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연구 대상이 아닌, 그냥 놀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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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없어도 적은 있다. 각양각색의 적들이 도처에 있다. 적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평화를 주장할 자격이 없는 무능한 사람들이다. 나는 무능한 사람보다 유능한 배신자가 좋다."
초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주석을 지낸 마오쩌둥이 생전에 남긴 말로 책을 시작하는 《중국인 이야기》 10권이 출간됐다.
김 교수는 20여 년간 중국을 오가며 '문화 노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와 자신이 수집한 사진들을 바탕으로 이 책을 엮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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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조철 북 칼럼니스트)
"전쟁이 없어도 적은 있다. 각양각색의 적들이 도처에 있다. 적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평화를 주장할 자격이 없는 무능한 사람들이다. 나는 무능한 사람보다 유능한 배신자가 좋다."
초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주석을 지낸 마오쩌둥이 생전에 남긴 말로 책을 시작하는 《중국인 이야기》 10권이 출간됐다. 김명호 성공회대 교수가 '중국인 이야기' 시리즈를 시작한 지 17년 만에 10권을 완간한 것이다. 김 교수는 20여 년간 중국을 오가며 '문화 노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와 자신이 수집한 사진들을 바탕으로 이 책을 엮어냈다.
세계는 지금, 명실상부하게 모든 방면에서 부상하고 있는 강국인 중국에 대한 읽기에 분주하다. 중국은 넓은 영토, 다종다양한 13억 인구,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그들의 역사와 문화의 면면, 속살까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동아시아 역사를 공유하는 우리는, 혁명과 전란으로 점철된 20세기 격동의 중국 역사를 이해하지 않고는 21세기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정립하고, 복잡한 정치·외교·경제 문제를 잘 풀어나가기 어렵다. 이 책 시리즈의 출판이 뜻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교수에게 청조 멸망에서 문화대혁명에 이르기까지 중국 근현대사는 삼국지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1972년 군대 가기 직전,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의 방중 소식을 담은 호외를 우연히 보고 운명처럼 서점으로 달려가 궈모뤄의 소설 《낙엽》을 샀던 것이 중국 관심의 첫 시작. 1980년대에 한 사립대학에 근무할 때는, 금요일마다 중국·홍콩·대만으로 날아가 도서관에 들러 신문과 잡지를 훑어보는 것이 취미이자 즐거움이었고, 현지에서 수천·수만 장의 옛날 사진이 쌓여 있는 골동품 가게들을 돌며 틈틈이 사들이고 입수한 사진들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설명이 없어 사진 속 인물이 누군지 모를 때는 일일이 자료를 찾아가며 확인한 일이 저절로 공부가 됐던 것이다.
중화민국 탄생, 공산당 창당, 북벌전쟁, 항일전쟁, 국공내전과 합작, 중·소와 중·미 외교, 신중국 수립과 문화대혁명 등 파란만장한 역사가 있었고, 혁명가·지식인·예술인 등 소설 속 주인공보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있었다. 그렇게 40여 년 중국을 파헤친 김 교수는 "중국은 연구 대상이 아니었다. 그냥 놀이터였다"고 말한다. 중국 현장에서 쌓은 수많은 경험, 방대한 자료의 섭렵, 중국 사회의 지식인들과 밀착해 쌓은 인맥이라는 배경이 있었던 까닭에 이야기는 자유분방하고 종횡무진하며 막힘이 없다. 사진 한 장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으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저절로 떠오른다고 말할 정도다.
중국인보다 중국 사정을 더 잘 알아 '중국인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는 김 교수는 "중국이 우리보다 문화·정치 면에서 뒤떨어졌다는 인식을 바꾸고 국제 정세를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중국의 문화와 정치 구조를 지식인과 정치인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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