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원하는 건 밥이 아닌 관심과 사랑”…무료로 아이들 전용 식당을 운영하는 이유는? [주말엔]

허용석 2024. 10. 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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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 있습니다.

헝겊원숭이 운동본부 김보민 이사장은 2019년 9월 아이들을 위한 푸드트럭을 시작했고, 이후 2021년 경기도 군포시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 현재까지 아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받지 않고 오직 후원과 자원봉사자만으로 운영하는 아이들 전용 식당, 그 맛있는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아이들 전용 식당 ‘밥먹고놀자’


■ ‘밥먹고 놀자!’ 아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격은 무료

이 식당은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 만 18세 이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가난한지, 넉넉한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운영할 수 있는 이유는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 없이 온전히 후원과 자원봉사의 힘으로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으면 특정한 조건으로 아이들을 구분 지어야 하는데, 이는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김 이사장은 말합니다.

또한, 지난 코로나 시기에 정부의 지원을 받은 업체들은 규제에 따라 음식을 제공할 수 밖에 없었지만 김 이사장은 혼란이 극에 달했던 2020년 2, 3월을 제외하곤 멈춘 적이 없습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김 이사장은 민간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이에 따른 규제를 받는 대신, 아이들 모두를 위해 차별 없이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여기가 가난한 애들이 오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누가 오겠어요?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아이들은 배가 고프고 부모님은 늦게 오세요. 아이들에게는 마음 편히 밥을 먹고 얘기하고 놀 곳이 필요해요. 그런데 그런 곳이 없어요."

-헝겊원숭이 운동본부 김보민 이사장-

2005년부터 지역 아동들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는 김보민 이사장

■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뭐든지 한다

김 이사장은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식당에 올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도시락과 반찬 배달, 의류 및 생필품 지원, 자원봉사자 발굴 및 교육 등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안 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식사는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금요일에 제공하는데, 하루에 100인분 이상의 도시락을 만들고 식당에서 밥 먹는 아이들 몫까지 포함해, 한 달 기준 1,000~1,400인 분을 준비합니다.

밥을 먹으러 오는 아이들은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집은 할아버지, 엄마, 아빠 다 일 나가셔서 늦게 들어오시고 보통 동생하고 둘이 있는데 제가 밥을 할 수 없으니까 주로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을 사 먹고 공원 가서 놀아요"

-식당 이용 초등학생 A -

부모님이 맞벌이 때문에 늦게 퇴근하는 아이들, 조손 가정인데 할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기 어려운 아이들 등, 다양한 이유로 이곳에 온 아이들은 또래들과 함께 즐겁게 식사합니다.

식사의 종류는 영양도 생각하지만, 핫도그처럼 아이들이 좋아하고 먹고 싶어 하는 음식들도 함께 제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동이 끼니를 거르는 문제는 이전과 비교해 많이 사라졌어요. 지금은 가난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모든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간편한 음식으로 식사하는 경우가 매우 많아요. 이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질 좋은 음식을 안정된 장소에서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는가입니다"

-헝겊원숭이 운동본부 김보민 이사장-

또 헝겊원숭이 운동본부에서는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또래들을 돕기 위해 청소년봉사단 '틴'을 조직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군포 관내 10개 이상 기관이 참여하는 지역교육네트워크 '행복마을링'도 결성돼 아동·청소년 맞춤형 교육사업과 교사·강사 역량강화사업도 펼치고 있습니다.

■ 어른 없는 사회에 좋은 어른 되기

경기 군포시에 있는 사단법인 헝겊원숭이 운동본부는 말 그대로 '좋은 어른'이 되자는 군포 지역 시민과 지역아동센터 선생님 등이 주축이 돼 2018년에 만든 아이들을 위한 지원단체입니다.

김 이사장은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어른은 헝겊원숭이 같은 어른"이라며 "아이들을 위한 헝겊원숭이가 많이 되어 달라"고 말했습니다.

헝겊원숭이는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가 1950년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유래합니다.

새끼 원숭이에게 우유가 있는 철사로 만든 원숭이와 아무것도 없는 헝겊으로 만든 원숭이를 선택하게 했더니 온종일 헝겊원숭이와 있더라는 것입니다.

이 실험은 아이들에게 물질적인 것보다는 부모의 따뜻한 품과 부드러운 손길, 즉 관심과 정서적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실험으로 유명합니다.

새끼 원숭이는 우유가 있는 철사로 된 인형보다, 아무것도 없지만 부드럽고 따뜻한 헝겊원숭이 인형에 애착을 보였다.


김 이사장은 헝겊원숭이와 같은 좋은 어른들이 주위에 있어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음식의 조리와 배달 등 활동에 필요한 모든 일들은 오로지 자원봉사로 이루어집니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 여러 어려움이 뒤따랐지만, 그때마다 신기할 정도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의 삶에 관심을 두고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어려움이 보여요. 그걸 알게 됐으면 참여해야 해요. 어른들이 시간과 돈을 내야 합니다. 적어도 어른들이 각각 동네에 있는 아이들만이라도 관심을 둔다면, 그리고 그런 동네가 많아진다면 아이들의 어려움은 점차 해결될 겁니다"

도시락 배달 자원 봉사를 하고 있는 정명순씨는 이 활동이 꼭 아이들만을 위해서 하는 일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저는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데 제 건강도 찾고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이 일을 하고 있어요. 꼭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저는 이동하면서 풍경을 보고 여유를 찾고, 아이들을 보면 너무 예뻐서 에너지를 얻게 돼요"

-배달 자원봉사자 정명순 씨-

■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밥보다는 관심과 사랑

김 이사장은 모든 활동의 중심은 물질적인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정서라고 말합니다.

도시락 배달을 할 때에도 단순히 도시락만 주고 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인사하고 안부를 물으며 아이의 정서를 살핍니다.

식당에서도 아이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교류하며 관심을 쏟습니다.

실제 식당에서 아이들은 밥을 먹기도 하고 자원봉사자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김 이사장은 헝겊원숭이 운동본부에서 행해지는 활동들이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좋은 이웃, 좋은 어른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식당에 오는 친구들은 밥을 먹으러 오기도 하지만 선생님과 이야기하러 오는 경우가 더 많아요"라고 밝혔습니다.

자원봉사 선생님과 즐겁게 지내는 아이들
"여기 오는 친구 중에 가끔 담배 냄새 나는 청소년들도 있어요. 그러면 그렇게 구박해도 또 옵니다. 그 친구들이 왜 올까요? 밥을 못 먹어서 올까요? 아니에요. 그 친구들은 관심이 필요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오는 겁니다“

■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아이들은 우리 사회 미래의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요즘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고 김 이사장은 말합니다.

"아동·청소년 정신과에는 아이들이 넘쳐나고, 자해하는 아이들은 늘어나는 등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징후가 여러 곳에 나타나는데 어른들은 단순히 돌봄 정책을 바꾼다든지 이런 측면만 생각하고 있어요"라며 "아이들의 생각과 말을 들어줄 곳이 없다는 게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아동에게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어른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김 이사장의 꿈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좋은 어른이 많아질수록, 김 이사장의 꿈은 한층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김 이사장이 식당에 온 아이를 반겨주고 있는 모습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격려해 주세요. 아이들에게 본인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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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석 기자 (hy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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