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재활용의 신화' 는 사기극이었나[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경제부 기자
70년대부터 홍보한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거짓으로 밝혀져
실제로는 92%가 재활용 아닌 연료로 사용
플라스틱 생산, 2019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18억 톤 달해
소비자 기만하는 가짜 친환경 마케팅, 그린워싱 주의보
◆ 홍종호> 기후의 눈으로 경제를 읽다, CBS 기후로운 경제생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종호입니다.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도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 최서윤> 안녕하세요. 오늘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일단 첫 번째 소식은요. 플라스틱 재활용은 사기인가? 캘리포니아의 기업 고소.
◆ 홍종호> 미국 캘리포니아 주 검찰총장이 나서서 엑손모빌을 상대로 소송 걸었다 이런 얘기네요.
◇ 최서윤> 엑손모빌이 미국의 다국적 정유사이면서 석유화학 기업이잖아요. 근데 1970년대부터, 거의 반세기 동안이죠.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공해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캠페인을 해왔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해온 이 캠페인이 소비자를 기만해 온 가짜 친환경 마케팅, 이른바 그린워싱이다 이런 취지입니다.
◇ 최서윤> 엑손모빌이 정유사이면서 석유화학 기업이기 때문에 일회용 플라스틱도 만들거든요. 폴리머의 세계 최대 생산 업체이기도 해요. 거의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에 들어가는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리는 그런 거죠. 이 폴리머가 화석연료인 석유를 원료로 해서 만들기 때문에 플라스틱이 그 자체로 기후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것도 있는 건데요.
이게 화학물질이라서 분해가 어렵기 때문에 나중에 이걸 처리할 때 매립을 하든 소각을 하든 항상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다음에 미세 플라스틱이 돼서 바다나 산이나 이런 데 떠돌아다니기도 하고요.
◆ 홍종호> 이 내용은 우리 국민도 잘 알고 계시죠. 몸에도 축적된다고 하고요.
◇ 최서윤> 그래서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작년 4월부터 화석연료 업계 조사를 시작했는데 그 결과 엑손모빌이 그동안 마케팅해온 내용이랑 배치되는 자료가 상당수 발견했다, 이런 설명을 했어요. 가장 중요하게 본 부분이 아까 그 마케팅, 특히 엑손모빌이 '화학적 재활용'이라는 말을 해요. chemical recycling, advanced recycling. 뭔가 되게 진보된 기술을 사용하는 것처럼 들리잖아요.
플라스틱을 열분해하는 자사의 첨단 재활용 기법, 화학적 재활용이라는 걸 통해서 플라스틱이 재활용이 되고 또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홍보를 해왔어요. 그러면 우리가 사실 플라스틱이 참 편리하지만 환경오염 때문에 걱정됐던 건데 재활용된다고 그러면 뭔가 안심이 되잖아요.
◆ 홍종호> 게다가 첨단 기술이다.
◇ 최서윤> 우리가 생각했을 때 재활용이라고 하면 다른 용도로 또 쓰는 것 같잖아요. 그런데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검증을 해봤더니 이 화학적 재활용을 거쳤다는 플라스틱의 92%가 그냥 연료로 쓰이더라는 겁니다. 제대로 처리가 안 된다는 겁니다.
◆ 홍종호> 제가 들어도 순간 욱하네요. 보통 우리가 재활용 그러면 물리적 재활용, 이걸 가지고 옷을 만든다든지 요새 뭐 그런 거 하잖아요. 예를 들어 플라스틱 생수병도 그렇게 하고요. 그런데 연료로 쓴다면 이거를 과연 재활용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 근데 회사는 지금까지 그렇게 선전도 하고 홍보를 했다는 얘기네요.
◇ 최서윤> 사실은 재활용을 조금은 하기는 하나 봐요. 근데 엑손모빌에서 만드는 플라스틱의 한 1% 남짓 되는 그 정도만 재활용이 돼서 결국에는 거짓된 과장 광고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플라스틱을 쓸 수 있도록 소비를 부추겼다 이런 지적입니다.
◆ 홍종호> 엑손모빌 측은 뭐라고 합니까?
◇ 최서윤> 주 정부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캘리포니아가 까다로운 규제들이 있잖아요. 그런 규제 때문에 우리가 효율적인 재활용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거다.
◆ 홍종호> 오히려 주 정부의 화살을 돌리는 방식으로 현재 대응하고 있다.
◇ 최서윤> 사실은 엑손모빌이 이거를 홍보하면서 모금도 했어요. 보이스카우트를 활용해가지고 기금 모금 목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봉투 같은 것도 판매하고 그랬다는 고발 같은 게 있어요. 그래서 환경단체들도 들고 일어나기 시작한 거죠.
◆ 홍종호> 이게 사실은 주 정부의 이런 주장이 실제로 소송 과정에서 그대로 통과가 된다면 전형적인 그린워싱, 그것도 대규모로 아주 긴 기간에 걸친 그린워싱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플라스틱 원래 원료 자체가 석유 아니에요? 플라스틱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말씀 해주세요.
◇ 최서윤> 일단 플라스틱은 일단 석유로 만들기 때문에 원료인 석유 시추 작업부터 해야 되는데요. 우리 석유 시추 작업부터 온실가스 발생하잖아요. 그래서 원료를 만들 때부터 온실가스가 배출이 되는데 이거를 화학적 결합을 해서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폐기할 때까지 그러니까 전 생애 주기에 걸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플라스틱을 워낙 많이 쓰다 보니까 OECD가 재작년에 발표한 논문이 있는데 2019년 기준 플라스틱의 라이프 사이클 생애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이 18억 톤 정도였다고 했거든요. 이게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4%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18억 톤이라고 하면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4개국의 전체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양이에요.
◆ 홍종호> 캘리포니아가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도 기후 환경 이런 쪽에 굉장히 적극적이고 가장 규제도 강하고 굉장히 역점 사업이에요. 그래서 농업에 물대는 것보다 강의 오염을 줄이기 위한 환경 물 대기가 더 중요하다라고 할 정도로 규제가 강하기로 유명하죠.
◇ 최서윤> 캘리포니아, 말씀하신 것처럼 올해 3월에 미국 최초로 정유업계의 휘발유 가격 규제도 실시했고요. 기업들의 스코프3 기후 공시 의무화, 즉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 배출량 정보를 공시해야 된다는 규제도하고 있고 속도를 내고 있죠. 사실 이곳이 석유 매장량도 되게 많잖아요. 그래서 한때는 주요 원유 생산지였는데 40년 전부터 꾸준히 화석연료 생산량도 줄이고 있고 환경 규제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규제를 많이 하다 보니깐 또 다른 석유 메이저 쉐브론이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전하겠다 뭐 이런 얘기도 들리고요.
◆ 홍종호> 사실 캘리포니아주가 대기오염 기준도 연방 정부보다 훨씬 높고요. 어쨌든 환경에 있어서는 규제의 천국이다. 그러니까 환경을 사랑하는 입장에서는 천국이 되지만 이런 기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울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는 참 재미있는 것이 한 국가로 쳐도 캘리포니아를 전 세계 GDP의 5위에 해당할 정도로 미국 내에서도 가장 큰 경제 규모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보다도 훨씬 더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어마어마한 그런 주예요.
또 여기에 전 세계 인재들이 테크 기업으로 다 몰려드는 걸 보면 이런 규제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이 높은 그런 주라는 것이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도 있습니다. 과연 어떤 식으로 소송이 전개가 될지 앞으로 추이를 지속해서 봐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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