이 들어 사랑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사회를 설득하고 응원해 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이미 현실의 5060 독신들은 여행·등산·댄스·파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짝을 찾거나, 사교생활을 영위하는 활발한 생활방식을 구가한 지 오래지만 말이다.
한편 앞으로 《끝사랑》 출연진의 애정 진도가 어디까지 나갈지가 진짜 궁금하다. 사랑과 섹스가 각각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연륜으로 깨우쳤을 출연진은, 그리고 제작진은 어디까지 솔직하게 5060의 사랑을 그리게 될까. 부디 너무 건전 프로그램으로 '유교걸, 유교보이'를 양산한 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처럼 현실감 없이 가지 않길 기대한다. 5060은 사랑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나이라는 걸 감안하면 좀 더 솔직하고 과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나이 들어서의 사랑은 몸의 진도가 빠르며, 그것이 사랑의 친밀감을 높이는 데 무척 효과적이라는 것도 아는 나이다.
'일상에서 친밀감을 쌓아가는 능력'에 좌우
첫 회에서 출연진 중 몇몇은 손을 잡았고, 사진 찍는 척 머리를 기대기도 하고, 또 상대를 설레게 하는 스킨십을 슬쩍슬쩍 눈치 못 채게 그러나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여성 출연진이 지금 인기의 몰표를 받고 있다. 다른 연애 리얼리티와 다르게 이들 남녀는 스킨십 진도도 빠르고 바라보는 시선도 깊고 농염하다. 소녀 처럼 반짝이는 미소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상대의 인생에 대해 이해하고 연민하며, 공감하고 손을 잡아준다. 이런 감정 끝에는 욕망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들은 이미 지나온 삶에서 그런 욕망이 주는 위안과 즐거움을 알고 있다.
그렇게 방송이긴 하지만 5060, 아니 그 나이 이상의 모든 사람이 사랑과 성적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용기 있고 대담한, 그리고 유쾌한 프로그램이 되면 좋겠다. 그러는 한편 이미 인생의 경험이 많은 출연진이 용기 내어 상대를 선택하고, 현실의 여러 남루한 문제(성·경제·가족 등)들을 건강하게 함께 해결해 가는 좋은 파트너가 되기로 결정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젊은이들의 사랑과 사랑하는 행위는 능력, 짜릿한 쾌락에 가깝지만 5060의 그것은 훨씬 더 질적인 즐거움, 편안함, 안정감 그리고 친밀감에 가깝다. 이렇게 5060에게 관계의 질은 사실 '일상에서 친밀감을 쌓아가는 능력'에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들의 치기 어린 과시, 포장 욕구와 달리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상대의 모습 또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상대의 취약점은 포용하고 돌보기'는 나이 든 중년 연애의 강점이기도 하다. 우리가 《끝사랑》에서 보듯이 나이 들어서 매력 있는 남성성은 우아함, 안정된 남성성, 강인함이 느껴지는 시선, 사람을 당기는 자신감이며, 신중하고 부드러운 성적 매력과 어떤 힘이 느껴지는 우아함이야말로 나이 든 여성이 가지는 매력이다.
'진정한 사랑은 60이 넘어야 비로소 할 수 있다. 그 전의 사랑은 다 풋사랑'이라고 갈파했던 괴테의 말처럼 우리는 정신이 살아있는 한 더욱 성숙한 사랑을 하는 존재다. 그러므로 결코 인생의 '끝사랑'일 리 없는 《끝사랑》,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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