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 공무원 돈 걷어 상사 식사 대접 관행 여전…44% ‘모시는 날’ 경험”

김보름 기자 2024. 10. 6. 11:2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방 지자체 하급 공무원 10명 중 4명이 사비를 걷어 국장이나 과장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소위 '모시는 날'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직사회 모시는 날 관행에 대한 공무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지방공무원 1만2526명 중 9479명(75.7%)이 '모시는 날'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방 지자체 하급 공무원 10명 중 4명이 사비를 걷어 국장이나 과장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소위 ‘모시는 날’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인식 속에서도 여전히 공직사회에서 ‘모시는 날’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직사회 모시는 날 관행에 대한 공무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지방공무원 1만2526명 중 9479명(75.7%)이 ‘모시는 날’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5514명은 최근 1년 이내 이를 직접 경험했거나,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44%에 달하는 수준이다.

‘모시는 날’은 주로 점심 식사(57.6%)에 이뤄졌다. 저녁 식사(7.2%), 술자리(10.4%)를 함께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이들이 ‘모시는’ 대상은 대부분 소속 부서의 국장과 과장이었다. 둘 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는 비중이 44.9%로 절반가량 차지했다. 이어 과장 35.5%, 국장 17.0% 순이었다. 식사비용 부담 방식으로는 소속 팀별로 사비를 걷어 운영하는 팀 비에서 지출한다는 응답이 55.6%로 가장 많았다. 사비로 당일 비용을 갹출하거나 미리 돈을 걷어놓는다는 답이 21.5%, 근무 기관 재정을 편법·불법 사용한다는 답변도 4.1%였다. 국·과장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주로 업무추진비(31.1%)를 이용했다고 위 의원은 밝혔다.

‘모시는 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조사에 참여한 지방공무원 69.2%는 ‘모시는 날’을 부정적으로 생각했고, 이중 ‘매우 부정적’이라는 반응도 44.7%이었다. ‘모시는 날’이 필요한지를 묻는 말에 ‘전혀 필요하지 않다’가 43.1%, ‘별로 필요하지 않다’가 25.8%였다. ‘시대에 안 맞는 불합리한 관행’ 때문이라는 답이 84%에 달했다.

설문조사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기술해달라’는 질문이 선택형 답변 항목이었음에도 무려 2085명의 응답자가 참여했다. 제출된 의견 중에는 "9급 3호봉인데 매달 10만 원씩 내는 게 부담스럽다", "월급 500만원 받는 분들이 200만원 받는 청년들 돈으로 점심 먹는 게 이상하다", "차라리 본인 몫의 식사비만이라도 지불했으면" 등 반발이 셌다. "부서장의 호불호, 제철 음식을 파악하고 다른 팀과 겹치지 않는 메뉴를 골라야 한다"거나 "식당을 고르고 승인받고 예약하고 미리 가서 수저 세팅까지 하느라 오전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는 고충을 털어놓는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도 "제발 없애달라"는 호소가 담긴 의견이 수백 건 제출됐고 소속 기관의 실명을 거론하거나 구체적인 혐의 감사를 요구하는 응답도 다수 있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경찰청, 보건소에서도 비일비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위 의원은 전했다.

위 의원은 "젊고 유능한 공직자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장 실태를 모르는 중앙부처 담당자들은 수박 겉핥기식 탁상행정으로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름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