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겨울인가, 봄인가···삼성전자 실적에 쏠린 눈[선데이 머니카페]

송이라 기자 2024. 10.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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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삼성전자 19일 동안 9.1조 순매도
8일 예정 3분기 실적 주목···“모멘텀 필요”
원익IPS·이오테크닉스 등 소부장주는 ‘훨훨’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한 직원이 설계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서울경제]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를 둘러싼 엇갈린 전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중순 이른바 모건스탠리발 '반도체 겨울론'에 시장이 급락하더니 며칠 후엔 마이크론의 깜짝 실적에 급등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였는데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도체 업황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는 양상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 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는 만큼 두 종목의 향배는 코스피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합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오는 8일 예정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오늘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국내 반도체주들의 최근 흐름과 전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외국인 매도에 빌빌대는 삼전···“모멘텀 필요”
이미지투데이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3일부터 이달 4일까지 19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았습니다. 이 기간 중 팔아치운 금액은 9조 1883억 원이 넘습니다. 지난 2일 삼성전자 주가가 1년 7개월 만에 장중 5만 원대를 터치한 것도 외국인 순매도의 영향이 큽니다.

최근 모건스탠리에 이어 맥쿼리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대거 낮추면서 외국인의 이탈 흐름이 강화됐기 때문인데요. 특히 맥쿼리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 5000원에서 6만 4000원으로 절반 가량 낮추고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습니다. 다만 9월 말만 해도 7000억 원 수준이던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2일에는 1000억 원 남짓으로 감소하면서 외국인들도 물량을 털만큼 턴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오는 8일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눈높이는 높지 않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1조 2313억 원으로 지난달 전망치(13조 5441억 원)보다 2조 원 이상 낮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실적 악화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추세 전환을 위해서는 엔비디아향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개시 등 호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악재가 주가에 선반영된 것으로 보이기에 중장기 관점에서 매수를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D램 1위 자리 놓칠수도”...맥쿼리의 경고

그렇다면 외국계 증권사들이 유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부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메모리 부문에 대한 수요가 약해질 것이란 전망 때문입니다.

맥쿼리는 메모리 부문이 다운 사이클로 진입하면서 삼성전자의 수익성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D램 등 메모리 공급 과잉으로 평균판매가격(ASP)이 하락 전환한 가운데 전방 산업의 수요 위축이 실적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는데요. 심지어 “(삼성전자는) 상황에 따라 D램 1위 공급 업체 타이틀을 잃을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우려는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맥쿼리는 2026년 삼성전자 HBM 매출액이 130억 달러로 SK하이닉스(300억 달러) 대비 43%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절반가량 낮춘 곳은 없는데요. 이를 두고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반도체기업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유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 산업의 설비투자가 과하다고 볼 수 없다”며 “D램은 올해 공급 초과에서 내년 수요 초과로 전환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반도체 주에 대한 갑론을박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대장주 빌빌대는데···반도체 소부장株는 ‘활짝’

이처럼 삼성전자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계속하는 가운데 최근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들이 대장주 삼성전자와 반대 방향의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건데요. 시장에서는 서버용 메모리칩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1.14% 하락한 6만 6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전날 밤 뉴욕 증시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칩인 블랙웰의 수요가 탄탄하다고 발언하면서 엔비디아가 3%대 급등했음에도 삼성전자는 힘을 쓰지 못했는데요. 하지만 이날 디아이(003160)(6.05%), 이오테크닉스(039030)(4.70), 원익IPS(240810)(3.08%), 리노공업(058470)(2.84%) 등 반도체 소부장 종목들은 일제히 올라 상반된 흐름을 보였습니다.

시계열을 늘려도 삼성전자와 소부장 종목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뚜렷합니다. 모건스탠리발 반도체 위기론이 본격화한 지난달 19일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는 5.90% 떨어진 반면 HPSP(403870)는 17.31%, 원익IPS는 15.15%, 리노공업은 9.10%, 한미반도체(042700)는 7.94%, 이오테크닉스는 6.50% 상승했습니다.

소부장 기업의 주가 향방은 결국 메모리 기업의 투자에 영향을 받는 만큼 메모리 수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HBM, DDR5 등 AI·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파악돼 하반기에도 공급이 타이트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인 스마트 폰, PC 수요 부진은 하반기에도 회복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올해와 내년 D램 내 HBM 매출 비중이 각각 26%, 36%로 추정돼 경쟁사 대비 B2C 수요 부진에 따른 실적 감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D램 캐파는 전년 대비 64% 증가한 반면, 낸드플래시는 16% 감소할 전망”이라며 “D램 장비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3분기부터 실적이 크게 개선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상당수 증권사들은 HBM의 공급 부족 현상이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다만 대장주 격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계속 부진할 경우 소부장 기업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송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뒤의 업황을 선반영한다”면서 “반도체 기업이 6개월~1년 뒤 실적이 악화되면 소부장에 대한 설비 투자도 감소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들 기업의 주가도 상승을 지속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송이라 기자 elalal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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