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고르기 어렵다면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 와인바를 주목하라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2024. 10. 6. 07:44
한국 찾은 CMB 보두앙 아보 회장 단독 인터뷰/연말 청담동에 225평 대규모 와인문화공간 ‘CMB 와인바 서울’ 오픈/멕시코 등 이어 전세계에서 세 번째/포르투갈·스페인에도 오픈 추진/와인교육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진행 ‘한국와인문화 메카’ 기대
코로나19 확산 기간을 거치면서 와인 소비가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와인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에게는 자기 입맛에 맞는 와인 고르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게 느껴집니다. 비비노 등 와인 앱들 덕분에 전 세계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평균 가격 정보는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와인 레이블은 암호 해독처럼 어렵기만 합니다. 나라, 품종, 빈티지, 포도밭, 당도 등등 와인 하나 고르는데 고려해야할 사항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싼 돈을 주고 샀는데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마저 느껴 와인샵 진열대에서 와인을 들었다 놓았다하기 일쑤죠. 이때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전세계에서 열리는 다양한 와인경진대회에서 메달을 수상한 와인들입니다.
전문가들이 블라인드로 공정하게 평가해 점수를 매긴 만큼 소비자들은 믿고 마실 수 있어 실패 확률이 확 줄어듭니다. 여기에 메달을 받은 와인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와인 문화공간이 있다면 어떨까요. 소비자들은 와인을 직접 시음하고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을 수 있으니 나중에 와인샵이나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고를 때 엄청난 자신감이 생길 겁니다. 메달을 받은 와인들만 모아서 소개하는 와인문화공간이 서울에 곧 오픈합니다. 바로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s Mondial De Bruselles·CMB) 메달 수상 와인을 만나는 ‘CMB 와인바’입니다. 오픈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보두앙 아보(Baudouin Havaux) CMB 회장과 함께 한국 와인문화의 메카가 될 CMB 와인바를 미리 찾아갑니다.
◆‘와인 올릭픽’ CMB를 아십니까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처럼 와인에도 올림픽이 있습니다. 매년 전세계 도시를 돌면서 열리는 CMB입니다. 이 대회는 영국의 디캔터 와인 어워드(Decanter Wine Awards), 독일의 문두스 비니(Mundus Vini), 프랑스 비날리 국제전(Vinalies Internationals), 인터내셔널 와인 앤 스피릿 컴피티션(International Wine and Spirits Competition, IWSC), 베를린와인트로피(Berlin Wine Thropy)와 함께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와인경진대회로 이중 ‘와인 오스카’로도 불리는 CMB와 디캔터 와인 어워드, 문두스 비니를 세계3대 와인경진대회로 꼽습니다.
CMB는 1994년에 국제와인전문기자협회 회장을 역임한 루이 아보(Louis Havaux)가 벨기에에서 창설했으며 와인경진대회중 규모가 가장 큽니다. 50여개국 500여명 심사위원이 출품된 와인 1만5000여종을 블라인드 심사로 평가해 그랑골드, 골드, 실버 메달을 부여합니다. 32주년을 맞은 올해 CMB는 로제 섹션(크로아티아 달마티아), 레드·화이트 본 섹션(멕시코 구아나주아토), 스파클링 와인 섹션(이탈리아 알게로), 스위트·주정강화 와인 섹션(벨기에 브뤼셀)으로 나뉘어 4개 도시에서 진행됐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전세계에서 400여명에 불과한 ‘와인의 신’ 마스터오브와인(MW), 마스터 소믈리에를 비롯해 양조학자, 와인메이커, 바이어, 수입사 대표, 와이너리 오너, 와인전문기자 등 최고의 와인전문가들로 구성됩니다.
CMB는 유럽연합(EU), 세계양조가협회(UIOE) 등의 엄격한 품평 규정에 따라 와인을 평가합니다. 나라, 산지, 품종 등을 알면 평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모든 심사는 블라인드로 진행되며 심사가 끝난 뒤에야 심사 와인의 정보를 받게 됩니다. 심사위원들의 하루 심사 와인도 50개로 제한합니다. 특히 공정성 확보를 위해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미리 말하면 안 됩니다. 따라서 오로지 자신의 코와 입을 통해서만 평가하며 84.5점이 넘는 경우 점수에 따라 그랑골드, 골드, 실버메달이 수여 됩니다. 심사와 동시에 심사위원의 자질도 평가됩니다. 특히 같은 와인을 매일 두병씩 내놓기 때문에 점수의 편차를 통해 심사위원의 능력이 자동으로 점검됩니다.
