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⅔이닝 '사직 예수', 명장도 "저런 외인 정말 좋다" 했지만…왜 고민할 수밖에 없나
[OSEN=조형래 기자] 역대급 이닝이터였다. 하지만 이런 이닝이터를 두고 고민해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도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2025시즌을 함께해야 하는 외국인 선수 고민에 일찌감치 돌입했다.
롯데는 올해 외국인 선수 농사에 확실하게 성공했다. 찰리 반즈(29), 애런 윌커슨(35)의 원투펀치는 리그 최정상급으로 활약했고 타자 빅터 레이예스(30)는 역대 단일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수립했다.
반즈는 좌완 에이스로서 25경기 9승 6패 평균자책점 3.35(150⅔이닝 56자책점), 171탈삼진, 퀄리티스타트 17회로 활약했다. 올해 내전근 부상으로 두 달 가량 결장했지만 두 달의 공백을 지워도 될만큼 마운드에 있는 만큼은 확실한 면모를 과시했다. 시즌 막판 2경기 12이닝 10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올라갔지만 시즌 전체적인 활약을 가릴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노크했던 만큼, 올해 역시 그 꿈을 꺾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역시 선수의 의사를 존중하고 기다렸던 만큼 올해 비시즌도 비슷한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레이예스는 올해 144경기 전경기 출장해 타율 3할5푼2리(574타수 202안타) 15홈런 111타점 OPS .904, 득점권 타율 3할9푼5리 등으로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활약했다. 특히 지난 1일 정규시즌 최종전,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만들어내면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선수단 안팎에서 차분하게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한국 야구에 잘 적응했다.
반즈와 레이예스의 재계약 이슈는 구단이 선수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윌커슨의 경우는 상황이 약간 다르다. 윌커슨은 올 시즌 32경기 12승 8패 평균자책점 3.84(196⅔이닝 84자책점), 167탈삼진, 퀄리티스타트 18회를 기록했다.
올해 리그 최다 선발 등판 투수였고 최다 이닝 선수였다. 올해 4명 밖에 없는 완봉승 투수 중 한 명이었다. 기본적으로 5이닝 이상은 무조건 책임질 수 있는 계산된 투수였다. 지난해 대체 선수로 합류한 뒤 등판한 45경기 중 단 1경기만 5이닝 미만을 던졌다. 올해 8월 17일 사직 키움전 4⅓이닝 5실점으로 강판되기 전까지 37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이런 이닝 소화 능력을 바탕으로 ‘스포츠투아이’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5.32로 리그 2위에 올랐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윌커슨처럼 던지는 외국인 투수는 정말 좋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투수를 두고 롯데는 고민하고 있다. 일단 200이닝 가깝게 던졌다. 내년 시즌의 피로도를 간과할 수 없다. 무엇보다 내년이면 36세 시즌을 맞이한다. 올해 활약한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SSG 로에니스 엘리아스(36)에 이은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았다. 에이징커브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윌커슨은 구속에 비해 구위가 좋다고 평가 받고 있다. 특히 포심과 비슷한 궤적으로 오다가 휘어지는 커터의 위력이 대단하다. 그 외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의 구종 완성도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구위가 좋다고 하더라도 구속이 떨어지면 변화구의 위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투사’처럼 스트라이크를 공격적으로 던지는 유형이기에 9이닝 당 1.24개의 볼넷 밖에 내주지 않았다. 그래도 기본적인 구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타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허리 통증을 안고 던졌던 4월까지 7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5.12(38⅔이닝 22자책점)으로 부진했다. 아울러 폭염이 지속된 올 여름에도 윌커슨은 쉽게 버티지 못했다. 7~8월 10경기 2승3패 평균자책점 5.04(55⅓이닝 31자책점)에 그쳤다.
“로봇 심판과 피치 클락 등 새로운 룰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에서 ‘리얼 베이스볼’을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다”라면서 한국 무대 도전을 반겼던 윌커슨이었지만 올해 ABS 시스템이 도입됐고 이제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피치 클락이 시행된다. ABS에는 비교적 빠르게 적응했다. 시즌 후반에는 피치컴을 활용하는 등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려고 했다. 그러나 피치 클락 시대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미지수다.
“80% 이상 경기를 잡을 수 있는 카드가 하나 있으면 좋다”라며 확실한 에이스급 투수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김태형 감독이다. 하지만 확실한 에이스감이라고 데려오는 선수들도 적응에 실패하면 실패작이 되기 마련이다. 윌커슨은 검증된 선수지만 그렇다고 특급 에이스급 선수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반즈는 좌완 투수라는 이점이 있고 올해 탈삼진 능력이 일취월장했다. 이제 커리어의 전성기를 통과하고 있다.
윌커슨을 대체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없는 이상, 대한 롯데의 고민은 11월 25일, 보류선수 명단 제출 마감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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