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니어3쿠션 준우승 조영윤 “다시 결승무대 설 수 있을까 아쉬움 속 의욕 샘솟아”
결승서 튀르키예 선수에 28:57 석패
중2때 아버지 따라 당구큐 잡아
24대 1 경쟁률을 뚫고 국내 선발전을 통과, 처음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이하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조영윤은 대회 초반만 해도 좋은 페이스가 아니었다. 하지만 예선전을 힘겹게 통과한 뒤 16강서 ‘선배’ 오명규를 넘어섰고, 이후 파죽지세로 내달리며 결승까지 향했다.
대학당구 우승, 전국대회 첫 8강 등 상승세
손준혁 최봄이와 함께 숭실대(1학년)에 재학 중인 조영윤은 국내에선 이제 막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다.
중2 때인 지난 2019년 우연히 당구를 접한 뒤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선수를 준비한 조영윤은 그간 잠잠하다 올들어 재능을 꽃피웠다. 지난 5월 대학당구연맹 주최 ‘제12회 대학당구선수권’에서 우승한 조영윤은 8월엔 국내 당구유망주들이 총집합한 세계선수권 선발전을 뚫고 국가대표가 됐다. 곧이어 9월엔 ‘2024 경남고성군수배’ 일반부에서 첫 8강 무대를 밟았고, 세계선수권서도 2위에 오르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3쿠션 새 기대주로 발돋움한 조영윤을 서울 서초구 김치빌리아드에서 만났다. 이날 후원사인 김치빌리아드 김종율 대표는 최근 성과를 인정, 조영윤에게 당구큐 포상을 하기도 했다.
세계주니어선수권 준우승이 새로운 자극제
=전북 군산 출신이고, 현재 서울 방배동에서 자취하며 숭실대 스포츠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이다. 당구수지는 35점이다.
▲당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중2 때 아마추어 당구선수였던 아버지 따라 당구장에 놀러갔는데, 아버지가 제가 치는걸 보고 정식으로 당구를 배워보라고 하셨다. 마침 당시 프로당구도 출범하던 때라 당구선수로서 전망이 밝다고 생각했고,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딱히 누군가에게 집중적으로 지도를 받은 적은 없다. 중학교 때는 주로 아버지에게 배웠고, 고등학교때 전주로 이사 갔는데 거기서 김임권(PBA) 선수에게 지도받은 적 있다. 다만 공을 배우기 시작한지 3개월 가량 됐을 때 김임권 선수가 팀리그에 발탁돼 서울로 올라가는 바람에 계속 지도를 받지는 못했다. (김임권은 22/23시즌을 앞둔 지난 2022년 여름 드래프트를 통해 TS샴푸푸라닭히어로즈에 입단했다)
▲현재 대학 재학 중인데 선수생활과 병행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고민 끝에 대학교에 진학했다. 1년 선배인 (손)준혁이 형으로부터 대학에 들어오면 당구연습할 시간이 많이 줄어든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생활이란 걸 꼭 해보고 싶었다. 아직 입학한 지 얼마 안됐지만 확실히 연습시간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학업과 연습을 잘 병행하며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첫 출전부터 좋은 성과를 거뒀다. 애초 이 정도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로 예상했는지.
=솔직히 큰 목표는 없었다. 우선 선발전부터 이야기하면, 지난해 선발전 때는 (정)예성이 형한테 4강에서 져 이번 선발전은 꼭 통과하고 싶었다. 세계선수권 출전 자체가 큰 목표였다. 선발전은 통과했는데, 함께 출전하는 두 선배들만 봐도 넘기 힘든 벽처럼 느껴졌다. (오)명규 형의 경우 디펜딩챔프였고, (조)화우 형은 워낙 실력이 뛰어난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선수권을 준비할 때만 해도 ‘예선 탈락만 하지 말자’ ‘좋은 경험하고 오자’ 이런 생각을 주로 했다.
▲결과적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를 되돌아보자면.