최근 CMB는 AI를 활용한 아로마휠을 제작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태블릿으로 와인을 심사할 때 테이스팅 노트를 단어로 적어 넣으면 AI가 심사위원들의 데이터를 취합해서 어떤 아로마가 담긴 와인인지 아로마 휠을 만들어 줍니다. 소비자가 좀 더 직관적으로 쉽게 와인에 접근할 수 있는 셈입니다. CMB는 내년에 심사위원들의 와인 코멘트를 6개 나라 언어로 만들어, 와인을 소개하는 디스크립션을 제작할 계획입니다. 심사위원 5명이 블라인드로 테이스팅한 뒤 평가한 것이 때문에 신뢰도가 매우 높고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와인 생산자들에게도 큰 정보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CMB 와인바 세계 3번째로 오픈
우수한 심사위원들은 ‘벤치마크 테이스터’로 뽑혀 상을 받고 1∼5년 경력은 레드뱃지, 5∼9년은 블루뱃지, 10년이상은 골든뱃지를 받습니다. 홍미연 이코앨앤비 대표는 2010년 한국인 최초로 CMB 심사위원에 선정됐고 10년 이상 활동해 골든뱃지를 달았습니다. 홍 대표는 보두앙 회장, 장현우 청담골든스페이스 대표와 손잡고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서울에 CMB 와인바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CMB 와인바 서울은 강남구 청담동 청담골든스페이스 건물 3~4층에 225평 규모로 올해 연말쯤 문을 열 예정입니다. 보두앙 회장은 CMB는 와인 고르기가 어려운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대회인 만큼 소비자들이 직접 CMB 와인을 테이스팅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CMB 와인바를 전 세계에 오픈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CMB는 매년 전세계 와인분야의 권위있는 심사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수만종의 와인을 블라인드로 평가해 그랑골드, 골드, 실버메달을 수여합니다. 전문가들의 꼼꼼한 검증을 거쳐 메달까지 받은 와인이라 소비자들은 믿고 마실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소비자들은 심사를 하러 올 수가 없기 때문에 CMB를 일반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찾아낸 솔루션이 바로 ‘CMB 쇼룸’격인 CMB 와인바입니다. 소비자들은 CMB 와인바에서 직접 메달을 받은 다양한 와인을 테이스팅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CMB 메달 수상 와인의 품질을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 나중에 와인샵이나 레스토랑 등에서 와인을 고를때 CMB 메달 수상 스티커가 붙은 와인이라면 믿고 고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보두앙 회장은 CMB 와인바가 큰 인기를 끌고 있어 한국에서도 와인문화를 선도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실제 CMB는 3년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 와인과 스피릿 리스트 500여종을 보유한 CMB 와인바 1호점 ‘와인앤스피릿 익스피리언스’를 오픈했는데 선풍적인 인기를 끌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어 유나이티드 에어라인과 합작해 멕시코시티 공항 라운지에 CMB 와인 코너도 오픈했습니다. 멕시코시티 공항 라운지는 전 세계 최고의 라운지로 꼽히는 곳인데 여행자들이 CMB 와인을 즐기려고 보딩시간 3시간에 전에 CMB 코너를 찾을 정도로 핫플레이스가 됐답니다. 내년에 두 번째 CMB 코너가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 오픈될 예정입니다. 다음 달에는 서아프리카 베냉공화국의 수도 포르토노보에 두번째 CMB 와인바가 문을 엽니다. 또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도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올해 연말쯤 CMB 와인바가 오픈하면 전세계에서 세 번째, 아시아 첫 번째 CMB 와인바가 탄생합니다. 단순히 와인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CMB를 알리는 ‘CMB 쇼룸’이나 ‘CMB 대사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CMB 와인바에선 와인과 다양한 음식과의 페어링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다양한 음식을 먹어 봤는데 미식의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CMB는 또 새로운 와인이나 품종을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번에 한국 전통주도 처음으로 CMB 메달을 받았는데 한국 전통주가 곧 멕시코, 베냉, 스페인, 포르투갈의 CMB 와인바에서 현지 고객을 만나게 될 겁니다. 한국 술이 CMB에서 계속 메달을 받는다면 CMB가 한국 술의 세계 수출을 돕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홍미연 대표는 CMB 와인바가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교류하고 와인을 공부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입니다. CMB 와인바가 오픈하면 각 나라의 문화를 조금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와인 생산지의 역사, 문화, 음식 등에도 큰 관심을 보입니다. 그런 분들의 니즈도 충족시킬 만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될 겁니다. 와인을 좀 더 알고 싶어 하는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와인 기초 상식을 알리는 교육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와인전문가 진행하는 테이스팅 기법 교육 등도 구상중입니다.”
특히 CMB 와인바에서 눈여겨 볼 점은 와인과 스피릿 리스트가 고정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계속 바뀐다는 점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 세계의 다양한 메달 수상 와인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 디스펜서를 설치해 소비자가 다양한 CMB 와인을 저렴한 비용으로 시음하는 공간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와인은 보통 한 병을 오픈해서 혼자 마시는 경우는 없습니다. 지인들과 다양한 얘기를 나누면서 함께 마시죠. 요즘 젊은층들이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사용하다 보니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소통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어요. 와인이 서로의 소통을 돕는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CMB 와인바가 소통을 강화하는 문화의 창구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홍 대표는 보두앙 회장과 함께 궁극적으로 한국에서 ‘CMB 서울 대회’를 여는 계획도 추진중입니다. “CMB에서 파생된 스피릿 셀렉션(Spirits Selection)과 사케 셀렉션(Sake Selection)도 매년 열리고 있어요. 전 세계의 증류주와 사케를 대상으로 하는 경연으로 매년 3000개에 달하는 술이 출품돼 업계 관계자와 소비자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 마오타이의 중심지인 구이저우성 런화이시에서 개최된 스피릿 셀렉션에서는 오미나라의 ‘문경바람 오크 40%’이 한국 스피릿 최초로 골드메달을 수상하고, 고운달 오크가 실버메달을 받을 정도로 한국 술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이미 스피릿 셀렉션을 한국에 유치하는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보두앙 회장은 한국의 전통주와 한국 와인을 모아서 심사하는 ‘CMB 한국술 셀렉션’을 서울에서 개최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낼 정도로 CMB 서울 대회에 적극적이랍니다.”
CMB 와인바 오픈을 준비중인 장현우 대표는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다양한 와인을 소개할 계획입니다. “연말 오픈을 목표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중이며 멕시코보다는 더 큰 규모로 오픈할 예정이라 와인과 스피릿이 500종은 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와인 위주로 선별할 예정이며 일반 소비자는 물론 마니아층도 만족할 만한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리스트를 짤 생각입니다. CMB 와인바가 단순한 와인바를 넘어서 우리나라 외식문화와 주류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도 펼칠 생각입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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