=파란만장한 대회였다. 상대 실수 하나 덕에 가까스로 예선을 통과했는데 16강에서 명규 형을 만났는데 더구나 룸메이트이기도 해서 둘 다 부담감이 있었다. 결국 내가 운 좋게 이겼는데, 예선을 워낙 힘들게 통과했기 때문에 명규 형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때부터 잘하면 입상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승전에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결승전에 나설 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경기를 시작하니 조금 당황스런 부분도 있었다. 상대 선수(세이멘 오즈바시) 페이스가 좋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으나, 생각보다 더 잘 쳐서 놀랐다. (오즈바시는 예선을 전체1위로 통과한 후 16강부터 4강까지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결국 마지막 공격이 됐던 25이닝 째 장타를 이어가지 못한게 두고두고 아쉽다. (조영윤은 24이닝까지 22:30으로 끌려가다 25이닝 째 하이런6점을 치며 28:31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7득점 째 대회전에서 키스가 났고, 이후 두 이닝 공타한 사이 오즈바시가 35점에 도달하며 우승컵을 내줬다) 거기서 흐름이 끊기지 않았다면 역전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상대에 섰을 땐 더 큰 아쉬움이 몰려왔다. ‘내가 다시 이 무대에 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동시에 앞으로 정말 더 잘 하고 싶다는 의욕도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샘솟았다. 준우승이 새로운 자극점이 된 것 같고, 앞으로 연습도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우선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겨루는 것 자체가 공식대회에선 처음이었다. 덕분에 시야가 굉장히 넓어진 것 같다. (조영윤은 지난해 호치민3쿠션월드컵 1차예선에 출전, 1승1패로 상위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스스로 제 플레이에 대해 많이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대회 내내 박태준 감독님이 상대 선수를 분석해주시는 등,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내 플레이도 면밀히 분석해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이것이 내게는 생각보다 크게 와 닿았다.
▲귀국 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
=부모님과 친구들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았다. 특히 친구들은 내가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사실을 대부분 모르고 있었는데, 추석 연휴 기간 TV를 보다 내가 경기하는 모습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 하하.
▲올들어 각종 대회서 거듭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스스로 그다지 크게 느끼고 있는 바는 없지만 흐름 자체는 좋다. 주변에서 당구는 흐름이라고들 하고,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여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사실 대학 입학 후 연습량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는네 이렇게 좋은 흐름이 이어져 감사할 따름이다. 운이 좋은 경우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당구엔 운도 분명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는 한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원)재윤이, (박)정우 등 또래 선수들과 대부분 친하고, 학교 선배이기도 한 준혁이 형과도 가깝다. 또 현재 LPBA에서 활동 중인 (김)민영이 누나와도 친하다. 전주에 있을 때 같은 구장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김행직 선수다. 닮고 싶은 부분이 많다. 경기 운영방식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같은 면모가 부럽다.
▲스스로의 장점을 꼽자면.
=장점이라기 보단, 주로 공격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데 운이 많이 따르는 편이다. 뒷공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쳐도 저절로 포지션플레이가 돼 주변에서 ‘조영윤포지션’이라고들 하기도 한다. 하하. 그렇지만 최근엔 포지션플레이 필요성도 많이 느낀다. 대표적으로 최근 경남고성군수배와 이번 세계선수권 때엔 이 부분에 신경을 좀 썼는데, 확실히 이전보다 기복이 줄었고 성적도 잘 나왔다. 앞으로도 경기 운영적인 측면에 더 신경 쓸 계획이다.
▲사용하는 당구용품은.
=큐 등 대부분 용품을 롱고니 제품을 사용한다. 전폭적으로 후원해주신 김치빌리어드 김종율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앞으로의 목표는.
=아직까지 대단한 목표는 없다. 일단 올해는 당구 자체에 대한 지식을 더 늘리고, 전국대회에서도 꾸준하게 성적을 냈으면 한다. 또 내년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에도 꼭 다시 출전해 우승을 노리고 싶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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